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만 명에 근접한 난민 신청:
난민 인정 확대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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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전 세계 난민 숫자가 급격히 늘어 왔다. 2016년 전 세계 난민의 수는 6560만 명으로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치였다. 그중 시리아 난민이 1200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유엔난민기구의 2017년 6월 ‘연간 동향 보고서’). 지정학적 갈등과 강대국들의 개입으로 점철된 제국주의 체제가 난민 증가의 가장 큰 원인임을 보여 준다.
한국에서도 연간 난민 신청자가 2011년 1000명을 처음 넘어선 이래 매년 급증해, 지난해에는 약 9900명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난민 신청자가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난민법을 시행한 지 올해로 5년째를 맞지만 난민들의 열악한 처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2017년 한 해 동안 난민 인정률은 2퍼센트에 불과했다. 역대 최저였던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난민 인정률은 거의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더군다나 이것은 법무부를 상대로 한 행정 소송에서 이겨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 이미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의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가족 결합’), 다른 나라에서 이미 난민 지위를 획득한 후 정부의 허가를 받아 한국에 재정착한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를 제외하면 지난해에 단 0.84퍼센트(51명)만이 법무부 단계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난민 인정 심사는 매우 졸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6년 난민 신청자가 약 7500명이었는데 전국의 난민 심사 담당자는 32명뿐이었다. 2016년에 집행된 난민 심사 면담 통역 수수료로 간접적으로 계산하면, 신청자 한 사람당 면담 시간이 고작 1.7시간에 불과하다.
또한 난민 인정 심사는 난민 신청자에게 난민임을 스스로 입증하라고 요구한다. 이는 박해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짓 서류를 이용해 탈출하거나 증거를 챙기기 힘든 난민들에게 높다란 장벽을 치는 것이다. 성소수자 난민은 심사 과정에서 성관계 횟수와 상대, 체위 묘사 등 부적절한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박해 위험으로 본국에서 성정체성을 숨겨야 했기 때문에 입증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무지개는 국경을 넘는다》, 2017).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 인정 불허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장기간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거나 강제송환의 위험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강제송환은 난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조처다. 다음 증언은 이런 난민의 고통을 잘 보여 준다.
“[난민 인정 불허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각 통지서를 받으러 간 나는 통지서를 받고 사무실 문을 나서자마자 이민특수조사대에 체포돼 조사받은 후 본국으로의 송환을 앞둔 신세가 됐다. … ‘본국에서 당신을 보내라고 했다’는 설명에 나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난민 신청한 이유가 거기에 있는 건데.’
“함께 갔던 친구가 … [난민 지원단체] 난센에 연락해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무도 모르는 중에 박해의 위험이 있는 본국으로 돌려보내졌을 것이다. 나는 난센의 개입으로 강제송환은 면했지만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라는, 도대체 알 수 없는 이유로 6개월 넘게 외국인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난민인권센터의 ‘한국사회와 난민인권’ 강연 자료집)
취업 금지
난민 지원도 매우 열악하다. 정부는 이주노동자가 체류 기간 연장을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을 막겠다며 난민 신청 후 6개월이 지나야 취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취업이 금지된 기간 동안 생계비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는다. 2016년에 생계비 지원을 받은 난민 신청자는 전체의 8.6퍼센트뿐이었다. 그마저도 지급 기간은 평균 3개월에 불과했다.
지난해 3월 경주에서는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가 미등록 신분으로 일하다가 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난민 신청 후 6개월 간 취업 금지 규정 때문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취업 자격 없이 일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문제될까 봐 출입국관리사무소 방문 자체를 두려워했고, 결국 체류 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 못해 미등록이 됐던 것이다.
난민 신청자나 인도적 체류자는 국민건강보험에 지역가입자로 가입할 수 없어 제대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직장가입자로는 가능하지만 영세한 곳에서 일하는 경우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출산 예정일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기가 나올 기미가 안 보여 …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어요. … 양수가 더러워져 아기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어요. 당시 아이를 빨리 낳을 수 있는 방법이 유도분만 주사를 맞는 거였는데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 주사를 맞지 않고 배가 아파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당시에 아이를 건강하게 낳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지만 출산 비용과 입원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너무 막막했어요.” (난민 지원 단체 ‘피난처’의 ‘국내 인도적체류 허가 난민의 실태조사 보고서’, 2015)
한편, 정부는 시리아인들의 난민 신청이 증가하자 대부분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2014년부터 연도별 난민 인정자보다 인도적 체류 허가가 많은데, 누적 인도적 체류자의 75.9퍼센트가 시리아 국적자이다. 그러나 인도적 체류자는 취업 활동 허가 외에 아무런 처우를 보장하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권 대상에서도 제외되며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도 없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협약상 난민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부여한다. 현재 전 세계 난민 중 가장 비중이 큰 시리아 난민이 정작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난민법이나 난민협약의 한계를 보여 준다.
정부는 3월 6일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시행 기간이 문재인 집권 기간과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이주민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난민이 겪는 고통의 핵심 원인인 극도로 낮은 난민 인정률을 올리겠다는 계획은 없다. 초안에 있던 인도적 체류자 의료보험 가입도 확정된 안에서는 빠졌다.
문재인은 대선 때 비호신청자(난민)가 자의적 구금에 처해지지 않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에서 외국인 구금기간 상한 설정은 ‘검토’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고 귀화를 더 어렵게 법률을 개악한 것 등은 난민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생존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보호를 요청하는 난민을 이렇게 막 대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난민 인정을 대폭 확대하고, 난민(과 난민 신청자)에 대한 복지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
2018 ‘3.21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모든 차별과 혐오를 넘어 연대의 힘으로 인종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
일시 : 3월 18일(일) 오후 2시
장소 : 보신각
주최 : 이주공동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난민지원네트워크
후원 : 인권재단 사람, 4대종단이주인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