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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경균 삼성화재애니카지부 지부장:
“그럴싸한 삼성 애니카 광고, 정작 사고조사원은 너무나 열악합니다”

삼성화재애니카지부 사고조사 노동자들은 지난 11일부터 사측이 일방으로 없앤 업무배정우선권을 복구해 삭감된 임금을 회복하라며 19일째(29일 기준) 부분 파업 중이다. 강남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순환 파업을 하고, 강남지역에선 매일 부분 파업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엔 진경균 지부장과 이동구 전국사무연대노조 위원장이 한강대교 위에 올라가 “이재용이 책임져라” 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3월 28일부터 노동자들은 삼성화재 본사가 있는 강남역 8번 출구 앞 컨테이너 박스에서 농성 중이다.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진경균 지부장을 농성장에서 만나봤다. 

지난해 전국노동자대회 때 ‘우리도 노조 만들었어요’라며 현수막을 들고 행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진경균 지부장 ⓒ배수현

회사측에서는 [사고조사원이 노동자가 아니라며 퇴직금을 주지 않아왔는데] 우리가 2016년 퇴직금 지급 소송을 하니까 퇴사 압박을 했습니다.

재계약을 할 시점에, 한 센터장이 ‘사측이 퇴직금 소송에서 지면 에이전트는 다 없애려 한다’는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노동자들이 대단히 불안해했고, 지난해 5월부터 그 힘이 모이면서 10월에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노조 결성에 박근혜 퇴진 운동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퇴직금 소송 자체가 옛날 같으면 상상할 수 없었죠.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는 시기에 저희도 소송에 돌입했고, 퇴직금 소송 변호사를 최순실 특검보로 섭외했습니다. 그 결과 퇴직금 지급 1심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퇴직금 소송과 노동자성 문제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제가 6명의 퇴직자와 함께 퇴직금 소송을 조직했는데요. 사측의 갑질이 너무 심해서 내가 퇴사하더라도 퇴직금은 반드시 받고 나가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서류(증거자료)도 모으면서 오래전부터 준비해 오던 것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속해 있지가 않아요. 우리는 노동자라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우리보고 개인사업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개인사업자 등록을 낸 적이 없어요. 일부는 개인사업자를 낸 적이 있지만 사측이 폐업증명서를 내라고 해서 다 정리된 상태였습니다.

현재 노동법상 노동자로는 인정받았지만 사측이 퇴직금 지급에 대해 항소했고 근기법상 노동자성 문제는 아직 다투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저희가 이기는 것은 정규직화 문제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지난해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삼성화재 노동자들 ⓒ이미진

사고조사원들의 핵심 불만은 무엇인가요?

사측의 갑질입니다. 지금은 고용 불안이고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출동 권한을 우리에게 먼저 달라는 것뿐입니다. 지난 8년 동안 우리에게 출동 권한을 먼저 주다가 퇴직금 소송을 하자 이것을 빼앗아 갔습니다. 우리 업무를 협력업체들에게 주는 것이죠.

옛날에는 한 달에 130건 정도를 하면 450만 원 정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선업무배정이 없어지니까] 콜수가 현저히 줄어 버리니 이제는 300만 원도 채 안 됩니다. 우리는 4대 보험도 안 되고, 유류비 지원도 없고, 차량유지비, 보험료, 심지어 핸드폰 요금도 지원이 안 됩니다. 이런 걸 다 따지면 한 달에 100만 원이 빠져요. 밥 사먹고 뭐 하면 200만 원 아래로 떨어집니다.

사측은 ‘공정성’을 이유로 들어 업무우선배정권을 줄 수 없다고 하는데 몇 조 몇 항에 위배되는 것인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그 답변도 주지 않았습니다.

사측의 평가와 성과급이 노동자들의 조건을 어떻게 악화시켰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사측은 에이전트 한 사람에게 가동률[한달 업무 시간]을 정해줬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같은 지역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비거나 겹치는 시간이 없이] 근무표를 짜라고 했죠. 그러나 겹치는 시간이나 빈 시간 없이 일을 하면 사측이 요구하는 가동률을 절대 맞출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가동률이 기준보다 적다는 이유로 1~5등급의] 평가에서 하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평가가 완화돼 고객 만족도 모니터링만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완화된 이유는 퇴직금 소송을 하면서 삼성이 초단위로 계산해서 우리를 직접 관리 감독했다는 증거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퇴직금 소송 후부터 완화된 것입니다.

삼성과 싸운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사실 퇴직금 소송 재판할 때까지만 해도 ‘삼성, 너 까짓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기도 화성을 가 보니 화성 전체가 다 삼성이더라고요. 재판 땐 그렇게 크다고 못 느꼈는데 요즘 들어서는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제가 항상 믿는 것은 우리가 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노동자들이 말하는 게 “그동안 당한 것을 생각하면 억울해서 못 나가겠다”는 거예요.

사측의 갑질이 어느 정도였냐면, 언젠가 고객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조합원 4명을 한 달씩 업무 정지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한 달을 쉬면 월급이 500만 원 정도 깎이는데다가 분기별 성과급에서도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한 명당 1000만 원 정도 손해를 본 것입니다.

최근 문재인 하에서 이재용이 풀려나고, 문재인이 또 최근 이재용을 만나러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저희가 판단하기엔 저희 문제도 [이재용 같은] 삼성 위쪽에서 움직여야 할 문제예요. 아래에서는 꿈쩍을 안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이 만나는] 화성에 가서도 항의를 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결의의 말씀 한마디 해 주세요.

삼성이 이렇게 열악한데, 타 보험사는 여기보다 더 열악할 겁니다. 다른 곳들은 다 외주화돼 있어요.

방송을 보면 [애니카 보험 광고가] 진짜 그럴싸하게 나오지만, 사고 났을 때 보험사를 대표해서 만나는 사람들이 너무 열악한 상황이라는 거예요. 이런 노조 상황이 언론에서도 알려져서 진짜 심각한 거구나 했으면 합니다. 저희 업무가 일상 생활과 완전히 직접적으로 닿는 게 아니라서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보험사에서 그럴싸하게 선전하지만 이렇게 열악하게 일을 하고, 소비자들이 현혹된다는 걸 알리면 참 좋겠습니다.

저희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거고, 꼭 관철시킬 겁니다.

강남역 농성장 3월 28일부터 노동자들은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가 진경균 지부장. ⓒ제공 삼성화재애니카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