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과 지금의 국제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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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사흘 전인 4월 24일, 미군 전략 폭격기 B-52H 2기가 대만 인근 해역과 남중국해 일대를 돌았다. 회담 전날인 26일에는 중국 폭격기 편대가 미군 폭격기가 지나간 곳과 같은 지역에 출현했다. 중국 공군은 이것이 “국가주권과 영토보전의 유지 능력을 단련”하기 위한 “대만섬 일주 비행”이라고 했다.
이 일은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 사례의 하나다.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경쟁은 대만 문제뿐 아니라, 무역, 군사 등 다방면에서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하며 보호무역 정책 강화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때문에 중국에 대해서뿐 아니라 유럽, 북미, 동아시아 모두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독일·일본 등의 무역 갈등과 달리,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지정학적 경쟁과 맞물리면서 훨씬 더 위험한 형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트럼프가 신경 써야 할 곳은 단지 동아시아만이 아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중동, 유럽 등지에서도 미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동 상황은 혼란 그 자체다. 4월 13일 미국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시리아를 공습했다. 그러나 오바마처럼 트럼프도 중동에 대한 대규모 군사 개입을 꺼린다. 그에게는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중동에 발을 더 깊숙이 넣을 수도 없지만 완전히 뺄 수도 없다.
물론 트럼프 자신이 중동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는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강행하려 한다. 또한 이란의 영향력 제고를 막겠다면서 프랑스, 독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 핵합의를 폐기할 것 같다.
트럼프의 이런 행동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듯하다. 서방이 무장시킨 국가인 이스라엘은 전통적으로 중동에서 서방, 특히 미국을 대신해 전쟁을 하는 구실을 맡았다.
지금 이스라엘은 이란을 제압하고 싶어 안달이다. 4월 26일 미국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시리아에서 부딪힐 확률이 커졌다고 했다.
전환
중동의 불안정은 동아시아의 갈등이 급격히 대화 국면으로 바뀌는 데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준 듯하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남한·일본에게 보복을 할 가능성 때문에 대북 선제 타격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겠지만, 중동 문제로 한반도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의 기성 안보 기구들의 노선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은, 그가 파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받아들인 데서도 확인된다.
그의 이런 급전환 때문에 일본 총리 아베가 뜻밖의 타격을 입었다. 아베는 그동안 트럼프와 함께 대북 강경론을 펴 왔는데, 지금 그는 미국의 무역 공세 대처에 실패한 데 이어 북핵 외교에서마저 소외됐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해 있다. 이와 맞물려 각종 부패 추문이 다시 폭로되면서 트럼프의 “훌륭한 친구” 아베는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매우 불안정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미·중의 제국주의적 경쟁이 불안정을 높이고 있다. 4월 10일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경제논설위원 마틴 울프는 이렇게 지적했다. “만약 두 국가가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들은 상대방뿐 아니라 전 세계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는 이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그래서 미국이 중동의 혼란을 의식하며 북한과 대화하는 상황이 영구히 가지 않을 것인 데다 중국과의 경쟁이 악화할수록 패권을 위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모험을 하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남·북/북·미 정상회담들은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 체제를 보장해 주리라 기대할 게 못 된다. 노동자 운동은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반제국주의적 한반도 평화 운동의 기초를 놓아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불과 다섯 달 전, 한 북한 군인이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에 오려고 목숨을 걸어야 했다. 그만큼 남북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군사분계선은 정말 넘기 어려운 분단 장벽이다.
그러나 4월 27일 남북의 두 정상은 두 손을 맞잡고 그 선을 쉽게 넘나 들었다. 적잖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며 “평화, 새로운 시작”을 염원했을 것이다.
대결과 적대보다 남·북한이 서로 화해를 다짐하는 것이 더 좋은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반대할 자는 홍준표 같은 한 줌의 우익들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은 “평화의 시대”를 여는 데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판문점 선언의 문구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남북 당국들이 합의에 이르기보다 그 합의를 이행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임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남북 화해·협력 문제에서도 주변 강대국 간의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엄중한 현실도 눈에 들어온다.
재확인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주요 내용 상당수는 과거 남북이 약속한 바를 재확인하거나 이를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표 참조). 그중 남북이 서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불가침 의무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이미 언급됐고, 그 후에도 남북이 주요 회담에서 거듭 다짐한 것이다.
2018년 판문점 선언 | 2007년 10·4 남북 선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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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 양측 의회 등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 불가침 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 노력하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 문제를 협의·추진해 가기로 하였다. |
그러나 다짐은 늘 지켜지지 않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남북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부터 대결과 적대 과정에서 협정을 번번이 어겼다. 사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는 남북이 지난 65년 동안 정전협정의 비무장지대 설정을 완전히 무시해 왔음을 웅변해 준다.
합의보다 이행이 더 중요하다는 점은 남북 두 정상도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동의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다.
그러나 역대 남북 합의가 거듭 휴지조각이 된 주된 배경에 주변 제국주의 국가들의 관여와 경쟁이 만드는 국제 정세의 변화, 즉 남북 두 국가가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국회 동의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근본적으로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약속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실향민, 탈북자, 연평도 주민의 상처’를 언급했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에는 8·15 이산가족·친척 상봉 외에 자유 왕래 문제에서 명시된 게 없다. 자유 왕래 문제는 남북 두 정상에게 우선순위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군축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군축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한반도는 치열한 군비 경쟁의 장이고, 특히 남한은 매년 엄청난 규모의 군비 증강을 해 육중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주는 부담을 고려한다면, 군축 언급은 많은 사람들이 반길 만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군축에 의지가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우선, 판문점 선언의 ‘군축’ 선언에는 구체적 이행 계획이 없다. 그저 의지를 확인했을 뿐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당장에 첨단 전투기 F-35를 도입하는 등 대규모 군비 확장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북한만을 의식해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남한도 동아시아에서 점증하는 군비 경쟁의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남한의 군비 증강은 북한을 자극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추가 핵실험은 없다고 선언했다. 반면 남한은 대북 침공 계획을 반영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을 실시했다. 그리고 경찰력을 동원해 사드 기지 공사를 강행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공세를 강화하는 시기에는 어떤 것보다 한미동맹 자체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일 텐데, 문재인 정부는 이 점에서 물러설 태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군비 확장과 한·미 군사협력 강화가 지속되는 한, 연내에 종전 선언에 이른다 한들 이는 말 그대로 선언에 그칠 수 있다.
종전 선언을 거쳐 항구적 평화 체제로 나아가는 데서 중요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여겨지는 것은 북·미 관계의 진전 여부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판문점 선언의 성공 여부도 결국 여기에 달렸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기로 하면서, 사람들은 남북 합의를 불안하게 만들던 “미국 변수”가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종전 등이 미국 등의 추인에 달렸음을 인정한 남북 정상회담 합의만 봐도 미국 변수는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미국과 북한의 줄다리기는 이제 시작이다. 게다가 아직 핵무기도 없는 이란과의 핵합의가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도 파기 위험에 처한 것은 북핵 협상도 앞으로 우여곡절이 많을 것임을 예고한다.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최대한의 압박”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폼페이오, 볼턴 같은 대중·대북 강경 인사들을 외교·안보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런 임명을 통해] 김정은과의 협상에서 ‘상생을 위한 주고받는 협상’이 아니라 최소한을 내주고 최대한을 얻기 위한 ‘찍어 누르기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과시하려는 것이다.”(이삼성,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한길사, 703쪽)
무엇보다 미국에게 ‘북한 문제’는 중국·일본 등 다른 제국주의 강대국들을 단속하는 문제에 종속돼 있다. 미국도 스스로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제국주의적 경쟁을 벌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미 협상의 미래는 기본적으로 불투명하다.
물론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 큰 틀의 합의에 이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합의 이행과 검증은 매 단계마다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다. 이와 연동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가늘고 긴 불확실한 과정이 될 공산이 크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더 이상 전쟁은 없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향한 한국인들의 열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그 열망을 실현하는 동력은 정상 간 약속에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 번영이 곧 평화인가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두 정상은 “평화” 못지 않게 “번영”을 강조했다. 이 점은 두 정상의 연설과 판문점 선언 곳곳에 반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자신이 공언해 온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진전시킬 계기로 삼고자 하는 듯하다. 경제 발전을 강조해 온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경제협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0·4 선언에서 합의된 경협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면서, 경제협력이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우선 남북 경협 사업 재추진을 위해서인 듯하다.
이처럼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많은 여권 인사들이 시장을 통한 번영을 강조하는 데는 경제적 상호 의존이 평화를 보장한다는 개량주의적 환상이 깔려 있다.
그러나 경제적 상호 의존이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보장한다는 생각은 역사적으로도 제1차세계대전 등으로 반증됐고, 이론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당장 미국과 중국처럼 경제적으로 서로 크게 의존하는 최대 규모 경제들이 전쟁으로 치달을지도 모를 갈등을 빚는 것을 보라. 지정학적 경쟁을 자본주의 경제와 별개의 것으로 보는 통속적인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경제적 상호 의존이 경제적 경쟁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고, 지정학적 경쟁도 자본주의 경쟁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과거 남북 경협의 경험을 돌아봐도 경협 확대가 평화를 보장해 주지 못했다. 동쪽에서 금강산 관광이 진행되는 와중에, 서쪽에서는 서해교전이 일어나곤 했다. 개성공단이 2010년 공단의 지척에서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다.
미국과 얽힌 정치·군사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경협이 평화를 보장해 주기는커녕 그 자체도 크게 진전되기 어렵다. 경협 사업 중에 국제 대북 제재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 게 거의 없다시피 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의 부친이 그랬듯이, 핵무기를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을 여는 지렛대로 활용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자신감을 갖고 상황을 주도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북한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과시적으로 공개한다고 해서, 북한이 주변의 막강한 제국주의 국가들에 둘러싸였고 국내총생산이 남한의 2퍼센트 남짓한 국가라는 점을 가릴 수는 없다. 최근 강화된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를 더 어렵게 한 듯하다. 김정은 정권은 자본주의 세계 체제 속에서 여전히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처지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후, 김정은 위원장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환대를 받았다.(종신 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으로서는 같은 독재자의 방문을 환영할 만한 정치적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베이징을 오가면서 김정은은 소련·중국 사이의 등거리 외교로 실리를 얻으려 했던 할아버지 김일성의 경험을 곱씹었을 것이다.
미국의 적대 정책 때문에 북한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입김이 커질 우려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무역 활성화와, 기업 자율화 같은 시장 개혁 조처로 경제 발전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국제 대북 제재 문제를 해결하고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정은에게 트럼프와의 만남은 이 모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한판 도박으로 여겨질 듯하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한 일도 이런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고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면 북한은 주한미군을 “군사적 균형자”로 인정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셈법은 이와 사뭇 다를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일본 등의 핵무장을 자극할까 우려하긴 하지만, 그간 미국은 북한 ‘위협’론을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동맹을 강화하고 대對중 군사행동을 합리화하는 명분이 됐다. 당장 사드가 어떤 명분으로 한국에 들어왔는지를 떠올려 보라.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만날 것이고, 그 결과가 어찌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국주의 강대국 미국이 여전히 북한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