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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임박한 노동개악:
탄력근로제, 최저임금 개악 중단하라

문재인은 3월 25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개악 등 노동개악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사정이 긴 산고 끝에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한 매우 뜻 깊은 사례”라며, “국민생활과 국가경제가 시급히 필요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말이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개악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본회의에서 합의되지 못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에 반발해서 경사노위 본회의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양보와 타협” 운운하며 국회 통과를 강행하고 있다. 그동안 내세워 온 “노동존중”은 쓰레기통에 처넣은 것이다.

총력 저항이 필요하다 3월 22일 ‘노동개악 저지! 공공운수노조 총력 결의대회’ ⓒ조승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를 사용주들이 최대한 이용하면 1년(52주) 중에 연속 40주 동안 매주 64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 사실상 “과로사 합법화” 정책인 것이다. 또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임금도 줄게 되는 임금 삭감 정책이다. 문재인은 최저임금법 개악도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는데, 이런 게 “국민생활”에 시급히 필요한 법이란 말인가?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과 ‘임금 보전 방안’ 등 보완책이 마련돼 있다고 미화하고 있다.

그러나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으로 과로를 막을 수 없다.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더라도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이 허용되는 것일 뿐 아니라,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이조차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의 세부 사안들도 모두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시행하기로 돼 있으나, 중소영세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처럼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물론 조직 노동자들이라고 예외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조직 노동자들을 ‘귀족노조’라고 비난하며 ‘취약 계층을 위한다’던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조합법도 개악하려 한다.

3월 20일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ILO 핵심협약 국내 비준과 ‘사용자 방어권’ 강화를 동시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연히 보장해야 할 노동기본권을 거래 대상으로 삼으면서,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 등처럼 그동안 사용자들이 요구해 온 단체행동권 개악을 함께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내놓은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도 문제투성이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내놓은 노조법 개정안은 ‘종사자’와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이란 개념을 도입해, 해고자·실업자나 사내하청·파견 노동자, 상급단체·산별노조 간부처럼 해당 사업장 직원이 아닌 조합원의 작업장 내 노조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단체행동권을 억제하는 데에 초점이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당과 민주당이 서로 서로 부패를 폭로하며 다투고 있는데다 선거법 개정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다.

경사노위에서 ‘사용자 대항권’ 합의안도 나오기는 쉽지 않다. 공익위원들이 부당노동행위 제도 폐지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을 빼려고 하자, 사용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의 다음 본회의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부터 신속하게 친자본·반노동 본색을 드러내며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것은 경제 위기로 다급해진 기업주들에 잘 보여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한국당도 민주당보다 한술 더 뜬 개악안들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사용자들이 청탁한 노동개악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서는 한통속이기 때문에 합의안은 쉽게 나올 수 있다.

환노위의 한 관계자는 “지도부가 합의한다면 이틀이 아니라 하루 만에도 타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조법 개악도 경사노위에서 개악안이 합의가 되든 되지 않든 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게다가 정부와 사용자들로서는 노동개악을 마냥 미룰 수는 없는 상황들도 있다. 정부가 주 52시간제 단속 유예를 3월까지로 약속한데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려면 가능한 빨리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해야 한다. 한-EU FTA에 따른 EU 측의 제재를 피하려면 4월 9일까지 ILO 협약 비준에 관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조만간 국회 본회의에서는 개악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치열한 정쟁의 와중에서도 한국당이 조건 없이 3월 임시국회 개원에 합의해 준 것을 떠올려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총력으로 저항해 노동개악에 맞서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 일정에 맞춰 하루 총력투쟁을 하는 것으로는 개악에 제동을 걸기 부족하다.

민주노총은 3월 27일 하루 총력투쟁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개악 저지 파업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ILO 비준을 빌미로 ‘사용자 대항권’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승진

노사정위와 다를 바 없는 경사노위의 본질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려고 법안을 전부 개정해 사회적 대화기구를 개편했다.

노사정위가 정부 정책에 대한 ‘합의’를 압박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그래서 노동위원 5인 중 절반 이상이 참가하지 않으면 경사노위 본회의 통과를 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 과정에서 보듯, 이런 조처도 아무 쓸모가 없었다. 비정규직, 여성, 청년 계층별 노동위원 3인이 경사노위 본회의에 불참해 탄력근로제 개악안은 경사노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는 ‘합의’는 이미 된 것이라며 국회에 개악안을 넘겼다.

적반하장 격으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매너가 없다”며 계층별 노동위원 3인을 비난하고, 의사결정구조를 바꾸겠다고 협박했다.

지난해에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이 결정됐을 때부터 정부와 사용자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정부는 올해 3월 중으로 이를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리고 경사노위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국회에 넘겨 밀어붙이고 있다.

결국, 경사노위는 이전의 노사정위와 마찬가지로, 시기를 정해 놓고 합의를 압박하면서 정부 정책의 추진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노동자 전반에 대한 임금 삭감 공격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노동자 전반의 임금을 삭감하려고 한다.

탄력근로제 개악은 노동유연화 정책일 뿐 아니라 임금 삭감 정책이기도 하다. 1년에 절반은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연장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또다시 ‘정규직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3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는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조가 3년 내지 5년간 임금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며 말이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해결’하려는 게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최저임금은 개악에 재개악까지 추진하고 있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도 처우 개선 없는 무기계약직화, 자회사 등 누더기로 만들었다. 심지어 민간위탁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아예 손을 놓아 버렸다.

결국 정부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저임금·미조직 노동자들의 임금까지 삭감하는 친기업·반노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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