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평화협정의 실패한 역사

많은 사람들이 정부 당국 간의 협정·협상이 평화를 가져오리라 기대한다. 그런 기대의 밑바탕에는, 결국 지배자들이 마음 먹고 서로 합의한다면 적어도 전쟁은 피할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믿음이 있다. 남북한 지배자들의 힘이 거기에 못 미친다면,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대화로 조정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약속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안전 보장 약속에 기초한 한반도 평화협정, 평화 체제 구상과 요구가 여러 형태로 계속 등장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거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20년 동안 강대국들이 평화 공존을 약속하며 맺은 협약이 거의 100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협약들은 1914년 유럽 강대국들이 일제히 전쟁에 뛰어드는 것을 막는 데 아무 소용 없었다.

제1차세계대전 종결 후, 지배자들은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며 여러 평화 조약을 다시 맺었다. 그러나 불과 20년 후 인류는 훨씬 더 큰 전쟁인 제2차세계대전을 겪었다.

이처럼 자본주의 국가들 간 조약을 근거로 한 평화는 막간극으로 끝나거나, 대중의 커다란 환멸과 희생을 낳는 것으로 귀결돼 왔다.

그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려면, 우리는 제국주의라는 엄연한 현실 속에 살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표) 평화협정의 역사적 사례들
합의 내용 결과

1919년 베르사유 조약과 국제연맹 결성

  • 제1차세계대전 이후 전후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1919년에 체결.
  • 전쟁 재발을 막고자 베르사유 조약을 근거로 국제연맹 결성
  • 이후에 부전(不戰)조약과 여러 군축 조약도 체결됨.
  • 1939년 제2차세계대전 발발.

1939년 독소불가침조약

  • 1939년 독일과 소련이 서로 침공하지 않기로 약속. 그리고 동유럽 지역의 세력권 분할.
  • 이로써 나치 독일은 영국·프랑스와의 전쟁에 집중할 수 있었음.
  • 소련은 서부전선에서 영·프·독이 서로 싸우면서 힘을 다 빼기를 기대. 민족 이기주의적 발상.
  • ‘사회주의’를 표방한 소련이 나치와 손잡은 일은 수많은 반파시즘 투사들을 절망케 함.
  • 1941년 히틀러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면서 불가침조약은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사라짐. 전쟁으로 소련 인민 2000만 명 이상 희생됨.

1993년 오슬로 협정

  • 미국의 개입으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 정부가 맺은 평화협정.
  • PLO가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대신, 이스라엘의 점령 아래 자치 정부를 꾸리기로 함.
  • 자치정부는 허울일 뿐이었고,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대부분을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영토 확장을 지속함.
  • 오슬로 협정이 거짓 약속임을 확인하고 분노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2000년에 거대한 대중 항쟁을 일으킴(2차 인티파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제국주의란 무엇인가?”를 읽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