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사 방해:
황교안을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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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자유한국당이 3주째 대규모 주말 장외 집회(광화문광장 일대)를 열었다.
이날 4·16연대가 주최한 ‘자유한국당 해산! 황교안, 나경원 처벌! 촛불문화제’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렸다. 자한당이 국회 난동과 색깔론 공세 등으로 우파층을 결집하는 것에 맞서려는 집회였다.
이 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호성이 엄마” 정부자 씨가 한 연설이 며칠 동안 회자됐다.
“알면 알수록 이건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 1퍼센트 저들의 나라[이고] 우리는 개·돼지만도 못한, 그냥 열심히 일해서 세금만 잘 내면[되는 존재입니다.] 선거 때만 우리 말 잘 들으면 되고. … 어디 가서 죽든 말든 돈 한 푼 주면서 이것 받고 찍소리 큰소리 내지 말고 개·돼지처럼 살[라고 합니다.]”
정부자 씨가 “개·돼지”를 언급한 것은 우파가 지지를 회복하는 상황에 대한 분노 때문일 것이다.
광주지검이 세월호 구조 실패의 현장 책임자인 123정장 김경일 등을 수사할 때, 법무부장관 황교안은 기소 죄목에 업무상과실치사를 포함시키지 않도록 압력을 넣었다. 중형을 피해 국가 책임을 면하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황교안은 국무총리 시절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활동을 강제로 종료시킨 당사자다. 박근혜 정부는 버티고 버티다가 2015년 1월부터 특조위가 시작하는 법(활동기간 1년 6개월)을 만들어 놓고는 정작 2015년 7월까지 활동 예산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황교안은 2015년 1월부터 특조위 활동이 시작된 거라며, 2016년 6월 30일 특조위 활동을 중단시켜 버렸다.
박근혜 국회 탄핵 뒤에는 대통령권한대행 직을 수행하면서 헌법재판소 판결 직전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의 행적 등이 담긴 기록들을 (사실상 열람이 어려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열람을 막았다.
이런 점들 때문에 최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황교안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선례
황교안은 “수사권도 없는데”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 여권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기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사코 가로막았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심지어 황교안은 ‘박근혜 특검’을 중단시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특검은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뒤지며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김기춘 등을 구속하며 개가를 올리던 중이었다.
최근 박근혜의 기무사가 유가족들을 분열시키며, 유가족이 돈 더 받으려고 투쟁하는 양 여론 공작을 펼친 일도 드러났다. 기무사가 이 정도면,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을 받은 국정원은 가만히 있었겠는가? ‘박근혜 7시간’뿐만 아니라 제주 해군기지와의 연관성 때문에라도 저들은 더욱 공작에 집착했을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실이 규명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직접 수사단을 꾸려 수사할 것을 요구한다.
물론 밝혀진 것도 많고, 정치적·법률적 단죄도 일부 이뤄졌다. 헌재 탄핵 판결문에 세월호가 없다고 해서 박근혜가 쫓겨나고 그 일당이 구속된 것이 세월호 참사 책임과 무관하다고 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유가족과 진보 염원층의 검찰 수사 요구가 정당한 이유는 (사고 원인부터 구조 실패, 이후 수사 방해까지 그 모든 혐의들이) 재판에서 (유죄로) 확정되는 것이 진상 규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돼야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조금이라도 국가에 압력이 될 선례를 만들 수 있다.
전두환·노태우가 1996~1997년에 걸쳐 12·12 군사반란죄로 구속돼 한때 사형 선고까지 받은 것을 많은 이들이 광주에 대한 응징으로 봤다. 그들을 법정에 세우고 구속시킨 동력도 5·18 항쟁을 계승하는 민주주의 투쟁이었으므로 그것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광주 진압(발포 등) 명령권 여부가 당시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검찰이 부실 수사를 했을 개연성이 크다) 선고 자체의 죄목은 12·12 군사반란에 관한 내란죄 문제였다.
최근 전두환의 자서전과 김진태 등의 5·18 망언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재판을 통해 국가적으로 진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아마 최근 자한당 정치인들(차명진, 정진석)의 세월호 망언도 5·18 망언과 겹쳐 보였던 듯하다.) 세월호든 5·18이든 재수사와 재판으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바라는 이유이다.
물론 전·노의 죄목이 무엇이 됐든, 우파가 건재하는 한, 전·노가 사면되고 5·18을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식(당시 계엄군의 입장)으로 왜곡하는 일들은 벌어졌을 것이다. 이 나라 지배계급이 벌인 일이고 그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파 청산과 처벌 요구가 단순히 민주당을 편들어 돕는 것으로 귀결돼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 또한 한국 자본주의의 지배계급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적폐 청산” 요구를 온전히 구현하기가 어렵다. 자한당이 한국 지배계급의 전통적 선호 정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그들과 경쟁도 해야 하지만 협력도 해야 한다.
그래서 김대중이 전·노를 석방하고, 노무현이 청와대 식사 초대 등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 준 것에서 보듯이, 역대 민주당 정권은 우파 청산에서 불충분하고 미흡했다. 사람들은 우파가 싫어서 그들을 뽑아 준 건데도 말이다.
문재인도 권력 농단 뇌물죄 재판이 아직 안 끝난 이재용을 풀어 주고 경제 정책 파트너 삼아 자주 만나 사실상 재판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이명박은 이미 풀어 줬다. 상징성이 큰 박근혜 하나만 처벌해 대중을 달래려는 줄타기 시도로 보인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황교안을 수사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일이다. 황교안은 기세가 살아나는 제1야당의 대표이자 우파의 차기 대선주자 1위다.
문재인은 최근 국정 운영 조언을 듣겠다며 만난 국가원로들이 여야(민주당과 자한당 사이의) 협치를 주문하자, “선 적폐 청산, 후 협치”가 순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천은 말에 못 미치거나 심지어 모순된다. 심지어 박근혜가 하려던 노동개악, 규제 완화 개악, 사드 배치와 군비 강화 등을 강행했다.
우파에 반대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싸워야
자한당 해산 청원이 180만 명을 넘길 정도로 반(反)우파 정서가 광범하다.
하지만 공식정치 안에서의 양극화 구도가 급진 진보적인 반우파 정서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오히려 문재인과 민주당은 진보 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파에게 사기를 회복할 기회를 줬다.
심지어 자한당과 노동개악을 누가 더 잘하나 경쟁도 한다. 그것이 사용자 계급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우파의 공세에 반대해 쟁점에 따라선 불가피한 경우 민주당을 편들 수 있지만, 노동계급이 반드시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즉, 노동자들은 민주당의 불철저, 기회주의, 배신에 대해 비판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자기 계급의 이익을 위한 요구와 투쟁을 자제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이 문재인의 노동개악에 맞서 대규모 저항을 하게 되면 우파도 곤란해진다. 계급 세력균형을 촛불 이전으로 돌리는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최근 곳곳에서 더디거나 역진하는 문재인 개혁에 실망해 개별 작업장 투쟁이 개시되고 있다. 이런 투쟁들이 파업 방식으로 이뤄지고 서로 연결되면 사용자 계급을 괴롭히며 정치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