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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세계의 지배자들
대규모 트럼프 반대 운동은 좌파가 성장할 잠재력도 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체제의 위기가 극심해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정치 구조가 불안정해지면서 생긴 일이다. 이 일은 노동자와 한층 더 차별에 시달릴 여성과 유색인, 이주민뿐 아니라 세계 지배계급에게도 무척이나 난감한 상황이다.

지배자들이 곤란함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래로 유지한 세계 전략, 곧 자유시장 자본주의 세계 질서를 트럼프가 흔들려 하기 때문이다. 이 전략에 대해 트럼프는 적어도 1980년대부터 일관되게 비판적인 입장을 발전시켜 왔다(찰리 레더먼, 브렌던 심즈).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지시한 것은 기존 전략을 보호무역주의로 대체하겠다는 그의 말이 단지 허풍이 아님을 보여 준다.

트럼프 반대 시위의 규모와 활력은 미국 노동계급에게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을 고무했다. ⓒ출처 Ted Eytan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나 멕시코뿐 아니라 독일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들에게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월 말 신임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인 피터 나바로는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의 배후에 독일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독일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의 다른 나라들을 계속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바로는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해외 하청공장(특히 중국과 멕시코)과의 연계를 통해 구축해 놓은 국제적 생산라인을 해체하려고도 한다. 그는 최근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는 조립공장만 둔 채 주되게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하면서 ‘미국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미국 경제의 장기적 이익을 해칠 뿐이다.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올리려면 그런 부품들도 국내에서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 개인의 스타일도 지배자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컨대, 오바마도 이민자 수백만 명을 강제추방했지만, 트럼프는 더 나아가 지독한 인종적 편견을 강하게 드러내며 자신의 권한 바깥의 일들까지 행정명령으로 추진하려 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세계 지배자들은 트럼프를 가까이해야 할지, 거리를 둬야 할지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는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과시하려고 1월 말 맨 먼저 백악관을 방문해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국빈 방문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트럼프가 중동 7개국에 대해 비자를 취소하는 인종차별적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이것을 옹호하지도 비판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모양새를 취하다가 국내의 호된 비판에 시달렸다. 런던에서는 트럼프 국빈 초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도 벌어졌다. 2월 초 아일랜드에서도 총리가 트럼프를 초대하겠다고 했다가 바로 다음 날 번복하는 일이 있었다.

물론 미국 지배자들은 트럼프가 경기부양책, 규제완화, 감세 등 비교적 협소한 금전적 이익을 약속하는 것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트럼프는 월스트리트를 대변하는 자들을 정권으로 대거 끌어들였고,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도입된 금융시장 규제 강화법(도드-프랭크법)을 개정해 규제 완화 행정명령도 내렸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들은 트럼프의 정책에 비판적이다. 특히, 외국인 인력에 많이 의존하는 주요 IT 기업들(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은 법원이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본가 계급은 태생적으로 분열된 계급이다. 노동자 계급한테서 착취한 이윤 가운데 더 큰 몫을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자본가 계급을 “서로 싸우는 형제들”이라고 불렀다.

대개 국가가 나서서 지배계급 전체의 관점에서 그런 갈등을 조율하려 든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체제의 위기는 트럼프라는 불안정 요인을 낳았지만, 그 불안정은 다시금 자체의 동역학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반대 운동과 그 잠재력

트럼프에 맞서는 운동이 크게 분출했다. 이 운동은 2000년대 초 반전 운동 이후 최대의 잠재력을 보여 줬다.

트럼프 취임 다음 날 워싱턴DC에서 벌어진 시위의 참가자들은 대체로 진보파로 분류될 사람들, 샌더스 지지자들, 또는 정치에 처음 관심 갖게 된 사람들이다.

조직노동자들도 여러 곳에서 트럼프에 항의하는 행동에 함께 했다. 고무적이게도, ‘점거하라’ 운동이 강력했던 오클랜드에서는 항만 노동자들이 트럼프에 항의하는 뜻으로 그의 취임식 날 부두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출처 Lorie Shaull(플리커)

운동의 참가자들은 11월 대선 결과를 보고 우울했지만, 대규모 반트럼프 운동에 참가하면서 트럼프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고무됐다. 법원이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트럼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자신감을 북돋고 있다.

이 사람들은 자기 지역에서도 트럼프에 반대하는 투쟁을 건설하려 한다. 그러는 가운데 운동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두고(예컨대, 민주당에 대한 태도 문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체성 정치를 뛰어넘어 단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광범하다.

이런 자발성이 기존 좌파 활동가들의 축적된 경험, 적절한 정치와 결합된다면 운동 자체의 성장과 함께 좌파의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

세계적 정치 양극화 속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정당들(미국 민주당이나 영국 노동당 우파 등 중도계 정당들)도 트럼프와 우파에 맞서는 수단으로 이런 시위에 개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인사들이 시위 조직에 참여했다. 영국에서는 노동당 우파와 연계된 온건한 NGO들이 운동의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급진좌파를 밀어내려 하고 있다.

3월 18일 '인종차별 반대 국제 공동 행동'

여러 나라의 사회주의자들은 트럼프 반대 운동이 낳은 흐름을 이어가려고 3월 18일 ‘인종차별 반대 국제 공동 행동’을 건설하고 있다.

인종차별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의 지배자들도 다를 바 없다. 지난 3일 남유럽 몰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독일 총리 메르켈 등은 트럼프를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들도 난민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몰타 선언’을 발표했다. 메르켈 등에게도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인 것이다.

인종차별 반대는 갈수록 조직화하는 극우·파시즘 세력을 견제하는 데 중요하다. 이 자들은 경제 위기와 유럽연합에 대한 노동자들과 서민층의 불만을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공격으로 돌리면서 빠르게 성장해 왔다.

프랑스의 파시스트 정당 국민전선의 총재 마린 르펜은 트럼프 취임에 맞춰 유럽 극우 정당들을 모아 ‘반(反)정상 회담’을 개최했다. 거기에 ‘독일을 위한 대안’(AfD), 네덜란드 자유당, 이탈리아 북부동맹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정당들이 모두 파시스트 정당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파시스트 세력들이 만만찮게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인종차별 반대 운동도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흑인 살해에 항의하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알리고 급진화를 촉진하는 구실을 해 왔다. 캐나다에서도 최근 퀘벡 이슬람 사원을 겨냥한 우익 총기 난사에 항의하고 무슬림에게 연대하는 집회가 여러 지역에서 터져 나왔다.

난민 위기가 심각한 유럽에서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성장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정부 정책에 맞서 난민 자녀들의 학교 입학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거기에 사회주의노동자당(SEK)과 교사노조뿐 아니라 공산당(KKE)과 시리자 지지자들도 함께했다. 이는 그리스 좌파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단결이었다. 이런 단결 덕분에, 난민들이 교육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는 파시스트 정당 황금새벽당이 벌인 맞불 집회를 압도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주도하는 공동전선 ‘인종차별에 맞서자’(Stand Up to Racism)가 난민과 이주민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향후 브렉시트 협상에서 3백만 명에 달하는 영국 내 EU 시민권자들(특히 동유럽 출신)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 운동은 또한 노동당의 좌파적 지도자 제러미 코빈이 이주민 문제에서 원칙을 지키고 후퇴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우익 대중주의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에 맞서기 위한 연합체로 ‘인종차별에 맞서자’(Aufstehen gegen Rassismus)가 결성돼 활동 중이고, 앞서 언급한 르펜 주최의 ‘반정상 회담’이 1월에 열렸을 때 그 앞에서 반파시스트 운동 지지자 5천 명이 시위를 벌였다. 또한 AfD와 트럼프의 등장에 분노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 맞서길 기대하며 급진좌파 정당 좌파당(디링케)에 입당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건설하려고 수년 전부터 사회주의자들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3월 21일) 즈음에 국제 공동 행동을 건설해 왔다.

지난해에도 한국을 비롯해 20개에 달하는 나라에서 수많은 항의 집회가 같은 날 벌어졌다.(관련 기사: ‘[3·19 인종차별 반대 국제 행동] 전 세계에서 울려퍼진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 올해에도 그리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캐나다, 아일랜드 등지에서 같은 행동이 조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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