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노동자들의 인력 충원 투쟁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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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언주역~중앙보훈병원역 구간) 노동자들이 12월 11일 파업을 예고하며 인력 충원 투쟁을 벌이고 있다.
9호선은 서울 서부의 주요 주거 지역과 강남의 주요 업무 지구를 연결하는 핵심 통근 노선으로 많은 노동자가 이용하고 있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노동조건 악화로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9호선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 등 안전 대책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그 성과로 지난해 12월, 인력 55명을 우선 충원하기로 서울교통공사와 합의했다. 이는 안전을 위해 최소 197명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서울교통공사의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노사 합의안을 부정하고, 인력 증원 약속도 뒤집었다. 올해 내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더니 결국 단 한 명도 늘리지 않았다.
최근 서울시는 15명만 증원하겠다며 ‘아니면 배 째라’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기층 노동자들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안전을 내팽개치는 서울시
출퇴근 시간대에 9호선은 인파가 몰려들어 열차와 승강장에 꽉꽉 들어찬다. ‘압사 공포는 일상’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의 1제곱미터당 밀집도는 5명 안팎으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최대 밀집 권고 기준치인 2~3명의 약 2배 수준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인력 부족과 안전 위기를 방치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9호선지부 강유정 사무국장은 일상화된 1인 근무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혼자서 역사를 지켜야 하는 일이 흔합니다. 신입 직원은 입사 당일 바로 1인 근무에 투입되기도 해요. … 혼자서는 안전 사고에 대응할 수가 없어요. 저도 혼자 근무하던 중 화재 경보기가 울린 적이 있는데요. 역무실 기계, 화재 경보기, 에스컬레이터 등을 확인하러 혼자 뛰어다녔어요. 동시에 안내 방송을 하고 수십 통의 민원 전화도 처리해야 했습니다. 경보기 오작동이라 다행이었지, 실제 화재였다면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었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심야 시간대 여성 1인 근무 문제가 심각한데도 “서울시는 대책이 없다”며 강유정 사무국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신당역 여성 역무원 살해 사건 이후, 서울시가 안전 조치라며 한 것은 호루라기와 작은 페퍼 스프레이를 지급한 것밖에 없습니다. 2인 1조 근무 지침도 안 지켜졌어요. … 인력 증원에 돈을 쓰기 싫어서 심야 시간대에만 보안업체를 구하려다 실패했어요. 그러자 ‘당근’(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경험 없는 아르바이트생을 수개월간 고용한 적도 있었어요.”
9호선은 서울지하철 1~8호선 평균 인력의 약 30퍼센트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노동강도가 높다. 그러나 임금은 1~8호선에 비해 약 10퍼센트 낮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임금 차별을 지속하며 노동자 쥐어짜기에 여념이 없다.
9호선은 ‘기관사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1인 승무, 장시간 노동, 짧은 휴게 시간, 최악의 혼잡도 속에서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계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으로 안전 예방·점검이 매우 부실한 것도 당연한 결과다. 안전 점검을 담당하는 최기범 조합원은 분통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9호선의 기술 인력은 서울지하철 1~8호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30킬로미터에 달하는 선로를 단 4명이 한 달 동안 점검하고 있어요. 당연히 안전 점검은 미흡할 수밖에 없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교통부조차 시정을 요구했고, 서울교통공사는 문제를 인정했어요. 그런데 올해 대책이랍시고 정기 점검을 외주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철도안전법 위반 소지로 외주화 계획은 철회됐지만, 어쩜 이토록 안전에 무관심한지 어이가 없습니다.”
정의로운 투쟁
현재 서울시의 인력 충원 약속 파기를 좌시할 수 없다며, 파업으로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파업 예고에 ‘시민 불편,’ ‘교통 대란’ 운운하지만, 시민들을 ‘지옥철’에 내팽개쳐 온 건 서울시와 사용자 측이다.
오세훈은 쿠데타 옹호 세력과 결탁해 왔고,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기 위한 치적 쌓기용으로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하다가 시민 불편만 낳았다. 그러면서 정작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지하철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
이런 자를 9호선 노동자들이 물러서게 한다면, 쿠데타 세력 청산을 원하는 대중에게도 통쾌한 소식일 것이다.
시민 안전과 공공 서비스를 위한 9호선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