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건설 현장 이주노동자 단속 사건:
이주노동자 배척을 비판한 민주노총의 입장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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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 전주의 한 건설 현장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실시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과정에서 전국건설노조 전북건설지부 간부들이 행정기관에 단속을 요구하고 조합원들을 동원해 적극 조력했다. 그 결과 8명이 단속돼 5명이 강제추방됐다.
단속 직전에 이런 행동이 계획된 사실을 알게 된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건설노조 전북본부에 중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에도 건설노조 전북본부는 거듭 전주시 등에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촉구했다.
이후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제기로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사업 담당자 회의에서 이 사건은 심각하게 다뤄졌고 건설연맹과 건설노조에 재발방지를 위한 즉각적 조처를 요구하고 민주노총 차원의 진상조사와 성명 발표 등을 결정했다.
12월 30일 민주노총은 성명을 발표해 그동안 이주노동자 차별 정책과 단속 추방 중단을 요구해 왔음을 강조했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투쟁하며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사명”이라는 지적은 매우 올바르다. 그리고 강제 출국 된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진상조사와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에 대한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건설노조 집행부들의 간담회에서 이주노동자는 내국인 노동자와 “공존의 대상이며 단속·추방할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고, 건설노조 집행부는 향후 출입국관리소를 압박해 단속하게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또 건설노조 이영철 토목건축 분과장이 사과를 했다.
건설노조는 정도 차이는 있어도 이와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닌 만큼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실질적인 조처와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바로 잡으려는 진지한 노력이 없다면, 건설노조 내의 이주노동자 조합원 수백 명이 어떻게 함께 활동하고 투쟁할 수 있겠는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차별과 열악한 조건을 강요받는 건설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싸워 온 건설노조에서 노조 간부들이 주도해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이간질
이주노동자를 내국인 노동자보다 싼 값에 고용하고 더 오래 일을 시켜 이득을 보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라 이들을 착취하는 사용자들이다. 그리고 정부는 사용자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의 온갖 권리를 옥죄는 제도(고용허가제, 단속·추방 등)를 시행하고 차별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제도 때문에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내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려면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와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 따라서 건설 현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내쫓고 내국인 조합원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전술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건설경기가 후퇴하면 사용자들은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기에 수월한 미조직 노동자들(내국인 노동자든 이주노동자든)로 건설 현장을 더 많이 채우려 할 것이다.
결국 불법 하도급은 그대로 유지되고 이주노동자와 갈등의 골만 깊어져 단결이 깨지면 이는 결국 사용자만 이롭게 된다.
무엇보다 건설노조에 이주노동자 조합원 수백 명이 있다. 지난 11월 30일 민주노총의 박근혜 퇴진 총파업 집회에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의 이주노동자 조합원 수백 명이 함께 파업을 하고 참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의 세월호 집회, 주말 박근혜 정권 퇴진 시위에도 함께 참가하며 사회 변화를 위한 투쟁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내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에게 손을 내밀면 이주노동자들도 함께 투쟁할 수 있다.
또, 내국인 건설 기능 인력이 고령화하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건설 현장 유입을 막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건설노조 중앙과 건설노조 몇몇 지부들이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나선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몇 년간 정부는 기업들의 이윤을 위협하는 건설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 거듭 탄압을 시도하고 있다. 탄압에 맞서 건설 현장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함께 싸우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지난 9월 독일에서는 건설노동자들이 함께 일하던 난민을 방어하려고 건설 현장 30곳에서 2시간 동안 일손을 놨다. 이렇게 건설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방어하며 함께 싸우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 건설 현장을 바꿀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