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성소수자 운동은 대기업 이미지 세탁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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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구글의 실체: 여성 차별, 인종 차별, 조세 회피, 무기 개발 참여 …”를 읽으시오.
글로벌 거대기업 구글은 2014년 퀴어문화축제 후원 기업으로 참여하면서 국내 성소수자 단체 후원을 시작했다. 같은 해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설립금을 보탰다.
2017년부터는 ‘인권재단 사람’을 통해 성소수자 단체 후원을 체계화했다. 인권재단 사람의 ‘인권 프로젝트 지원 사업’의 일환인 ‘무지개 인권 프로젝트 온’이라는 사업을 통해이다. 구글은 이 사업을 통해 해마다 5000만 원을 후원한다. 이 사업은 인권재단 사람의 ‘인권 프로젝트 지원 사업’의 41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구글이 국내 성소수자 단체를 후원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구글의 세금 회피 문제와 관련 있다.
또, 2017년 팀 채트윈 구글 아시아태평양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이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과에도 도움 되니까.”
얼마 전 전 세계 구글 노동자들이 직장내 성적 괴롭힘, 여성차별, 인종차별, 비정규직 차별 등에 항의해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의 증언은 구글 내부 현실이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드러냈다. 구글이 다양성 존중 운운하고 성소수자 단체를 후원하는 것은 이미지 세탁용이었을 뿐인 것이다.
인권·성소수자 운동이 이런 대기업 이미지 세탁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
물론 인권중심 사람 박래군 소장의 말처럼, 여러 인권단체가 “규모도 작고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인권활동가들이 계속 일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차별받고 천대받는 성소수자들의 단체는 더욱 그럴 것이다. 후원을 체계적으로 조직해 소규모 단체들과 활동가들이 생계의 어려움 없이 활동하도록 하자는 선의도 인정할 수 있다. 기업의 후원이 있으면 행사를 더 성대하게 치를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정은 정치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 후원을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 아니다. 그 돈의 출처와 암묵적 조건이 문제이다. 누구에게서 돈을 받느냐는 누구에게 책임을 질 것이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다.
국내 인권·성소수자 단체 중 구글 노동자 파업 소식을 전하며 구글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한 곳은 아직 안 보인다. 구글 내 여성·성소수자·유색인종 노동자에 대해서도 ‘인권 감수성’이 발휘돼야 하지 않을까? 구글 같은 세계적 대기업의 문화는 사회적 표준이 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한편, 인권재단 사람은 2017년에 하나은행의 후원을 받았다(《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 연간 보고서 2017》 35쪽). 하나은행은 구글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국내 시중은행 ‘빅4’에 드는 큰 자본주의 기업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초 여성 지원자를 고의로 탈락시킨 채용비리 문제가 드러났고, 박근혜 비리에 연루된 최순실·정유라에게 특혜 대출을 해 줬다.
기업 후원금에 익숙해질수록 자본주의 시스템의 본질과 동학에 대한 비판의식이 흐릿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인권단체들의 “인권에는 양보가 없다”는 선언은 빛이 바랠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본주의) 사회구조 감수성을 기르기를 바란다.
사회구조 감수성을 기르면, 1980년대 용어로 ‘아방’(친구)와 ‘타방’(적)을 구분하는 게 가능해진다. 그러면 구글 등 자본주의 기업이 우리의 편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제로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해야 한다. 그것은 그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이어져야 하고, 문재인 정부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지로도 이어져야 한다. 노동권이야말로 인권의 핵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