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고용 세습’ 논란: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방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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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한국당이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채용과 이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공사 직원의 가족 등 친인척이 무더기로 특혜채용 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 사안을 ‘문재인·박원순·민주노총이 얽힌 권력형 채용 비리’로 규정하고, ‘고용 세습’, ‘청년 일자리 도둑’이라며 총공세 중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도 서울교통공사뿐 아니라 인천공항공사, 한국잡월드, 발전 등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 공공부문 전체로 확대하며,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데 이롭다. 정부가 제대로 정규직화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문제다. 무엇보다 특혜와 비리의 화신인 박근혜를 옹호하는 자들이 이런 공세를 펴는 것이 완전히 위선이다.
억측과 악의적 비방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들이 온갖 억측과 악의적인 비방으로 ‘고용 세습’을 기정사실화하려고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근거는 전혀 없다.
자유한국당이 제시한 사실이라고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무기계약직 1285명 가운데 108명(8.4퍼센트)은 재직자의 친인척”이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자 중 일부가 공사에 친인척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채용 비리가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들은 ‘무기계약직이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내부 정보를 미리 입수한 공사 직원들이 친인척에게 무기계약직에 지원하도록 했다는 억측도 보태고 있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인 2012년경부터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 당시 공사 내에서는 친인척에게 무기계약직 입사를 권하는 일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비정규직 채용 정보 등은 공사 직원들이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친인척에게 그 정보를 소개해 줬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심지어 6년 전에)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을 알고 친인척을 비정규직으로 입사시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정규직 전환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구의역 사고’가 발생한 뒤이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교통공사에 친인척이 있는 108명 중 34명은 2016년 ‘구의역 사고’ 전에, 다른 36명은 구의역에서 사고를 당한 김군과 같은 민간위탁업체 소속이었다가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다.(나머지 38명은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
한편, 〈조선일보〉는 민주노총 소속 전직 위원장(김모)의 아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주장했다가,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바로 다음 날 정정보도를 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채용 비리를 주도했다고 주장하려고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보도한 것이다.
이 외에도 서울교통공사 인사처장의 부인이 정규직이 된 것이나, 민주노총 간부의 부인이 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에서 빨리 승진해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됐다는 주장 등도 모두 비리와 상관없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불공정 채용?
한편,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들은 근거도 없는 ‘고용 세습’을 기정사실화하고는, 이를 이용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자체를 공격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민주노총이 채용 시험도 거부하고 조합원의 정규직화를 요구’한 게 비리 때문인 양 비난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거론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은 해당 업무를 수년에서 십 년 넘게 일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무슨 자격이 또 필요하단 말인가?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공정한 채용’ 운운하며 공개 채용 시험을 치르려 했는데, 이리 되면 비정규직 중 일부가 부당하게 해고될 수도 있었다.
또,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은 “서울교통공사 식당·목욕탕 직원들까지 정규직이 됐다”며, 이게 ‘채용 잔치’이고 ‘도덕적 해이’라고도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의원 이언주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밥하는 아줌마” 등으로 폄하한 것을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식당·목욕탕 노동자들은 왜 정규직이 되면 안 되는가? 오히려 진정한 문제는 식당·청소 노동자 상당수가 정규직화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파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자체를 무력화하려고, 근거도 없는 ‘고용 세습’ 운운하고 보수적인 노동자들을 자극해 노동자들 사이를 이간질하려 한다.
문재인 정부는 우파들의 공격이 근거 없는 공세라고 반박했지만, “공공기관 친인척 채용 비리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사실로 드러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서 이미 후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우파들의 공세를 빌미로 더욱 후퇴할 수도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예산 지원은 최소화하려 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조건이 악화될 상황이 되자 보수적인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는 점도 봐야 한다.
우파들이 ‘고용 세습’ 운운하며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 하는 만큼,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 투쟁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좌파 활동가들이 기층에서 비정규직 연대에 적극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