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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안:
약속한 개혁은 사라지고 이주민 차별이 강화되다

정부의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초안(이하 기본계획안)이 발표됐다. 2018~2022년에 적용되는 이번 기본계획안은 문재인 집권 기간 동안 시행되는 이주민 정책 전반을 포함하고 있다.

기본계획안은 이주민 ‘선별 유입’과 통제 강화라는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선별 유입’은 이주민의 국적·재산·학력 등에 따라 입국과 체류 여부를 차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선별 유입’ 정책이 “국민 일자리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기본계획안도 인정하듯이, 이주노동자들은 “3D 업종 등 인력난 완화 … (등으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임하면서도 이주민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는 외면하고 있다. 올해 8월 20일에 열린 전국이주노동자결의대회 ⓒ조승진

경제 위기 속에서도 이주노동자 유입이 거의 줄이지 않았다는 점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기업주들의 수요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주노동자 수는 계속 증가해 현재 100만 명이 넘었다.

애초에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3년까지만 체류할 수 있었지만, 일부는 최대 9년 8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게 됐고, 이제는 ‘점수제’를 도입해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렇게 체류 기간이 연장된 것도 사용자들이 숙련된 이주노동자들을 원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주노동자들이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면 몹시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을 짧게 쓰고 내보낸다는 고용허가제의 ‘단기순환 원칙’은 현실에서 무너져 왔다. 정부는 사업장 이동도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 제도인 고용허가제를 유지하면서, 일부에게는 장기 체류를 허용해 사용자의 수요를 충족하는 정책을 펴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장기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야박하기 짝이 없이 굴고 있다.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한국으로 가족을 데려올 수 없고, 일자리를 잃으면 체류도 불허된다. 영주권을 얻은 후에만 귀화가 가능하도록 해 이주민들의 귀화를 더욱 어렵게 하는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이나 단속추방 강화 등의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책임 전가

기본계획안에는 문재인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이주노동자를 위한 개혁 조처가 대부분 빠졌다.

문재인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과 ‘강제근로 폐지에 관한 협약’(제105호)을 비준하고, 국내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ILO 협약들에 따르면, 사업장 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고용허가제는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제도다. 그러나 기본계획안에는 사업장 이동 금지 폐지 등의 내용이 전혀 없다.

또, 농축산업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근로기준법 63조 폐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할 때 영장을 발급받도록 하는 것, 18세 미만 미등록 이주아동을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하지 못하게 하는 공약 등도 기본계획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체류외국인 증가와 이들의 정주화·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원, 갈등관리 등 사회적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며 그 책임을 이주민들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이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복지 지원이 “국민 역차별” 논란을 낳는다면서 말이다.

결혼이주민 등 정주 이민자에 대해서는 ‘자립과 참여’ 능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복지 지원도 늘리지 않는다. 그러나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결혼이주자 가정의 월평균 가구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32.6퍼센트나 돼 복지 확대가 꼭 필요하다.

기본계획안은 한국 정부가 난민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듯 묘사한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한국의 난민 인정 비율은 3퍼센트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난민 인정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은 없다.

이처럼 이번 기본계획안은 이주민에 대한 정부의 차별과 통제 강화를 정당화하며, 문재인이 내놓았던 부실한 이주민 관련 공약마저 거둬들이고 있다.

실업의 책임을 이주민에게 전가하고, 이주민 복지 지출이 낭비라며 줄이는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 이는 실업과 복지 부족의 책임을 정부나 사용자들이 아닌 이주민에게 돌려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낸다. 그리고 경제 위기 시기에 가장 취약한 집단의 권리와 복지 축소는 다른 사람들의 권리와 복지를 줄이는 공격으로 이어지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