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프레시젼 여성 노동자 점거농성:
사주는 배당금 860억 챙기고 정리해고, 정부는 수수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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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프레시젼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1년 넘게 투쟁하고 있다. 금속노조 신영프레시젼 분회는 조합원 45명 중 분회장 1명을 제외하고 모두 40~50대 여성 노동자들이다.
신영프레시젼은 금천구 서울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중소기업이다.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고, 휴대폰 부품을 조립해 LG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다.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매출 1500억 원, 당기 순이익 90억 원을 달성해 자본이 풍족한 회사였다. 한때 공장 7곳을 운영했고, 임시직을 포함해 직원 600명이 근무하기도 했다. 2017년 딱 한번 6억 원 적자를 낸 것 빼고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 갔다.
현재는 노동자 159명을 다 내쫓고 청산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노동자들은 “먹튀 청산”으로 규정하고, 사측에 “제대로 된 회사 운영”과 “복직”을 요구하며 3개월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재 사측은 단전·단수 조처와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며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은 점거 농성장을 지키며 회장 자택, LG 본사, 청와대, 금천구청 앞에서 집회를 해 왔다.
4월 9일 금천구청 앞 집회에서 신영프레시젼 이순영 부분회장을 만나, 생생한 얘기를 들었다.
“신창석 회장은 20년 전에 12억 원으로 회사를 차려서 엄청나게 재산을 불렸어요. 지난 20년 동안 주식 배당금만 약 860억 원을 챙겼죠. 그런데 노동자들은 고생고생 하면서 정성스럽게 회사를 일궈 왔어요. 야근을 밥 먹듯 했고, 집에서 자다가도 회사가 부르면 나가서 일했어요. 주 100시간을 일하기도 했죠.”
부분회장은 노동자 쥐어짜는 데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이 한통속이었다고 일갈했다.
“우리는 LG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LG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회사는 컨베이어 벨트 속도를 팍팍 올려요. 너무 빨라서 [부품을 조립하는] 제조부는 죽어나요.
“그런데 물량이 없을 때는 회사가 억지로 연차를 쓰게 해요. 일이 일찍 끝나면 그 시간만큼 연차에서 까요. 그러면 정작 우리가 필요할 때 연차를 못 써요. LG는 멋대로 노동자들을 부려 먹었는데, 우리가 해고되자 자신들은 상관없는 일이라며 발뺌을 했어요.”
산재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사출 기계는 엄청 뜨거워요. 근데 회사는 좁은 공간에 의자 한 개 정도의 공간만 띄어놓고 기계 30대를 밀어 넣었어요. 움직일 공간이 좁으니 화상당하거나 머리가 깨지거나 손에 나사가 박히는 등의 사고가 자주 발생했어요. 저도 사출 기계에 한 쪽 팔이 압착되는 사고를 당했어요.”
임금은 호봉제가 아니라 시급제이다 보니, 10년 근무한 노동자나 신입사원이나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반면 사측은 장시간 노동과 무료 노동을 강요했다. 또한 노동자들에 대한 인격 모독과 폭언도 심각했다.
“관리자들은 회장 일가 측근들이에요. 이들이 횡포를 부리고 막말을 하며 우리를 함부로 대했어요. ‘늙은 소는 일을 못 하니 채찍을 해야 한다’ 등의 폭언도 했죠.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대 위 곳곳에 CCTV를 달아서 감시도 했어요.”
신영프레시젼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남녀 평등 우수 기업으로 노동부와 여성가족부에서 표창을 받았다. 신창석 회장은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 벌어들인 돈으로 ‘기부’를 하면서 선량한 기업가로 이미지를 포장하기도 했다. 그 덕에 2016년에 국무총리였던 황교안이 상을 주기도 했다.
“누적된 불만으로 노조를 만들게 됐지만, 직접적 계기는 여성 차별 문제였어요. 2017년에 장시간 노동에 넌더리가 난 직원들이 노동청에 신고하자, 시정명령이 내려졌어요. 그래서 회사가 52시간제에 맞춰 2교대를 3교대로 변경했어요. 아 근데, 노동시간을 줄이니 평균 월급에서 약 80만 원이 팍 줄었어요.
“반발이 커지자 회사는 남성 직원들만 연봉제로 전환해 임금을 보장해 주고, 여성 노동자들은 삭감된 임금으로 먹고살라는 거예요. 동일노동 동일임금 위반 아닙니까? 여성 노동자도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많아요. 도저히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자, 적금 깨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2017년 12월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사측은 교섭 시늉만 하며 시간을 질질 끌었다. 그러다 2018년 7월 조합원 전원 포함 73명을 정리해고 했다.
그전부터 회사는 경영 위기라며 앓는 소리를 하고 노동자들을 감원해 왔다. 신창석 회장은 혹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회사를 성장시킨 노동자들을 내팽개쳤다. 신영프레시젼 노동자들은 신 회장이 회사 이윤을 빼돌려 수년간 골프장 사업에 총 477억 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LG 물량이 감소해도 회사를 운영할 방법이 없는 게 아닙니다. 금형·사출 기계로 다른 제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우리 요구는 소박해요. 다시 평범하게 일하고 싶다는 겁니다.”
서울지방노동위가 부당해고를 판정하자, 사측은 2019년 1월 21일 노동자들을 복직시켜야 했지만, 곧장 노동자들에게 청산 절차에 따라 해고를 통지했다. 복직 기대에 부풀어 있던 노동자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고 한다.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존중 약속했다면 ‘여성 노동자 고용 참사’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이럴 수 있습니까! 포용국가요? 저녁 있는 삶이요? 문재인이 이런 말 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악을 보세요. 엉망진창 아닙니까?”
금천구청과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우리 사건 다뤄 준다 약속했는데, 성진씨에스에 했던 것처럼 우리를 배신했어요.”
지난 2월 초 민주당 소속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일자리위원회를 출범하고 일자리 3만 5900개(매년 8800개 이상) 창출을 약속했다.
이순영 부분회장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리해고는 나 몰라라 하면서 일자리 창출이라고요? 어이가 없습니다. 우리 매주 금천구청 앞에서 목이 터져라 시위하는데 구청장 코빼기도 못 봤어요.”
신영프레시젼 분회는 신창석 회장과 원청업체 LG 그리고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점거농성 투쟁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가 원하는 [복직] 요구를 따내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우리처럼 여성 노동자가 투쟁의 주체가 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현실을 스스로 알리고 목소리를 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