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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등 로펌들의 난민인권센터 등 인권 단체 후원:
“사회 공헌” 이름으로 추악한 기업 이미지 세탁하기

최근 김앤장 압수수색을 계기로 김앤장의 부패·비리 행위가 다시금 폭로됐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억누르려 사법농단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추악한 행보들 때문에 김앤장 등 대형 로펌들은 ‘가진 자만을 대변한다’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 왔다.

그러자 로펌들은 ‘사회 공헌’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앞다투어 공익재단을 만들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김앤장은 웹사이트에 ‘사회 공헌’을 큼지막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2016년 11월 ‘로펌공익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이 네트워크에는 김앤장을 비롯한 국내 6대 로펌(태평양, 광장, 율촌, 세종, 화우)이 모두 포함돼 있다.

로펌공익네트워크는 지난해 8월 난민인권센터와 법률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2년간 난민인권센터에 신규 채용된 활동가의 인건비를 전액 지원하고 난민인권센터가 의뢰하는 난민 소송을 무료로 대리한다는 내용이다. 난민인권센터가 2년 동안 인건비로 지원받는 금액만 총 5000만 원가량 된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대형 로펌들의 추악한 실체를 포장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기업주와 정치 권력자들의 편에 서 왔고 그 덕분에 매년 수천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왔다. 노동계급과 서민층의 피와 눈물을 짜낸 돈으로 승승장구해 온 것이다.

친기업·반노동·친제국주의

김앤장은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법률대리를 맡았을 뿐 아니라,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 등 기업들에게 노조 탄압 자문을 한 것으로도 악명 높다. 다수가 여성인 홈플러스 노조 파괴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기업 옥시를 변호해 “악마의 기업”으로 불렸다. 김앤장은 제주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의 법정 대리인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이 있는 사업장 가운데 김앤장과 관련된 사업장이 한두 곳이 아니어서, 지난해 말 민주노총은 김앤장을 “노동 적폐 5적”의 하나로 규정하고 김앤장 해체를 주장했다.

김앤장은 노동계급과 서민층의 피와 눈물을 짜내며 1위가 됐다 ⓒ출처 금속노조

이런 로펌이 “난민 인권” 운운하는 것 자체가 역겨운 일이다.

대형 로펌들의 핵심 고객은 삼성, 롯데, SK 같은 대기업들이다. 박근혜 국정 농단의 핵심 공범들의 변호를 주로 대형 로펌들이 맡아 국정 농단 ‘특수’를 누린다는 말까지 나왔다. 예컨대 업계 2위 태평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 1심 사건 변호를 맡아 엄청난 수임료를 챙겼다. 최소 1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태평양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 거래에서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법률 자문을 했다. 이것은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 프로젝트다.

그런데 UAE 원전 수출은 한국 정부의 UAE 파병과 한쌍이었다.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는 UAE-사우디 연합군을 군사 지원하고 있다! 이 연합군이 예멘을 생지옥으로 만들어 난민을 양산했다!

로펌 세종은 쌍용차, KTX 승무원 소송에서 모두 사측 대리인이었다. 이 소송은 모두 사법 농단에서 주요 재판 거래 대상이었다.

화우는 한진그룹 사건을 다수 맡아 왔는데, “땅콩 회항” 조현아의 변호인단에 화우 소속 변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로펌 바른은 이명박 정부를 곤혹케 하는 사건마다 구원 투수로 등장해, 이명박 정권의 대리인으로 불리며 급성장했다.

요컨대, 대형 로펌들은 이 사회 절대 다수인 노동자와 피차별자들의 인권과 이익에는 관심 없다. 사회 공헌은 입발림말일 뿐이다. 오히려 우리들 평범한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는 권력자들을 비호해 벌어들인 부의 극히 일부를 갖고 친기업·반노동 본색을 가리는 데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로펌공익네트워크 간사 임성택 변호사는 올해 초 이렇게 말했다. “공익활동이 화제가 되고 로펌의 평판과 마케팅에 영향을 끼쳐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김앤장의 매출액은 1조 144억 원이었다. 그중 0.0001퍼센트도 안 되는 돈을 들여 이런 부가적 혜택을 볼 수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미지 세탁

그런 점에서 난민 운동 단체가 대형 로펌들의 후원을 받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인권 단체가 김앤장 같은 반인권 선봉 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은 “인권 감수성”이 형편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형 로펌들은 ‘사회 공헌’으로 본색을 감추고 싶어한다 ⓒ출처 화우공익재단

김규환 난민인권센터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난민 인정률이 극히 저조하고 소송단계에서의 신청자 지원이 점점 어려워지던 시점에,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들의 도움을 받게 돼 기대가 크다.”

재정은 충분치 않고, 당장 소송에 돌입하는 난민을 도와 주고자 하는 선한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활동을 위한 체계적 모금 활동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으로부터 받는, 대가 없는 돈은 없다. 체제를 변호하는 기업의 돈을 받으면서 자본주의 기업과 정부를 비판하기는 힘들다. 기자들의 ‘촌지’ 수수가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은 것도 그래서다. 요즘은 기업 광고 수주가 그 자리를 합법적으로 차지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사회단체와 활동가들은 기업의 끈 달린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 부지불식간에 기업의 이미지 세탁에 이용당하게 되는 (운동 건설이라는 관점에서는) 개념 없는 행위다.

무엇보다 기업에게서 후원을 받는 것은 난민 연대 운동을 대중 운동으로 성장시키는 데 대단히 해악적이다.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문제도 중요하다. 정부는 난민 인정률을 더 낮추려 난민법을 개악하고 싶어한다. 경제 침체 시기에 난민과 이주민 등을 속죄양 삼아 노동계급의 불만의 화살을 피해 가려는 것이다. 난민 운동 측이 난민 인정률을 대폭 높이고 지원을 확대하려면 만만찮은 대중 운동이 필요하다.

특히, 난민 연대 운동은 난민 자신이 스스로 활동하고 투쟁하게 되도록 활동의 우선순위를 철저하게 재고해야 한다. 개혁입법은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을 보완할 때만 효력이 있는 전술이다. 미국과 서유럽에 차별금지법(anti-discrimination law)이 없어서 지금 인종차별과 난민 배척 운동이 횡행하는 것일까?(Green Left Weekly 'Limits of anti-discrimination law' No. 1159, October 27, 2017을 보라.)

그런데 반인권적·반노동적 로펌 김앤장 등의 후원을 받아 하는 활동이 서민과 노동자들에게 곱게 보일까. 오히려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면 서민과 노동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대중적 난민 연대 운동을 건설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구조의 ‘위’와 소통하면 할수록 ‘아래’와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김앤장은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대변하기도 했다. 난민 문제는 제국주의 문제에서 비롯했고, 특히 한국민은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 지배와 전쟁, 분단을 겪은 나라다. 지금도 제국주의 갈등 때문에 핵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난민 인권 단체가 김앤장 등의 후원을 받는 것은 반제국주의 감수성도 결여돼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부적절한 동맹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인권 운동이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정치 권력자들 일부와 동맹을 맺는 일이 새삼스런 일이 아니게 됐다. 몇몇 성소수자 단체들이 구글 같은 다국적기업의 후원을 받는 일도 그중 하나다.(인권운동 지도자들이 국가와 자본과 문제 있는 관계를 맺으며서 운동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상세하게 다루는 본지 223호 ‘인권운동 지도자들과 문재인 정부’를 보시오.)

그러나 자본주의의 수혜자이자 수호자인 기업과 국가는 결코 보편적 인권 증진을 위한 협력자가 아니다.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가 빚어 내는 불의와 불평등, 전쟁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다. 난민인권센터 등이 이런 곳의 후원을 받는 것은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이런 진실을 가리는 데 일조하게 되는 것이다.

난민들의 삶과 조건의 실질적 향상을 염원하는 활동가들은 일부 난민 단체가 김앤장 등의 후원을 받는 행보를 보이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것은 난민 연대 운동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와 기업에 대해 무감각한 활동 방식은 난민 연대 운동과 진보운동 모두에 해롭다. ‘위’로의 연대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투쟁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재정이 어렵다는 건 경제 침체기 탓만도 아니다. 난민 인권단체 등 모든 인권단체는 단체 통합과 재정 통합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자체 재정 조달을 꾀해야 한다. 난민에게 연대하고자 하는 광범한 대중(대형 노동단체 포함)에 의한 자력갱생을 도모하지 않고서는 자본 그리고/또는 국가(자본주의적 국가이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역시 (앞에서 얘기한) 난민 자신의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