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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불만

7월 20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만간 그 규모가 발표될 예정이다. 그런데 8월 30일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서비스연맹, 민주일반연맹, 여성연맹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마디로 “현장에서 정규직 전환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여러 문제점을 발표했다. 특히 이 기자회견에 참가한 공공기관, 병원, 학교, 지자체 등의 비정규 노동자들은 신랄하게 문제점을 폭로했다.

한마디로 “정규직 전환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는 상황” ⓒ제공 〈노동과세계〉

노동자들의 증언과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들이 취합한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정책 대상에 마땅히 포함돼야 할 비정규 노동자들이 제외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9월 초에 종료될 교육부 전환심의위원회에서는 기간제 교사 4만 5천여 명과 영어회화전문강사·초등스포츠강사 등 강사 8천6백여 명이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정부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전환 예외’ 대상은 변화가 없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안명자 본부장은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 조처가 없고 기간제 교사와 강사들을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잘못된 정부 정책의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옳게 비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박금자 위원장도 ‘정부가 스포츠 강사들의 무기계약직화 요구는커녕 지난 10년 동안 임금이 10만 원도 오르지 않은 문제 등 처우 개선 요구조차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또 온갖 이유와 편법을 동원해 정부 산하 연구원, 각 지자체 산하 문화예술단체,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부산대·충남대 등 국립대 병원에서 상시업무 노동자들을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례들도 폭로됐다.

이보다 더 많은 경우에 사용자 측은 정규직 전환 논의 기구(기간제 전환심의위원회, 파견·용역 노·사·전문가협의기구)에 노조나 노동자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진행 상황을 알려 주지도 않고 있다. 이런 논의 기구가 구성조차 안 된 기관들도 많다. 문재인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인천공항공사와 정부가 정규직 전환 ‘전략 기관’으로 선정한 철도공사도 그렇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둘째, 주요 공공기관들과 지자체들에서 계약 만료나 정년을 이유로 해고되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이런 경우 ‘계약을 만료하되, 이후 전환 대상이 되면 구제할 수 있다’는 수준의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이는 각 기관의 해고 사태를 사실상 용인해 주는 것이다.

셋째, 파견·용역과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원청이 직접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로 고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은 서울시가 지하철의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바꿔 고용한 사례를 들며, 이런 방식은 처우 개선이 너무나 미미해 결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넷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동안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대폭 늘려 온 제도(총인건비 제도, 총정원제도, 경영평가 등)가 그대로 남아 있다. 노동자들이 이런 제도가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예산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타당하다.

정부는 필요한 예산을 반영하겠다고는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각 부처들이 기획재정부의 심사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기재부가 ‘탄력 정원제’를 도입해 총인건비를 늘리지 않고 일자리 나누기를 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그 비용의 책임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심산임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면, 가이드라인이 발표 이후 비정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문제의 상당 부분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자체에서 비롯한 것들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도 정부와 후속 협의를 진행했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이번에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불만을 모아 폭로한 만큼, 그것을 바탕으로 정부에게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항의하는 행동을 이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을 포함시키라고 정부에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특히 기간제 교사와 강사 등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적극 지지해야 한다. 정부가 이 문제를 ‘이해 당사자 간의 충돌’로 몰아가며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산하 노조들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았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하거나(전교조 지도부의 눈치를 보며) ‘모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같은 당사자들의 요구를 비현실적이라고 깎아내려선 안 된다. 민주노총은 노동계급의 단결을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을 확실하게 옹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