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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임금 억제, 파업권 공격: :
연결된 공세에 연결된 투쟁으로 맞서자

문재인 정부는 전임 우파 정부들이 만들어 놓은 문제점을 물려받았다고 징징대지만, 사실은 해결책도 물려받고 있다. 노동 개악과 노조 할 권리 공격이 그것이다.

문재인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등에 올라 타서 집권하려고 미사여구와 개혁 공약을 남발했다. 하지만 신속하게 그것들을 내던졌다. 취임 1년 만에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포기했고, 2년이 되기 전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3단계 민간위탁)도 중단했다.

대신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경제 성장률 둔화와 고용 악화 속에서 정책의 우선순위가 기업 투자 지원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임금보다 이윤과 투자를 빠르게 증가시키겠다는 뜻이다.

임금 삭감, 쉬운 해고

비관적 전망이 강화되고 있는 올해 경제 상황은 이런 추세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점점 성마르고 뻔뻔스럽게 임금 억제를 강조하고 나서는 이유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월 초 국회연설에서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조가 3~5년간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면서 나온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직무급제가 임금 삭감을 노린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공정성”은 말뿐이다. 정부는 마치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해서 조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촉구하는 것처럼 포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공약을 내던지지 않았다면 이 말이 그럴 듯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는 임금 억제와 쉬운 해고를 위해 노동조합의 저항을 약화시키려 한다 ⓒ조승진

문재인 정부가 조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려는 진짜 이유는 기업의 이윤 회복을 위해서다. 수익성 위기에 직면한 사용자들은 임금 억제, 노동비용 감소를 무엇보다 바란다. ‘광주형 일자리’도 격차 해소를 위한 일자리 모델로 포장했지만, 핵심은 임금 삭감이다. 박명준 경사노위 수석전문위원은 ‘광주형 일자리’의 의의를 설명하면서, “한국 완성차 시장은 지금의 임금구조로는 투자 매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영표는 더 나아가, 경기변동 상황에서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쉬운 해고를 주장했다.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을 쉽게 허용하되 실업급여를 인상하자는 것이다. 모델 국가를 노르웨이에서 덴마크로 바꿨을 뿐, 박근혜의 노동시장 구조 개혁과 다른 점을 찾기가 힘들다.

사용자의 쟁의 대항권?

문재인 정부가 임금 억제와 쉬운 해고를 만만찮게 추진하려면, 노동조합의 저항을 약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노조 할 권리를 인정하겠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던 문재인이 ‘사용자 대항권’을 포함하는 개악을 추진하는 이유다.

문재인은 처음부터 ILO 비준 관련 내용뿐 아니라 사용자 측 요구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문재인은 한국당을 설득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면 사용자들의 요구를 들어 주는 도리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끌려가는 입장인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사용자의 쟁의 대항권”이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문 필수유지업무 제도 도입, 쟁의행위 찬반투표 공정성 제고, 대체근로 범위 확대 등을 추진해 파업에 큰 제약을 가한 것이 노무현 정부였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사용자들의 요구 중에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직장 점거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투명성 제고는 합의 가능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방향에 따라 경사노위는 지난 4월 15일, 사용자 측 요구가 반영된 공익위원안을 발표했다. 공익위원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파업 시 직장 점거 제한을 권고했다. 이 조처는 노동조합의 저항 능력을 제약하는 데 초점이 있다.

*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이미 1997년 노동법 개정 때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됐다. 사용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쟁의를 해마다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3년으로까지 연장이 권고된 것이다. 이것은 조건 개선을 위한 노조 활동과 쟁의행위를 이른바 교섭 비용을 이유로 제한하는 것이다.

* 파업 시 직장 점거 제한: 이미 노동법에 ‘생산시설 점거 파업 금지’ 조항이 있음에도 관련 제약을 더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생산시설이 아닌 곳의 출입도 금지되고, 연대 세력의 출입을 포함해 사업장 내 활동이 일절 금지될 수 있다. 이 조항은 사용자들이 직장 점거, 또는 자칫 점거로 쉽게 이어질 수 있는 직장 내 파업 활동, 조업 방해를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점거 파업이 직장 이탈 파업과는 비교할 수 없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위기 시기에 그렇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이나 생산시설 점거 파업 금지는 노동자 권리를 제약하는 독소 조항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런 조항들을 폐기하기는커녕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 요건 강화나 대체근로 확대 등 더한층의 후퇴도 있을 수 있다.

노조 길들이기

문재인 정부와 한국당은 탄압받지 않고 파업하기를 하늘의 별따기로 만들려 한다.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파업)을 제약해야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조건 악화를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조합을 길들이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조처들이 도입되면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법에 위배되는 파업을 하지 않도록 조합원을 설득하고픈 유혹이 커질 것이다. 자칫 노조 재정을 위험에 빠뜨릴 행동을 하기보다 협상에 의존하도록 말이다.

그러나 이런 노동조합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기 십상이고, 길들일 필요가 사라진 노조는 대화 테이블에서도 무시당할 것이다.

임금 억제, 쉬운 해고 추진과 파업권 공격은 서로 연결돼 있다. 노동조건을 공격하려고 노조 활동과 단체행동을 제약하는 것이다. 지금 노동자들은 서로 다른 조건 하에서 임금 방어, 노동시간 단축,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싸우고 있다. 노동조합 좌파 활동가들은 이런 투쟁을 서로 연결시키고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에도 함께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지금 국회가 아무리 마비됐어도 노동개악이 중단된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당과 민주당은 다른 쟁점(패스트트랙 같은)을 가지고 싸우면서도 노동개악을 위해서는 의기투합할 수 있다. 게다가 우파의 기가 살수록 노동개악도 더 오른쪽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일정이 물 건너갔다고 한숨을 돌려서는 안 된다. 지배계급의 분열을 이용해서 더 강력하고 독자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2만여 명이 모인 4월 13일 'ILO 100주년 핵심혁약 비준! 노조법 2조 개정! 특수고용노동자 총궐기대회'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