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있게 진행된 조선하청 노동자 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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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으로 하청 노동자들이 대량해고와 임금체불 등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10월 29일 거제에서 조선하청 노동자 대행진이 성공적으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거제, 울산, 광주전남의 하청 노동자들이 한 데 모였다. 경남 지역의 지역의 민주노총·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서울·울산·광주 등 전국 8곳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참가한 노동자·사회단체 회원들 수백 명이 조선 하청 노동자들을 응원해 함께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동성 준비위원장은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먼 걸음 달려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소리 소문 없이 잘려 나가는 하청 노동자들이 더는 참지 않겠다고 외쳐보는 날입니다! 뭉쳐야만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소모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줍시다!”
참가자들은 정부와 기업주들이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며 “구조조정 중단하라”고 외쳤다. 한 물량팀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씨에게 한 마디 묻겠습니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 하면서도 최소한의 안전도 지켜지지 않는 일자리, 뼈 빠지게 일하고도 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일자리, 일하다 사고를 당해 주검이 돼도 회사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일자리, 수시로 잘려 나가는 일회용품 같은 일자리. 박근혜, 이것이 당신이 추구하는 일자리입니까?”
집회 대열에서 한 노동자가 “박근혜는 물러나라” 하고 소리쳤다. 참가자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대우조선 등의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하창민 지회장은 “구조조정을 막으려면, 정규직 동지들과 하청 동지들이 함께 뭉치고 함께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나고 한 시간 남짓 대우조선 공장을 돌며 행진했다. 행진 대열 맨 앞에는 수천 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제작된 대형 모형배 ‘고용안정호’가 자리했다. ‘조선하청 노동자 대량해고 저지 시민사회대책위’는 3천 명 조직을 목표로 모금을 벌였는데, 실제 모금에는 4천6백여 명이 참가했다. 조선 하청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상당함을 보여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