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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부동산 정책:
주거 안정은커녕 오히려 투기가 활성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10·24 대책, 주거복지 로드맵과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 2017년 하반기에만 여러 차례 굵직한 부동산 관련 정책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주택 시장 사정을 보면 그가 후보 시절에 공약한 ‘주거복지’의 실현과 ‘주택금융시장 안정화’는 너무나도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현 정부는 노동자·서민에게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을 마련해 주는 데에 충분한 정책을 펼치고 있기는커녕 투기 자본조차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 문제는 계급의 문제다 ⓒ이미진

일찍이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이 대책으로 집값을 장기적으로 잡을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됐다(관련 기사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주택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부작용만 예상되고 있다’).

기껏해야 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일부 지역의 투기 수요만 억제되고 다른 지역·부문에서 투기가 부추겨지는 ‘풍선 효과’만 나타날 거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리고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황이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에는 오히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관리돼 매매 거래량이 반토막 났던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시장이 부활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0월에서 12월 사이에 68퍼센트 증가했는데, 특히 강남·목동 중심으로 거래량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격도 폭등하고 있는데, 지난해 한 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1.4퍼센트 뛰었다(재작년 상승폭 7.6퍼센트). 강남4구는 더욱 심해, 송파구는 무려 20퍼센트 넘게 뛰었다. 강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 선정 지역 등이 ‘알짜배기 투자처’로 꼽히며 투기가 벌어지고 있다. 어찌 보면 정부가 어디에 부동산 투기를 해야 할지를 지시해 주고 있는 셈이기도 한 것이다.

‘투기과열지구’ 규제를 강화했음에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규제를 어정쩡하게 강화한 탓이다. 다주택 보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니, 기존의 아파트 여러 채 중에 일부를 정리해서 강남의 ‘똘똘한 한 채’에 돈을 몰자는 쪽으로 투기꾼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영남과 충청권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값은 내려갔지만, 서울·경인 지역과 주요 대도시의 집값은 오히려 올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보유세 인상 등이 추가로 추진된다고 한들 “세금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투기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꾼들의 돈줄을 죄려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비록 최근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와 풍부한 자금 유동성 탓에 여전히 투기꾼들은 아파트를 사기 위한 돈을 쉽게 끌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강남 불패 신화’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끝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참여정부 시기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되풀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계급의 문제

한편 대출 규제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물론 투기꾼들의 자금줄을 죄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평범한 노동계급 다수가 대출에 의존하지 않으면 도저히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니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관련 기사 ‘턱없이 부족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하라’).

규제 강화 한 달 만에 1조 7000억 원이 증가한 개인신용대출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5조 5000억 원이 증가했다. 대출 규제를 피해서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하는 ‘저질’ 대출로까지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추후 금리 인상이 더 진행되면 이는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고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여러 언론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제로는 이전 정부들의 정책과 실질적으로 다른 알맹이는 없고 그나마 기대되던 작은 효과조차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노동자·서민의 주거복지를 실현하려면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값싸게 대폭 공급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 도입 그 자체로 투기를 잡는 효과가 충분치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세금을 재원으로 해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서민 주거권 보장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투기 자본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규제로는 부족하다. 그들은 오히려 규제 속에서 ‘틈새’를 찾아내 어떤 식으로든 투기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주 언론들은 앓는 소리를 내고 있지만, 투기 자본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또한 주택 문제를 단지 협소하게 부동산 시장 내부의 문제로 보아선 안 된다. 주택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 사이의 불평등 문제에서 비롯된다. 노동자들은 자본가 계급으로부터 착취를 당하기 때문에 노동자들 중 다수는 주택 마련을 위한 충분한 돈이 없다. 또한 노동자들의 소득이 충분치 않아 빚 내서 집 사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어 투기꾼들의 자금줄을 죄려고 해도 가계부채 문제도 함께 불거진다.

게다가 노동계급 다수가 ‘내 집 마련’에 이토록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한국의 복지 체계가 워낙 취약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은퇴 후에도 어지간한 수입을 얻으려면 주택을 보유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 문제는 계급의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르주아 개혁주의 정권의 시혜적 정책들을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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