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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화 방안 논쟁:
‘좋은 자회사’ 방안은 노동자에게 이롭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방식이 중요 쟁점의 하나가 됐다. 노동자들은 자회사에 고용시키는 기존 방식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노동자들의 우려에도 정부는 자회사 고용 방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부산교통공사는 ‘비정규직 고용 개선 추진 계획’을 잠정 확정했는데, 용역업체 11곳에 고용된 노동자 1천4백57명 중 1천66명을 자회사에 고용시키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노동자 중 2백52명은 무기계약직으로, 1백39명은 계속 용역업체에 남긴다. 진짜 정규직 전환은 단 1명도 없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미 경험으로 자회사 방안이 기만인 줄 안다 ⓒ이미진

부산교통공사 사례는 가이드라인의 모순과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가이드라인은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재정적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해, 자회사 고용 방식을 포함시켰다. 모회사가 직접 고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용역업체 관리비와 이윤 등의 재원으로 노동자들의 처우를 조금 개선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승급과 호봉 인상 등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반면, 자회사가 고용하면, 모회사 정규직과는 다른 임금 체계를 적용할 수 있다. 원청의 고용 책임도 회피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자회사가 사실은 “또 다른 용역업체”에 불과하다고 문제 제기해 왔다. 8월 30일에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공공부문 자회사, 쟁점과 해법’ 토론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생생한 목소리로 자회사의 실태를 비판했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현실

대부분 정규직과 혼재되어 동일 업무를 하는 철도공사의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고용 불안정에 시달린다. 정규직보다 월 노동시간은 길고 휴일은 적다. 임금 인상률도 더 낮아 임금 격차는 늘어난다. 또한, 철도공사의 사업 계획이 바뀌면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다른 업무로 배치를 요구받거나 사전 협의도 없이 업무량이 늘어난다. 심지어 코레일네트웍스는 철도공사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콜센터 상담사 20여 명을 계약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높다.

자회사 고용 방식의 ‘정규직화’는 철도 안전을 위협한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다 보니 인력을 최소로 해서 운영되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의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규직이 근무하는 역들과 달리] 우리는 역에 2명씩 근무한다. 상행선과 하행선에서 동시에 스크린도어 장애가 발생하면 어느 한쪽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른 쪽 승객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철도공사가 우리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인 우체국시설관리단의 현실도 철도공사 자회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규직은 채 50명도 되지 않는 반면,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등 비정규직은 2천5백 명에 달한다. 그중 시급을 최저임금으로 받는 노동자들만 1천7백50명이다. 게다가 우정사업본부의 경영효율화 방침 탓에 2014년부터는 지속적으로 감원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의 한 여성 노동자는 “저임금에다 자녀 학자금도 없다. 특히 젊은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높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 있다는 것이다. 직접 고용이 가장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공항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한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자회사 추진 속내

앞서 말한 공공운수노조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권구형 공공기관노사관계과장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의식해, “과거 용역업체와 같은 간접고용 방식의 자회사 모델은 부적절하다”고 하면서도 “직접 고용만이 의미 있고 유효한 방식은 아니다”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그리고 “현재 중앙컨설팅단을 통해서 자회사 모델을 만드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 기구인 중앙컨설팅단에 참가하는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현재 공공기관장들의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5년 후에 정부 방침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지금 모두 직고용했다가 나중에 다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몸살을 앓을 수 있다. 그러니 자회사에 고용해 놓으면 이후 대처에 용이하다.’ 이 말은 자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사측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해고되지 않더라도 이렇게 추구되는 자회사라면,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 고용 등 노동조건이 크게 개선되리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이 제기한 ‘자회사 고용 방식에 대해 흑백논리식 찬성과 반대로 접근하기 보다 ‘어떤 자회사냐 – 위장도급·불법파견 등 간접고용 법리에서 자유롭고, 경영 전문성과 사업·예산의 독립성을 갖추고, 정규직화 취지를 반영하는 자회사 모델 – 논의가 중요하다’는 주장은, 현실에서는 노동자들의 바람을 충족시킬 대안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좋은 자회사’ 모델의 현실을 잘 보여 주는 사례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한 서울교통공사 청소자회사들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산하 청소·주차·교통·시설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다. 서울시 노동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해 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근무조건 만족도는 높지 않다. 김성상 서울시농수산물시장노조(자회사 노조) 사무장은 “말만 정규직화지 임금이나 복지는 기존 용역업체 소속이었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하철 청소자회사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는 여성연맹의 이찬배 위원장 역시, “용역업체의 이윤과 관리비를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돌려 주는 것일 뿐 예산을 더 추가로 주지는 않겠다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용역업체 시절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시도했지만 불만사항을 개선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교섭은 자회사의 노사가 해도, 예산 결재와 승인 권한은 공사와 서울시에 있는 구조 탓이다. 그리고 공사는 서울시에, 서울시는 공사에 서로 책임을 미루며 회피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좋은 자회사’ 모델 주장은 그 논리상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을 건설하기보다는 ‘좋은 자회사’ 기준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게 될 공산이 크다.

‘좋은 자회사’의 기준을 두고 정부와 사용자들을 설득하느라 애쓰기 보단, 모든 노동자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아래로부터 투쟁 건설을 중시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