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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노동자 투쟁:
한국전력은 배전 예산 축소와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라

1월 18일(금)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본사가 있는 나주 전력로에 건설노조 전기분과 조합원 4000여 명이 하루 일손을 놓고 모였다. 이 노동자들은 한국전력의 하청인 배전협력업체에 2년 단위로 고용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학교, 주택, 공장 등에 원활히 공급되도록 전국 9만여 주의 전봇대를 오르내리며 배전공사를 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 전기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한전이 올해 배전 예산을 15퍼센트나 축소해 고용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 노동자들의 가장 절실한 바람은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하는 것”이다. 한전의 집계를 보면, 2009년부터 10년간 협력업체 전기 노동자에게 일어난 산재사고는 1529건이다. 감전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손가락 한두 개 잘린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다.

사고 외에도 수만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다루다 보니 ‘일반인보다 400배 이상 전자파에 노출’돼 급성골수성 백혈병 같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안전 문제로 공사별 필수 보유 인원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 공사에 투입되는 노동자는 서류상 인원의 60~70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만큼 노동강도는 높다. 하청 기업주들이 민간자격증제도의 헛점을 이용해, 자신의 가족, 친구, 심지어 동네 구멍가게 주인 등 비전문 인력으로 명단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직종이라 신규 인력이 거의 없어 50~60대가 절반이 넘는다. 63세로 정년을 맞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밀려나면 노동강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수년째 한전 직접고용, 국가자격제도 도입,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전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전 예산조차 삭감되면, 노동자들은 더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아직 배전 예산 삭감이 현장에 적용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대전에서는 배전업체가 노동자들에게 연봉 대폭 삭감을 일방통보했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 14명이 해고됐다. 예산 삭감이 적용되면 이런 일들이 더 확대될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

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 했는데도, 한전이 배전 예산을 삭감하고 나선 것은 이들이 하청노동자들의 안전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

그동안 한전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안전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 5년 동안 산재사고를 당한 한전의 하청노동자는 425명으로 이 중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한전은 ‘전체 사업장 260개 중 222개가 5년간 완전한 무재해 사업장’이라고 홍보해 왔다. 하청노동자들의 안전은 산재통계에서조차 제외한 채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공기업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고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은 지금까지도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18일 집회 연단에 선 노동자들은 고 김용균 씨를 거듭 언급하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냈다. 집회 중에 진행된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투쟁기금 모금에도 선뜻 동참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도 “일하는 현장에서 최소한 생명 안전만은 지켜져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말자”며 투쟁에 나선 전기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건설노조 전기분과 김인호 위원장은 “우리의 최대 무기, 현장의 전기를 멈추면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며 3, 4월로 준비되고 있는 파업에 조합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노동자들은 이번만큼은 한전이 양보에 나서질 않을 수 없도록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전기 노동자들의 투쟁은 위험의 외주화 중단에 맞선 투쟁의 일부다. 전기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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