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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의 온건함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가 세월호 문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 직접적인 책임을 묻고 싶다는 제안을 강경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운동 내 온건파 리더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태도는 이미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인권 엔지오 지도자들은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민주당과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강화하기보다는 민주당에 부담 주지 않을 수준으로 운동과 요구를 제약하려 한 것이다.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노동운동의 요구들이 퇴진행동의 주요 요구로 포함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는 인권 엔지오 지도자들이 민주당 정부인 문재인 정부를 통해 개혁을 이루고 우파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끔찍함 때문에 민주당의 집권을 지지하고 민주당 정부의 성공에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졌을 법도 하다.

근본에서 이런 태도는 그간 인권 엔지오 지도자들의 정치가 갈수록 의회와 국가기구·국제기구 등에 로비를 하면서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법·제도 개선에 몰두해 온 것과 관련이 있다. 한국의 인권운동은 지난 20년 동안 개혁주의적으로 돼 왔다. 노동계급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대중 투쟁을 통한 권리 획득이라는 전통은 희미해졌다.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의 법·제도 개선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회 입법과정을 중시하고,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자라났다. 진보정당은 소수이고, 우파와는 공통점이 적으므로 민주당을 협력하고 지원할 대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여당과의 공조로 개혁을 이루겠다는 전략은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음이 입증되고 있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섰지만 차별금지법은 법안조차 발의되지 못한 상황이다. 또, 문재인 자신이 촛불 운동의 개혁 염원을 배신하면서 우파의 기를 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인권운동이 체제의 주류 일부와 동맹을 맺는 일이 빈번하고 익숙해지자, 금세 다국적 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박래군 씨가 소장으로 있는 인권재단 사람은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의 후원을 받아 인권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벨트 구실을 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전 세계 구글 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적 괴롭힘, 여성차별, 인종차별 등에 항의해 파업을 벌인 데서 보듯이, 구글의 성소수자·인권 단체 후원은 이미지 세탁용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인권재단 사람이 구글의 후원을 받는 일은 계속됐다. 박래군 소장은 인권재단 사람이 “다른 재단처럼 기업의 기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업 기부를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한다(《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 연간 보고서 2018》).

그러나 이런 방식은 과연 일관되게 보편적 인권을 옹호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살 수 있다. 당장 구글의 노동자들의 인권은 소외되고 있지 않은가. 역사적 경험을 보면,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대중 투쟁을 펼쳐야 인권이 침해되지 않고 더 나아가 실질적 개선도 이룰 수 있었다.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인권 엔지오 지도자들의 정치가 세월호 운동과 관련해서도 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 인권 운동의 개혁주의 정치와 약점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본지 223호 ‘인권운동 지도자들과 문재인 정부’를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