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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제재 확대 위협하며 베네수엘라를 더욱 압박하는 미국

베네수엘라 야당들의 정권 탈취 운동이 70일을 넘어서면서 심각한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는 3월 11일 의회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곳곳을 돌며 ‘자유 작전’이라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한 달 새 두 번째인 3월 25일 정전 사태도 반정부 시위의 명분이 됐다. 지금 과이도는 국내 갈등을 심화해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한편, 미국 제국주의 개입에 문을 열어 주고 있다.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국외 세력의 국내 진입이 불법이 아니게 된다.

과이도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과이도의 ‘자유 작전’은 곳곳에서 대항 시위에 부딪혔다. 과이도의 부인 파비아나 로살레스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만나 “과이도를 향해 날아오는 돌팔매”를 불평할 정도로 이런 맞불 시위들은 거셌다.

미국은 과이도를 적극 후원하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간섭과 압박을 나날이 더하고 있다. 3월 21일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과이도의 측근 로베르토 마레로를 체포했다. 마레로는 콜롬비아 우익 무장세력과 연계돼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자 미국은 바로 다음 날 베네수엘라 국영개발은행 반데스와 자회사 4곳에 제재를 부과했다.

그보다 사흘 전인 3월 19일에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영광산개발기업 미네르벤에 제재를 가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 수익이 급감한 데다 금융 제재까지 당하고 있어서 금을 판매해 식량과 생필품을 수입해 왔다. 미국의 미네르벤 제재는 이것을 어렵게 만들려는 목적에서였다. 그나마 있던 자금줄을 틀어막아 숨통을 옥죄겠다는 것이다.

강화된 제재 평범한 베네수엘라인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다 ⓒ출처 Susan Schulman/IRIN

제재 강화로 가장 큰 대가를 치르는 것은 평범한 베네수엘라인들이다. 유엔 보고서를 인용한 프랑스 언론 〈AFP〉의 3월 28일자 보도를 보면, 현재 베네수엘라인 94퍼센트가 빈곤 상태고 60퍼센트는 극빈 상태다. 베네수엘라 내 대학 세 곳의 조사를 인용한 이 보고서는, 베네수엘라인 370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고, 5세 미만 아동 22퍼센트가 만성적 영양 부족 상태며, 30만 명이 의약품 부족으로 긴급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해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마두로 정부가 시행하는 배급제는 이런 상태를 개선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사실상 봉쇄해 질식시키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군사 개입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려 미국 제국주의의 역내 영향력을 확실히 높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인 다수가 정권 탈취 세력으로 기울지 않는 데서 오는 초조함도 트럼프 정부가 군사 개입 카드를 거론하는 다른 이유인 듯하다.

“먼로 독트린”

3월 29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리[트럼프 정부]는 ‘먼로 독트린’이라는 말을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1823년 당시 미국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유럽 국가들의 아메리카 대륙 개입을 반대하며 선언한 먼로 독트린은, 이후 라틴아메리카가 미국의 독점적 세력권임을 노골적으로 밝히는 표현이 됐다.

그 하루 전인 28일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정치적으로 불투명한 상황”을 감안해 베네수엘라로 운항하는 항공편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 외 다른 항공사들도 베네수엘라 운항 항공편을 줄이고 있다.

3월 19일 미국 외교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는 미국의 군사 개입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글을 실었다.(무시무시하게도 이 글의 부제는 “[군대가 베네수엘라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다”였다.) 이 글을 보면, 미국은 지상군을 15만 명 이상 투입해 베네수엘라를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점령할 수 있으며, 그럴 때 “최악의 경우 … 전쟁 난민이 약 800만 명 발생할 것”이라고 점쳤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시나리오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강대국들이 저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브라질의 ‘미니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트럼프와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3월 19일 보우소나루는 미국을 방문해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군사적 역량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그 직후 보우소나루는 칠레를 방문해 라틴아메리카 우파 정부들의 국제 포럼인 ‘남미 발전을 위한 포럼(PROSUR, 프로수르)’을 창설했다. 프로수르는 창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에 대한 압박과 제재 입장을 채택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트럼프 정부에 계속 어깃장을 놓으며 제국주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두 강대국은 이미 베네수엘라 문제를 두고 두 차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국과 충돌했다. 3월 24일 러시아 육군참모총장 바실리 톤코시쿠로프가 군사 고문 100여 명을 이끌고 베네수엘라에 입국했다. 3월 29일에 한 러시아 국영방위산업체는 베네수엘라에 헬리콥터 조종 훈련소를 차렸다. 같은 날 중국도 베네수엘라에 의약품 등 물자를 대량 지원했다.

러시아는 2018년 12월 베네수엘라와의 합동 군사훈련 당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전략폭격기 Tu-160을 베네수엘라에 배치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러시아(와 중국)의 개입을 비난하고 나섰다. 볼턴은 29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2차 제재를 감행하겠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일각에서는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의 유령이 되살아난 것 아니냐며 다소 과장스럽게 우려하고 있다.

한 편(미국)의 제국주의를 다른 편(러시아)의 제국주의로 제어할 수 있다는 기대는 더 큰 곤란을 낳을 뿐이다. 러시아·중국 등에 기대 미국의 압박을 피하려는 마두로의 셈법이 위험한 까닭이다.

미국 제국주의는 물론이거니와, 러시아와 중국도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자결권 때문이 아니라 자국 자본주의의 이해관계 때문에 베네수엘라를 두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열강의 갈등이 격화할수록 노동자 대중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처지가 될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독립적으로 싸우는 노동자 대중의 행동이 더 사활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제국주의가 몰고 온 불길한 구름이 베네수엘라를 휩싸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운명과 미래는 베네수엘라 노동자 대중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국주의 간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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