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세계 노동절 집회:
문재인의 ‘상생’ 주문에 노동자들은 투쟁이 필요하다고 화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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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노동절 대회가 전국 13개 도시에서 열렸다. 서울에서 열린 수도권 대회에는 2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참가했다(주최측 추산 2만 7000명). 민주노총의 기관지 〈노동과 세계〉는 전국적으로 6만여 명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서울 집회에는 건설노조에서 1만여 명이 참가했고,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가 3000여 명씩 참가했다. 올해 건설 사용자들이 임금 교섭을 거부하며 유달리 강경하게 나와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전체적으로 신생 노조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여러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최근 파업에서 승리한 청호나이스 노동자들, 그리고 카카오와 스마일게이트 등 조직화가 확대되고 있는 IT분야 노조 등등.
이번 세계 노동절 집회는 상당한 정치적 양극화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열렸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었고 앞으로도 ‘장외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이런 때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수만 명이 참가해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벌인 것은 중요한 행동이다.
무엇보다 노동개악 추진 위험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대규모 항의가 벌어진 것이 중요하다. 지금 지배자들은 치열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지만,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데서는 언제든 의견 일치를 볼 수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집회에서 노동개악 추진 규탄, ILO 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가 가장 두드러졌고, 연단에서는 투쟁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이보다는 부차적이지만 ‘재벌 개혁’과 ‘한반도 자주통일’도 주요 요구에 포함됐다.
정당 및 정치 단체들 중에는 정의당원이 200여 명 참가해 가장 큰 대열을 이룬 것도 인상적이었다. 정의당이 노동절 집회에 당원들을 적극 동원한 듯한데, 아마도 창원성산 재선거 승리도 당원들의 사기를 높인 듯하다.
새로운 활기
올해 들어 노동자 투쟁과 파업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세계 노동절 집회에서도 노동자들의 불만을 상당히 느낄 수 있었다. 또 신생 노조의 노동자 대열에서는 활기가 있었다. 젊고 활기찬 새로운 부대가 등장해 노동운동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 넣는 분위기가 여실히 느껴졌다.
그런데 문재인은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을 겨냥해 냉소적이고 신랄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의 주류”라며 “노동은 ‘상생’으로 존중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조속한 경사노위 정상화”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협조나 하라는 말이다. 이것이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정규직화, 주52시간제와 같은 생색내기 개혁 조처도 거둬들이고 노동개악 추진에 혈안인 대통령 문재인의 인식이다.
이런 점에서 김명환 위원장이 집회 대회사에서 노동개악을 규탄하고 자본가와 우파들은 비판하면서도 문재인에 대한 비판은 회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아마도 최근 자유한국당 등 우파들이 매우 강경하게 문재인 정부에 공세를 펴는 것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물론 우파들의 부상은 경계할 일이지만, 자신의 지지자들을 배신해 등돌리게 만들고 우파의 회복을 도운 것은 바로 문재인 자신이다. 따라서 노동 운동이 문재인에 맞서 독립적으로 싸워야 세력관계가 우파에게 기우는 걸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집행부가 세계 노동절 집회를 지역 분산으로 흩어 놓지 말고 수도 서울로 노동자 대열을 집중시켜 강력한 시위를 벌였더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서울 집회에서는 다섯 방향으로 나눠 행진했는데, 이를 합쳐 청와대로 행진했다면 더 큰 위력을 보여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이 또한 노동자들의 사기도 더욱 높였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이 있지만 이번 노동절 집회는 노동자들이 활력 있고 자신감이 꽤 괜찮다는 것을 보여 줬다.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월 21일 공동파업을,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은 7월 3~5일 공동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종충남지역 집회에는 전면 파업 중인 한화토탈 노동자들이 대거 참가해 뜨거운 환호를 받았고, 집회 참가자 규모가 주최 측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노동조합의 좌파 활동가들은 임금 방어, 구조조정 저지 등을 위해 싸우고 있는 여러 노동자들의 투쟁을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노동 개악 추진도 중단된 것이 아니므로 이에 반대하는 투쟁과도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