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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개악 밀어붙이는 문재인 정부

정부가 2월 2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이미 1월 초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의 골자대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것이다.

구간설정위원회가 먼저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이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측 위원들이 동결을 주장해 왔음을 감안하면, 구간설정위원회가 ‘절충’을 통해 노동자들의 요구에 턱없이 모자란 인상 구간을 설정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또, 정부의 확정안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성장률을 추가하기로 했다.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기업주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위기 하에서 기업주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후 정부안을 반영한 의원입법안이 발의되면, 곧바로 국회에서 개악이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반영하도록 입법을 서두르겠다고 거듭 밝혀 왔다.

국회의 입법 논의 과정에서 차등 적용과 같은 개악이 더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미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의원들이 관련 개악안을 20개 가까이 내놓은 상황이다. 애초 정부가 내놓았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기업지불능력’이 결정 기준으로 포함돼 있었던 점에 비춰 보면, 정부와 여당이 차등적용 불가 입장을 고수할지 의문이다.(기업별로 상이한 ‘지불능력’을 결정 기준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거듭되는 개악

한국의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15퍼센트로, 이들 중 압도 다수가 미조직, 영세사업장, 비정규 노동자들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두고 ‘미조직, 영세사업장,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을 보장하는 생명줄’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부의 거듭되는 최저임금 개악은 생명줄을 썩은 동아줄로 만들고 있다.

2019년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 월 174만 5150원이다(10.4퍼센트 인상). 그래서 최저임금에 맞춰 기본급을 받던 노동자들은 지난해보다 17만 1380원을 더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지난해보다 10만 원 정도밖에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 올해 초 전국의 시도교육청들이 공문을 발송해 기본급은 동결한 채, 급식비, 교통비 중 6만 7840원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삭감법’이 통과된 뒤, 정부와 여당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봉 2500만 원 이하의 저임금 노동자의 피해가 없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출처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한국지엠 부평공장 하청업체인 태호코퍼레이션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올해 1월 월급은 215만 1067원으로 지난해보다 고작 1만 7050원 오른 액수다. 사측이 기본급을 동결하고, 각종 수단을 올려 최저임금에 맞추면서, 성과금을 10만 원 이상 줄였기 때문이다.

‘현장투쟁 복원과 계급적 연대 실현을 위한 전국노동자모임’이 수집한 사례들을 보면, 이 밖에도 한국지엠, 현대차 기아차 등의 하청업체에서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변경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사측이 상여금과 수당을 산입해 기본급을 5퍼센트만 인상하려 했지만,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이를 막아 냈다. 그러나 이처럼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한 미조직 노동자들은 사측의 시도를 저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2월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소득하위 20퍼센트 가구의 소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7퍼센트나 줄었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사회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를 개선하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저소득층 소득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이에 역행하며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이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경제 위기 속에 미조직·저소득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3월 6일 파업과 이후 투쟁에 전력으로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