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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11월 1일 총궐기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부와 보수 언론은 지난 몇 달 동안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을 “세금 도둑”, “특권층”,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며 연금 개악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정부 여당은 개악안 ‘연내 처리’를 위해 의원입법 발의를 했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노조에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관철”하겠다고 했다. 국무총리 정홍원은 연금 개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공무원의 집단 행동 자제”를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1일 ‘연금 개악 저지 총궐기 대회’는 정부의 거짓말과 왜곡, 공무원연금 개악 시도에 분노한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을 한자리로 모아 냈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인 12만 명의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이 연금 개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노동자들은 지도부가 진지하게 투쟁을 호소하면 이에 응해 나설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그러자 총궐기 이후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이재오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지지하지만 시한을 정한 졸속 처리는 옳지 않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 처우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노동자 달래기를 했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연금 개악을 불도처럼 밀어붙이려 하기 때문에, 한 차례 대규모 집회만으로 개악을 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현재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공적 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 소속 노조들이 진행하는 새누리당 안 찬반투표는 노동자들의 연금 개악 반대 의지를 재확인해 주겠지만, 이것만으로 정부의 연금 개악 추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11월 1일 총궐기에서 보여 준 노동자들의 분노를 하루 행동의 날 이상의 대중 투쟁으로 발전시킨다면 정부의 공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11월 1일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모이기만 해서 되겠는가. 뭔가 더 행동을 보여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연말까지 개악하려고 한다면 파업이라도 하자는 분위기가 될 것이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면 연금 개악에 일관되고 단호하게 반대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공투본 내 일부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진보진영 일각에서 주장하는 양보론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참조 기사: '양보론은 연금 개악 반대 운동 전선을 교란시킬 뿐이다')

2004년 파업

고무적이게도 11월 1일 총궐기 이후 영남과 강원, 호남 지역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은 정부가 개최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포럼’을 점거농성으로 무산시켰다. 전교조도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행한다면 연가투쟁 찬반 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교조는 2000년 10월 6천여 명이 연금 개악 반대 연가투쟁을 한 이래 오랜만에 연금과 관련해 연가투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연금 개악 의지가 강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공무원·교사 노동자의 분노가 파업 같은 대중 행동으로 이어질까 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언론들도 “10년 만에 공무원노조 파업이 재현되는가” 하고 우려를 나타냈다.

물론 공무원노조 내 일부 활동가들은 “2004년 파업 때문에 탄압으로 노조가 위축되고, 해고자만 양산했다”며 파업에 확신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04년 파업의 부정적 측면만을 기억하는 것은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니다.

2004년에 노무현 정부는 노동3권을 요구한 공무원노조 파업이 공무원연금 쟁점과 결합될까 봐 우려했다. 그래서 노무현은 파업을 앞두고 “공무원연금 개악은 절대 없다”고 말해야 했다.

무엇보다 2004년 파업으로 공무원노조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표 조직이라는 위상을 획득했다.

물론 당시 파업으로 무더기 징계와 해고자가 발생했고, 지금도 해고자 1백30여 명이 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 내 해고자 대부분은 지난 10년 동안 굳건하게 버티며 공무원노조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내 해고자들은 노동조합의 짐이 아니라 투쟁의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잘 싸워 성과를 얻는다면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고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높여 노동조합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잘 조직돼 있다. 지금도 2004년처럼 힘을 보여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 잠재력을 현실화하면 정부의 연금 개악을 저지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악안이 이미 발의된 만큼, 공무원노조는 지난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인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을 실행에 옮길 채비를 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2004년 때처럼 전국 동시다발 결의대회, 지부별 결의대회 등을 개최하며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과 투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