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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

2021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 짓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진행 중이다.

경영계는 연일 최저임금 동결·삭감을 부르짖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고려해야 한다며 말이다. 세 차례 전원회의 동안 사측 위원들은 아예 안을 내놓지 않다가 7월 1일 2.1퍼센트 삭감안을 내놨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는커녕 이 기회에 더 개악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6월 29일 3차 전원회의에서 사측 위원들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하게 주장했다. 특정 업종들은 최저임금을 더 낮출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차등 적용은 부결됐지만 사측 위원들은 “올해 힘들다면 제도개선위원회 또는 연구 등을 통해 차후에라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며 거듭 개악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이런 경영계의 입장을 반영한 최저임금 개악안이 21대 국회에 6개나 상정돼 있다.

문재인 정부도 경영계 편을 들며 최저임금 억제에 군불을 때 왔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에 “경영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밝혔고, 경제부총리 홍남기도 “속도조절”을 언급했다. 취약계층을 위해 노사정이 협력하자면서 정작 최저임금은 억제하려는 것이다. 정부의 위선을 보여 주는 또 다른 대목이다.

코로나19로 처지가 더 악화된 저소득층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절실한 요구다. 6월 24일 민주노총 결의대회 ⓒ출처 〈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은 2021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1만 770원을 내놨다(월 225만 7702원). 기존 8590원에서 25.4퍼센트 인상한 액수다. 또한 2018년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인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철회하고 산입범위를 원상 복구할 것, 15시간 미만 노동자 주휴수당 지급, 민간부문·공공기관 경영자 최고임금제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국가가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라고도 요구했다. 이는 모두 지지할 만한 요구들이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요구안이 “국민의 눈높이와 안 맞다”며 경영계의 비난을 거들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요구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분석해 산출한 실태생계비에 기초한 것이다. 2019년 기준 1인 가구 실태생계비는 224만 원이었다. 실제 노동자들의 삶과 필요에 근거해 산출한 최소한의 액수인 것이다.

한국노총이 노동자들의 필요를 중시하지 않고 민주노총 요구안을 낮추라는 압력을 가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태도다.

최근 양대노총은 요구안을 조율해 1만 원 요구를 제시했는데, 사용자들이 삭감안을 꺼내며 강경하게 나온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기존 요구안에서 후퇴한 건 아쉬운 일이다.

이 시국에 최저임금 인상?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 코로나19로 노동자들의 처지가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취업자 중 무급이나 유급으로 휴직한 사람도 1년 전보다 126만 명이나 급증했다. 소득 감소로 인해 적금 해지, 보험 해약, 대출이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최하위분위(1분위)의 노동소득은 53만 원에서 51만 3000원으로 심지어 감소했다.

지난 3년간 최저임금 인상도 매우 불충분했다.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이 각각 10퍼센트대로 인상돼 경영계가 반발하자,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억제에 나서, 2020년 최저임금은 2.87퍼센트라는 최악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또한, 2018년 정부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기존에 따로 지급하던 상여금·복리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였다. 기업주들은 실제로 임금을 인상하지 않은 채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해서 인상률만 맞추는 꼼수를 쓸 수 있었다.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최저임금의 낮은 인상률은 실질임금 하락을 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상률보다 주휴수당 의무화, 산입범위 확대 철회 등 제도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폭 인상과 제도 개선을 대립시킬 까닭은 없다. 산입범위 확대로 지난 2년간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많은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

자영업자 도산?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자영업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대거 도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얼마간 과장된 면이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고용원이 없거나 가족 운영을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에), 피고용인을 둔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입에 압박을 받고, 그래서 임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이나 해고를 택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부양 효과를 내서 자영업자에게도 이익만 될 것이라는 민주노총의 일면적 주장은 상이한 두 계급에 대한 포퓰리즘적 감싸기이지 온전한 진실이 아니다.

물론 자영업자가 노동계급의 적은 아니지만, 노동계급인 것도 아니다. 노동계급이 자영업자의 지지(정확히 말해 묵종)를 끌어내려면, 두 계급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다고 감언이설을 하거나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 일부를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 계급에 맞설 힘과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이 오르면 중소기업이 고용을 축소해서 오히려 저소득 노동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주장들도 있다. 6월 10일 소상공인 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일자리 사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임금과 같은 열악한 조건은 노동자들의 생계 유지를 어렵게 만든다. 일자리와 조건 개선 둘 다 중요한 문제다.

노동자들은 이 경제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따라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희생을 감내해야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 빠져 있는 것을 감안하자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다수 저소득층 노동자들에게 법적 강제성이 있는 최저임금의 존재는 생계의 최저선이다.

노동자들이 고통분담 논리를 받아들이며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한다면, 오히려 기업 살리기를 위해 노동자 희생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부추길 것이다. 이는 되레 고용조차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압박이 된다.

경제 위기의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임금과 고용 모두를 지키기 위한 노동자 투쟁을 발전시키는 것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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