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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관련 법률 더욱 개악할 4월 국회

4월 3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못하면서,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악안들이 3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4월 5일 본회의 통과에 실패했다.

4월 1일 경제부총리 홍남기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를 찾아가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는데 말이다.

4월 3일 재보궐 선거와 선거제 개혁,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 인사청문회 등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노동개악 처리가 지연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실질적으로 조합원을 동원하는 위력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출처 금속노조

민주노총은 개악 법안 처리 지연이 “투쟁의 결과”이고 “승리”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도 지적하듯이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밀어붙일 것이 자명하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개악 추진을 이용해 더한층의 개악안 통과를 고수하면서 합의안이 나오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열릴 예정인 4월 임시국회에서 개악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3월 국회가 끝나자마자 4월 임시국회를 열어 조만간 노동개악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국당은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6개월이 아니라 1년으로 늘려 더 개악하고, 최저임금도 결정체계 개악뿐 아니라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 개악을 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은 여기에 더해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계산에 넣는 개악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소득주도 성장 폐기 3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당의 이런 공격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후퇴를 파고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소득주도성장” 등을 표방하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상한제 등을 추진했지만, 곧바로 최저임금 제도 개악에 재개악,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하며 개혁을 무효화했다. 자신들이 애써 만든 경사노위의 처리 절차까지 무시하면서 말이다.

그러자 나경원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뿐 아니라 주휴수당 등 최저임금 제도 전반이 함께 논의돼야 실질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의 폐해를 드러낼 수 있다”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을 함께 처리하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6개월인 노사정 합의안보다 후퇴한 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한국당이 최저임금에서 양보하는 대신 탄력근로제는 더 개악해야 한다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하되, 조선·건설·IT 등 특정 기간이나 계절에 따라 초과근무가 몰리는 업종에 대해 특례를 두는 방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조법 개악

4월 국회에서 논의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과 노동조합법 개악도 이와 비슷하게 경사노위에서 논의된 것보다 더 개악된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보장해야 할 노동기본권을 거래 대상으로 삼으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사용자 방어권’ 강화를 동시에 통과시키겠다고 밝혀 왔다. 사용자들은 이 기회에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 등 자신들의 숙원 과제들을 함께 처리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그를 대변하는 경사노위 공익위원들)가 사용자들의 요구 중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만 받아들이려 하자, 사용자들은 경사노위 합의를 거부해 버렸다. 결국 한국당이 더 공세를 펼 것을 고려하면, 노조법 개악 문제도 경사노위에서 논의된 것보다 더 개악된 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주휴수당 문제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을 국회에서 함께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더 후퇴한 안을 만들겠다는 의미”라는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의 지적은 일리가 있는 비판이다. 그는 이런 개악안들이 통과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무효화되는 것을 넘어 노동개악 정부로 비판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4월 국회로의 개악 법안 처리 연기는 더한층의 개악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조합원 대중을 실질적으로 동원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국회 투쟁으로 투지는 보여 줬지만, 민주노총과 산하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 주요 노조들의 현재 대응 수준은 저들의 노동개악 의지와 비교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아직 그만큼 위력을 발휘하는 투쟁을 조직하지는 않고 있다.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악이 민주노총의 주축 조합원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아서 인 듯하다. 그러나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후퇴는 결국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이제 비정규직이 민주노총 조합원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개악은 곧장 조합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경사노위에 미련을 거두고 노동개악에 맞서 제대로 대규모 투쟁에 나서야만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라는 목표에 걸맞은 실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