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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9호선 2단계 해결 방안?:
서울교통공사 내 사업부(독립채산제) 방안은 민영화 지속하는 꼼수

최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에 대한 새로운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현 구조를 바꿔, 서울교통공사로 통합하되 그 내에 별도의 독립채산제(사업부제)로 둔다는 것이다. 일명 ‘CIC(사내 독립 기업 제도)’ 방안이다.

다단계 위탁 구조와 서울시 조례 위반

그동안 서울시는 민간 자본으로 건설된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의 운영권을 프랑스계 민간 자본에게 맡겨 왔고, 9호선 2단계 구간은 서울교통공사에 위탁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단계 구간의 운영권을 다시 자기 자회사에 위탁했다.

9호선 1단계 구간의 민영화를 유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2단계 구간을 재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다단계 재위탁을 금지하는 서울시 조례를 위반한 것이다. 사실 2단계 구간만 서울교통공사에 위탁한 것도 1단계 구간의 민영화를 유지하려는 꼼수다.

이런 재위탁 결과, 9호선 2단계 구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한 수준이다. 1킬로미터 구간당 운영 인력이 서울지하철의 3분의 1에 불과해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 임금도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의 4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최소한의 휴게 공간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7월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9호선 공영화 요구 집회 ⓒ출처 공공운수노조

반면, 서울시는 9호선 1단계 건설에 참가한 민간 자본들에게 고율의 수익률(2039년까지 4.5퍼센트, 4658억 원)을 보장해 주고 있다. 부족 인력을 충원하고 조건을 개선하는 데는 지원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노동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9호선 공영화와 서울교통공사 직접 고용 등을 요구했다.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도 이런 요구를 지지하며 힘을 보탰다.

공영화는 현재의 민간 투자자들을 걷어 내고, 위탁 구조를 폐지하고, 9호선 전 노선을 서울교통공사가 통합적으로 직접 소유·운영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민간 자본의 수익을 보장하는 데 낭비되는 돈을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제시한 ‘CIC(사내 독립 기업 제도)’ 방안은 이런 공영화 염원에 결코 부합하지 못한다. 형식적으로는 자회사를 없애고 서울교통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독립 기업처럼 운영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그대로 둔 채 포장지만 바꾸는 격이다.

사실 서울시가 CIC 방안을 제시한 것은 조례 위반이라는 난처한 상황을 벗기 위한 면피용일 뿐이다.

서울시는 9호선 2단계 운영 자회사를 서울교통공사로 통합하더라도 이 노동자들에게는 더 낮은 처우(별도의 취업규칙)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조건 개선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CIC 하에서는 그 약속도 한없이 미뤄지거나 제약을 당하기 쉽다.

수익성 위한 노동자 쥐어짜기

기업들이 CIC와 같은 독립채산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기업 내부에서 사업 분야별 성과 경쟁을 강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수익성이 낮으면 언제든 사업을 포기하거나 구조조정을 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1920년대에 이 제도를 도입한 GM과 2016년 도입한 도요타에 이르기까지 기업주들의 목표는 같았다. 인건비를 더 줄이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GM·도요타는 모두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쥐어짜기로 유명하다.

한국의 경험을 봐도 마찬가지다. 우체국은 금융과 우편 부문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우체국은 금융 사업에서 낸 흑자를 우편 부문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 우편 부문의 경영진은 적자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 혈안이다. 집배 노동자들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로 심각한 고통을 겪는 이유다.

철도공사는 화물운송 부문에 사업부제가 도입됐다. 정부와 사측은 철도 분할 민영화 추진의 일환으로 그것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화물역 축소, 화물열차 1인 승무 도입 등 수익성 제고를 위한 조처들이 도입·확대됐다. 철도노조가 사업부제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다.

수익성을 잣대로 성과를 평가하는 방안은 노동조건 개선뿐 아니라, 지하철을 더 공공적이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비용 절감과 수익이 중요해지면, ‘지옥철’ 해결을 위해 열차를 늘리고 안전을 위한 투자는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서울지하철 구조조정의 지렛대

9호선 2단계 구간 운영에 CIC를 도입하는 것은 서울지하철 전체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구조조정의 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이미 서울지하철 1~4호선과 5~8호선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방안이 제시된 적도 있다. 2015년 서울시가 서울지하철 양대 공사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한국능률협회에 의뢰한 ‘서울지하철 통합혁신을 위한 조직·인사분야 설계용역’ 보고서는 서울지하철 1~8호선을 ‘호선별 조직’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이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시는 통합 과정에서 ‘중복 인력’을 줄인다며 정원 1029명을 감축했다.

이처럼 이번 서울시의 방안은 자칫 더 큰 구조조정에 문을 열어 주는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그리 되면 더 많은 노동자들의 고용과 조건이 공격받을 것이고, 그것은 다시 9호선 2단계 구간 노동자들의 조건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구나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2단계의 운영권을 몇 년에 한 번씩 공개 입찰해 위탁 기업을 선정하는 구조는 결코 바꾸려 하지 않고 있다. 9호선 2단계 구간의 운영이 CIC 방식으로 서울교통공사에 통합되더라도, 서울시가 몇 년 뒤에 이를 9호선 1단계 구간의 운영을 맡고 있는 프랑스계 민간 자본에 넘겨줄 위험은 여전히 남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9호선 2단계 노동자들이 당장은 서울교통공사로 직접 고용이 된다고 해도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실제로 서울시는 이번에 CIC 방식을 제시하면서 그 기한을 2022년까지로 한정했다.

지금 서울시는 CIC 방안을 받지 않으면 지체 없이 민간 위탁을 위한 공개 입찰을 붙이겠다는 태도다. 9호선 문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그것도 박원순의 서울시가 진지한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고작 ‘최악이냐, 차악이냐를 선택하라’는 협박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9호선 2단계 구간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과 공영화를 쟁취하려면, 서울시의 협박과 꼼수에 맞서 27일에 단호하게 파업에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서울시민의 92퍼센트가 9호선 공영화를 지지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파업에 나선다면 9호선 2단계 운영상의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노동자들이 자신감 있게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려면, 연대가 확대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9호선 1단계 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적극적인 연대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가 내놓은 꼼수 방안은 자칫 지하철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으로 이용될 수 있으므로 지하철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서울교통공사의 편법적 재위탁에 항의해 함께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