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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서울 집값 상승:
부동산 투기를 오히려 키운 문재인 정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이 고삐 풀린 듯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5개월간 아파트값은 11.9퍼센트 올랐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 4년 2개월 동안의 상승률 10.21퍼센트를 이미 뛰어넘은 수준이다.(KB국민은행 통계)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상승한다면 아무리 대출금을 보탠다고 해도 노동자·서민에게 ‘내 집 마련’은 꿈같은 얘기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아파트값 상승에 따라 서울 전셋값이 덩달아 오르는 조짐도 보인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한국의 20대 청년층 중에서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이 30퍼센트를 넘는 ‘주거빈곤층’은 현재 47.1퍼센트나 된다. 게다가 서울시 임대주택 중 3분의 1은 주택법 상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할 정도로 열악하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노동자·서민은 질도 떨어지는 셋방마저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정책으로 다주책자들이 큰 혜택을 봤고, 오히려 투기가 활성화됐다 ⓒ〈노동자 연대〉

왜 이렇게 집값이 빠르게 오른 것일까? 무엇보다 시중에 낮은 금리로 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이 많이 풀려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년 중 지난해 말에만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IMF가 발표한 글로벌 실질 주택 가격 지수는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주택 가격 거품이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더 커진 것이다. 미국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등 시장에 돈을 푸는 조처를 취해 왔다.

이때 풀려나간 과잉 화폐는 각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세계적으로 투기를 부추겼다. 한국보다 투기가 심한 국가도 여럿 된다. 가장 과열이 심한 홍콩 등지의 부동산 거품이 터질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국도 현재 가계부채가 1500조 원에 육박하는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서 생긴 일이다. 이 상황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4월에서 7월 사이에는 집값이 얼마간 안정되기도 했다. 양도세 인상 조처의 일시적 효과와 미국 발 금리 인상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상당수 언론들은 ‘거래 절벽’이 왔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양도세 인상은 단기 처방 이상의 효과를 내기가 어려웠다. 어차피 세금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일시적 안정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투기 조장 정부

이럴 때일수록 투기를 억제하고 서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안이 절실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필두로 한 보수 우파들은 투기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에 반하는 정책들을 힐난하기에 바쁘다. 투기 억제가 “시장경제 원칙을 무너뜨리는 정책”이므로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방임해 투기꾼들의 손에 맡기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도 투기 억제에 실패했다. 심지어 투기를 활성화시키는 구실까지 했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는 시세차익을 노린 매매를 줄이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면서 다주택자들을 ‘임대사업자’로 등록시켜 줬다. 그런데 강남에서 투기꾼들이 집을 여러 채 사서 너도 나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대자 국토부 장관 김현미는 이제 와서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던 정책이 새로운 투기의 물꼬를 열어준 게 아닌가” 싶다면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한다. 진보 진영은 일찍이 이를 예상해 비판해 왔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강북 등에 대한 개발 정책을 발표한 것도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물론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은 이후 박원순은 개발 ‘보류’를 선언했지만, 관련 계획을 전면 철회하지는 않아 해당 지역 집값은 안정화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처럼 자신들이 키워 놓은 불이 발등에 떨어지자 뒤늦게 진화에 나서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 제시된 집값 안정대책들은 과거 정책들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다. 잘해야 제자리걸음이고, 십중팔구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우선 LTV·DTI 등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은 문재인 집권 내내 거듭 되풀이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으며,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서 얼마나 효과적일지 미지수다. 한편 한국은행은 한·미 간 금리 격차와 과도한 유동성을 통제하기 위해서 금리 인상을 고려하다가도, 가계부채와 한국 경제의 침체 때문에 쉽사리 금리를 인상하지도 못하는 듯하다.

물론 정부는 부동산 과세 강화 방안들도 내놓고 있다. 문제는 그 수준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양도세 강화안의 경우 비과세 요건이 강화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듯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이 2퍼센트에서 3퍼센트로 오른다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참여정부 때도 종부세 3퍼센트 세율로 투기를 잡지는 못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경향신문〉조차도 “집을 가지고 있으면 몇 억 원씩 오르는데 세금 몇 백만 원 오른다고 팔겠나”고 되물을 정도다. 투기를 제대로 잡으려면 이보다 강력한 조세 부과가 필요하다.

이해찬·장하성·김현미가 집값 안정을 위해서 입을 모아 내놓은 대안은 ‘공급 확대’였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파의 대안과 별반 차이가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공급 확대 정책은 오히려 전형적인 투기 조장 구실을 톡톡히 해 왔다. 건설업체들은 공공 택지를 사들인 후, 아파트를 짓고 값비싸게 분양해서 폭리를 취해 왔다. 그 결과 집값 안정은커녕 고분양가로 집값 상승만 일어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도시들이 투기꾼들의 놀이터가 됐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참여정부 당시의 부동산 폭등은 바로 이런 공급 확대 정책의 실패이기도 했다. 당시 노무현은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그의 집권기 동안 부동산 투기는 이명박·박근혜 집권기보다 훨씬 활발했다. 그런데 이것을 경험해 놓고도 정치인과 관료들은 집값을 잡겠다는 미명하에 이런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노동자·서민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열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적잖은 사람들이 부동산 정책을 불만 사항으로 꼽았다.(가장 큰 불만 요인인 ‘민생 문제’도 이와 밀접히 연관돼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가 말했듯 지대 수익은 잉여가치의 또 다른 형태이다. 이는 애초에 노동계급에게 다시 돌아와 마땅한 소득이다. 따라서 부동산에 매겨지는 세금은 노동계급의 복지와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돼야 한다. 또한 투기를 실제로 억누르는 효과가 있을 정도로 강화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최근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은 환영할 만하다.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과세표준구간이 개편되고, 부동산을 97억 원 초과해서 갖고 있으면 최고 세율 4퍼센트가 부과된다. 또한 이명박 정권 때 공시 가격의 80퍼센트 수준만 과세하도록 한 조항을 철회하도록 했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종부세 대신에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세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세율을 충분히 높게 책정한다면 꽤 큰 효과를 낼 것이다. “장기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현재 35퍼센트로 고정해 놨는데 이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완전히 공감한다.

부동산 투기를 잡고 서민의 주거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여러 좌파적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정책들을 실행에 옮기기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자산 소유자들의 이익을 침해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계급적 토대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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