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빅3 최대 5만~6만 명 감원 계획!:
노동자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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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와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지배자들의 내분이 첨예하다. 최근에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맥킨지 보고서 초안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맥킨지 보고서는 지난 6월 정부의 요구에 따라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의뢰한 것으로, 8월에 초안이 작성됐다. 그러나 업체들의 반발로 공개되지 못한 채 비밀리에 내용을 조율하는 와중에 누군가의 누출(십중팔구 대우조선 부도를 바라는 쪽)로 언론에 흘러나왔다.
맥킨지 보고서 초안은 한국 조선산업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 빅3 체제에서 대우조선을 뺀 빅2 체제로 재편하자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대우조선을 갈갈이 쪼개고 그중 해양플랜트 사업을 청산하자는 것으로, 일명 “대우조선 회생 불가 보고서”로 불린다.
당연히 대우조선 측은 이 보고서에 강력 반발한 반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내심 반겼다.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에 국책은행 자금 15조 원이 물려 있고 4만 명의 고용이 달려 있다는 점을 들어 ‘대우조선 회생’을 주장했다. 2018년부터 조선업 수주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클락슨(영국의 조선·해운업 전망기관)의 전망을 근거로, 그때까지 버티자는 것이다. 조선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반대였다. ‘당장의 파장이 무섭다고 해서 한계기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며 맥킨지 편을 들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대우조선은 공중분해 대상이 아니”라며 당분간 빅3 체제를 유지하자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물류대란 사태가 벌어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대우조선이 부도나서 벌어질 파장을 우려한 것이다. 그만큼 대우조선이 한진해운보다 부채 규모도, 고용 규모도 훨씬 크다. 상황 통제력이 최근 크게 약화된 박근혜 정부가 그런 사태를 감당하기는 벅찼을 것이다.
일단 정부는 대우조선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세계 2위 조선업체의 부도까지 거론된 이번 논란은 구조조정 방향을 둘러싸고 지배자들 사이의 갈등이 매우 날카롭다는 점을 다시금 보여 줬다. 또,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끝이 아니고 위기가 더 큰 기업으로 번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사건이었다.
대우조선 처리를 둘러싼 논란도 끝난 게 아니다. 첫째, 조선업이 2018년에 호황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어긋날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다. 클락슨은 앞으로 몇 년 뒤엔 각종 환경 규제로 대규모 선박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심각하게 추락하면 이런 규제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
둘째, 대우조선이 2018년까지 버틸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금융당국은 최근 대우조선의 급한 불을 끄려고 정부가 약속한 지원금의 미집행 자금 일부를 연내에 출자전환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올해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내년부터 갚아야 할 채권 만기가 속속 돌아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현직 임원들의 비리와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정부의 추가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혹독한
그래서 대우조선 측은 그동안 제출했던 자구안보다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혹독한 고통을 뜻한다. 대우조선은 지난 7일 1천 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공고했고, 올해 안에 분사화로 2천 명을 추가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훨씬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대우조선은 이미 국내외 자회사 14개를 모두 매각하고 도크 2개를 줄이는 등 생산 능력의 30퍼센트를 축소하겠다는 자구안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알짜배기 사업부인 특수선 부문을 분할하는 계획도 포함되는데, 내년 1분기부터 본격 추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인력 감축과 사업 축소는 조선업 전반에서 추진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매출 5조 원 규모의 전기전자, 건설장비 부문을 분사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지원부서를 시작으로 분사화 추진에 속도를 내 왔는데, 아예 조선·해양플랜트 부문만 남기고 나머지를 전부 분리시키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무려 정규직 인력 7천~8천 명이 비정규직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조선업 빅3에서만 정규직 1만 명,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5만~6만 명이 해고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기업인들은 어느 기업을 죽이고 어느 기업을 살릴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첨예하게 갈등을 빚지만,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는 데서는 단단히 의기투합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조선업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광기 어린 이윤 경쟁 속에서 비효율과 적자를 늘리고 부정부패를 일삼아 오면서 위기를 만든 장본인은 정부와 사용자들이다.
최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이틀간 7시간 파업을 벌여 저항 의지가 있음을 보여 줬다. 박근혜가 정치 위기 속에서 허덕이는 상황을 이용해 저항을 조직해야 한다.
10월 29일 거제에서 “힘내라, 조선 하청 노동자” 행진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이 대량해고와 임금체불 등에 고통받는 상황에서, 10월 29일 조선소들이 밀집된 거제에서 ‘조선 하청 노동자 대행진’이 열린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비롯해 61개 노동·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조선하청 노동자 대량해고 저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경남과 서울 등지에서 희망버스를 조직해 참가할 계획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문제가 정치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경남 지역의 야 5당(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더민주당, 국민의당)도 이 행사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지역의 하청 노동자들은 매우 소수가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있지만, 일부 노동자들이 사측의 임금체불 등에 집단적으로 항의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대우조선노조와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등 정규직 노조들이 이런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원하면서 든든한 우산이 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규직 고용을 지키기도 벅차다’거나 ‘하청 문제는 사회적 이슈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현실적’이라고도 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와 저임금에 내몰릴수록 정규직의 조건도 더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더구나 같은 일터에서 같은 공격을 받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울 때 정규직의 투쟁도 힘이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10·29 조선하청노동자 대행진
일시: 10월 29일(토) 오후 3시
장소: 거제 아주공설운동장
※ 오전 9시 서울 대한문에서 희망버스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