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와 민간 위탁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 준 지하철 9호선:
서울시는 9호선을 완전히 공영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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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9호선은 여의도에서 강남을 관통하는 주요 노선이다. 그러나 민영화와 민간 위탁에 따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 안전성 하락 등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9호선은 민영화로 인해 운영 구조가 복잡하다.
우선 9호선 1단계 구간인 ‘개화~신논현’의 시행사는 민간 자본인 ‘(주)서울시메트로9호선’이다. 이 회사는 9호선 1단계 총 사업비 3조 4510억 원 중에서 20퍼센트가 채 안 되는 6631억 원을 냈지만, 30년간 9호선을 운영할 권한을 얻었다. 게다가 이 회사 투자자들은 다른 민자 사업에 견줘도 높은 8.9퍼센트의 수익률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서울시는 매년 막대한 지원금을 써야 했다. 애초에 정부와 서울시가 국공채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면 훨씬 적은 비용이 들었을 텐데 말이다.
시행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열차 관리·운영을 ‘(주)서울9호선운영’에 넘겼고,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은 다시 차량유지보수 업무를 ‘메인트란스㈜’에 위탁했다. 서울9호선운영과 메인트란스의 주주는 프랑스계 자본인 RDTA와 현대로템으로 동일하다.
자본금이 각각 10억 원과 5억 원에 불과한 이 회사들은 위탁에, 재위탁이라는 복잡한 구조를 만들고는 그 사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서울9호선운영은 지금까지 총 294억 8000만 원을 배당으로 지급했고, 메인트란스가 지급한 배당금도 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민간 사업자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또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시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혼잡도는 전국 최고로 ‘지옥철’로 불린다. 서울 지하철 중 가장 혼잡한 구간 ‘베스트5’ 모두를 9호선이 차지하기도 했다. 출·퇴근시간 일부 구간의 혼잡도는 200퍼센트를 넘는다. 최대 160명이 타도록 설계된 열차 1량에 380명이 넘게 타 짐짝처럼 옮겨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높은 혼잡도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차량 때문이다. 승강장 크기는 최대 8량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열차 한 대당 차량이 4량뿐인 경우가 여전히 대다수이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 자본이 열차를 늘리는 데 소극적이어서 수년 동안 지옥철인 상황이 이어졌다. 최근 서울시가 열차를 늘리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9호선의 인력도 매우 부족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은 직원 1인당 수송 인력이 16만 명인데 9호선은 26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
9호선 기관사들은 서울교통공사보다 매달 평균 3~4일을 더 일하고 있으며, 한 번에 운행하는 시간도 더 길다. 서울교통공사와 다르게 비숙박 근무이기 때문에 새벽 일찍 출근해야 해서 피로도도 높다. 전동차뿐 아니라 지하철 시설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기술 노동자들도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피로가 증가하면 지하철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다. 역무 인력도 부족해 1인 역사가 대부분이어서 승객의 서비스와 안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조건과 이로 인한 시민 안전의 문제는 지난해 9호선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만약 9호선이 공영으로 운영이 됐다면 민간 자본들이 배당금 등으로 얻고 있는 수익을 노동조건 개선과 차량 확대 등에 투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완전 공영화 외면하는 서울시
2012년 당시 서울지하철 9호선 시행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요금 500원 인상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회사의 요금 결정권을 회수하고, 투자자를 교체하는 ‘자본 재구조화’를 2013년에 실시했다. 당시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대주주였던 맥쿼리는 사업권을 팔고 나갔고, 국내 자본으로 주주가 교체됐다.
그러나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예정됐던 높은 수익률에 맞춰 충분한 보상을 해 줬고, 교체된 투자자들에게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4.86퍼센트를 보장했다. 이 과정에서 ‘9호선 시민펀드’로 1000억 원을 모금했지만, 시민펀드도 지하철의 공공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수익률 4.19~4.5퍼센트를 보장하는 수익성 좋은 투자처 구실을 했을 뿐이다.
반면, 9호선 1단계 구간의 운영권은 여전히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남겨 둬, 민간 위탁 문제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게다가 9호선 2·3단계는 서울시 재정 사업으로 진행됐지만, 서울교통공사가 직영하지 않고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이라는 자회사를 만들고 재위탁하면서 기존의 민간 위탁 문제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과 동일한 노동을 하고, 상시지속 생명안전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자회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은 무늬만 공공부문 자회사이며 사실상 민간위탁 회사와 다를 바 없다.
또, 9호선은 1단계와 2·3단계가 분할 운영되면서 지하철 안전을 해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지하철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민간 투자자들을 다 걷어내 9호선 전 노선을 서울교통공사가 소유하고, 직접 통합 운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민간 자본에게 쓸데없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대신 노동자들을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몰아넣어서는 지하철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아직까지 서울시는 완전 공영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 자본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9호선 운영에서 제일 상위에 있는 원청으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더구나 1000만 서울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은 자본과의 계약관계를 떠나서 서울시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지난해 9호선 노동자들의 파업 이후, 9호선 노동조합들과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대책위’ 등은 9호선 공영화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여기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9호선 이용자 대다수가 9호선이 공영화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최근 노동당, 녹색당, 민중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등 진보 5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지하철 9호선 공영화를 당론으로 공동 채택하고, 공동으로 활동할 것을 선언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지하철 9호선 완전 공영화를 확정 짓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