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하청 노동자 하루 파업:
노동자에게 적자 책임 떠넘기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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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한국전력공사(한전)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건설노조 소속의 전기 노동자들이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을 벌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노동자 4000여 명은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을 하고 파업 집회를 진행했다.
이 노동자들은 2만 볼트가 넘는 고압 전기를 다루는 일을 하지만, 정작 하청 노동자 신세다. 한전은 2년마다 배전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어 하청을 준다.
그런데 한전은 내년부터 하청업체를 대형화(입찰에 응시할 수 있는 업체의 규모를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하청업체들이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한다고 한다. 노조는 약 6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전은 하청업체 대형화가 전문성을 높이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라고 한다.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그간 전기 노동자들은 안전을 위해 배전 예산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한전은 나 몰라라 했고, 사고가 나면 땜질식 처방만 내놓았다.
그래서 전기 노동자들은 한전의 이번 계획이 한전 부채와 적자를 하청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처사라고 반발하며, 한전이 책임 지고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그간 원청으로서 한전이 책임은 회피해 오다가, “안전” 운운하는 것에 불만과 분노를 성토했다.
한 지부장은 말했다. “안전 사고의 모든 책임이 한전에 있음에도 노동자 책임으로 돌리기 일쑤입니다. 현장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협력업체를 축소하면서 노동자 고용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습니다. 배전 예산으로 [한전의] 빚을 갚는다고 하니 안전 피해를 넘어 임금까지 피해를 줄 생각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적자 급증을 이유로 공공기관 혁신 대상 1호로 한전을 지목하자, 한전은 자산 매각, 통폐합, 인력 감축 등을 예고한 바 있다. 이것이 하청업체 전기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력 감소는 남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로도 연결된다.
또한 하청업체들은 그간 한전으로부터 입찰을 따내기 위해 회사의 실적만 부풀려 응시한 후, 낙찰을 받으면 인력과 장비를 보유한 곳에 하도급을 줘 왔다. 관련 법은 전기공사 하도급을 제한하고 있는데 말이다. 노동자들은 한전이 이러한 불법 하도급 관행을 알면서도 그동안 묵인해 왔다고 열 받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 노동자들은 최근의 물가 폭등, 실질임금 삭감으로 생계비 위기에 고용 불안까지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전국건설노조 경남전기지부장은 말했다.
“지난해 한전은 적자 5조 8000억 원, 영업손실 20조 원을 봤다고 합니다. 그 여파가 우리한테 고스란히 오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안 좋다고 우리에게 허리띠 졸라매라고 합니다. 한전은 고통분담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한테 졸라 맬 허리가 어디 있습니까?”
한전의 적자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주들이 책임져야 한다. 전기 노동자들은 하루 파업 이후에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투쟁을 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7월 광주전남지역의 전기 노동자들은 73일간 파업으로 임금 인상과 하계 유급 휴가 3일 보장 등을 약속 받는 성과를 낸 저력이 있다.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정부와 한전에 맞선 전기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