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애니카 사고조사원 파업:
“삼성은 노조 무시와 부당노동행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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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삼성화재 애니카 사고조사 노동자들(전국사무연대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이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파업 집회를 벌였다.
노동자들은 삼성화재의 자회사인 삼성화재손해사정과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이다. 그동안 사측은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업무대행계약서를 맺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해 왔다.
4대보험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구입부터 유류비, 통신비, 심지어 차량에 붙이는 ‘애니카’ 스티커까지 모두 노동자들이 스스로 부담했다. 또한 기본급도 없이 오직 건당 수수료를 받아 왔다.
2017년 일부 퇴직자들이 퇴직금 지급 소송을 걸었을 때도, 삼성 측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하지 않으려 했다. 법원이 노동자성을 인정하며 퇴직금 지급 판결을 내리자, 삼성 측은 반발하며 항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측은 점차 사고조사원 노동자들의 일감을 뺏어 왔다. 노동자들이 아니라 외부 협력업체에 ‘콜’을 더 많이 배당해 준 것이다. 건당 수수료로 생계를 꾸리는 노동자들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실제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400만~500만 원에서 현재 150만 원가량으로 급락했다.
노동자들은 삼성이 사고조사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일감을 뺏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감을 빼앗아 제 발로 회사를 나가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예 개인사업자가 되면 일감을 몰아주겠다는 회유도 들어온다고 한다.
이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을 때 삼성 측이 벌인 노조 탄압 방법이기도 하다.
삼성화재 애니카 사고조사 노동자들은 줄어드는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지난해 10월 노조를 결성했다.
파업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책임 회피하는 삼성을 규탄했다. 노조 결성 후 6차례 단체교섭을 했지만, 사측은 교섭에 전혀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노동자성을 인정한 법원 판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섭 자리에는 앉아 있지만, 삼성답게 노조에 대해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업에 대해서도 삼성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 효과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심지어 3월 28일 삼성 본사 앞에 농성장을 차리려 하자 삼성은 폭력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위협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다치고 안경이 부러지는 일까지도 벌어졌다. 경찰은 이런 폭력 행위를 방조할 뿐이었다.
진경균 지부장은 이렇게 발언했다.
“애니카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서비스’를 홍보합니다. 제일 먼저 도착한다는 광고입니다. 회사는 우리를 이용해서 광고를 하고, 그래서 1등 자동차 보험사가 됐고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 정작 우리들의 권익을 모른 체하고 있습니다.
“삼성화재손해사정은 단 한번도 진정성 있게 교섭에 임한 적이 없습니다. … 수시로 집회를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삼성 자본과 삼성의 직원인 것처럼 자본을 대변하는 서초경찰서의 폭압을 규탄합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한 조합원도 파업에 동참하는 결의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임금이 거의 100만 원가량 깎인 느낌입니다. 사측은 저의 고객만족도가 기복이 심하다는 이유로 아예 출동 계약서를 써 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노조에 가입하고 보니 이것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던 노동 탄압의 일환이었습니다. 이런 울분을 견딜 수 없어 파업에 함께합니다.”
집회를 마친 후, 노동자들은 청와대로 행진했다.
청와대 앞에서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삼성의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탄압을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용이 구속됐다가 풀려나면서 그동안의 노조 탄압 행위들에 반성하는 척했지만 실상은 변하지 않았다고 노동자들은 지적했다.
“삼성이 변했다는 말들을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사고조사원 외면하는 이재용을 규탄한다.”
이후 노동자들은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앞으로 이동해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삼성의 악랄한 노조 탄압에 맞서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삼성 애니카 사고조사원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