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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조국 경질 공방:
민주당 vs 한국당 식 진영논리가 해로운 이유

9월 23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택까지 압수수색하고 그 이튿날 조 장관의 아들을 소환 조사했다.

조만간 조 장관의 처 정경심 씨도 공개 소환될 듯하다. 구속영장 청구 얘기도 나온다. 올해 초 경찰이 덮은 버닝썬 사건도 검찰은 재조사를 하려 한다. 관련자 비호 경찰로 알려진 윤규근이 조국의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경찰 간부였기 때문이다. 조국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와 관련해 주가 조작과 횡령 혐의가, 자녀 특혜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서 위조 등의 혐의가 제기되고 있다.

여권은 좁혀오는 수사망을 보며 연일 검찰을 비난·압박하고 있다. 9월 21일(토)에는 대검찰청 앞에서 친문진영이 대규모 검찰 규탄 집회를 열었다.(28일에도 예정) 이에 맞서 한국당도 장외집회와 연쇄 삭발로 맞불을 놓고 있다.

두 당이 사생결단으로 대립하는 까닭은 이렇다. 첫째, 조국 사태가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의 전초전이 돼 버렸다. 둘째, 근본적으로 한국 지배계급이 처한 위기의 근원에 대해 두 당이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 위기에서 비롯하는 한국 경제 위기와 미·중 갈등 속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지정학적 불안정이 바로 그 근원이다. 설상가상으로 두 위기는 결합돼 있다. 한국 자본주의가 미국·일본·중국의 경제와 긴밀하게 통합되면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 국가(여야 간 의견차가 없다)가 군비 증강 예산 투입을 더 늘리려는 것도 이런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런 불안정성이 초당적·국가적 위기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프레임이 바로 민주당 vs 한국당의 진영논리다.

진영논리 때문에 노동자·청년들의 분노가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 ⓒ장한빛

부패 세력 간 공방이 보여 주는 위선과 모순

20년 전인 1999년 김대중 정부의 “옷 로비” 등 권력형 부패 사건이 터지자 당시 좌파들은 (지금의 자유한국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각각 ‘부패 원조’당, ‘부패 신장개업’당이라고 불렀다. 20년 지난 지금은 ‘부패 원로당’(한국당)과 ‘부패 중진당’(민주당) 정도 될 듯하다.

그래서 두 당의 공방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일 뿐이다. 희극처럼 보이는 이유다.

여권은 (문재인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권 교체와 적폐 청산의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윤석열은 박근혜·최순실 특검과 문재인 취임 후 서울지검장을 지내면서 구 여권 부패, 삼성 불법 승계 혐의, 사법 농단 수사 등을 지휘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를 주인을 무는 개 취급한다.

여권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었다면 마땅히 해야 할 수사를 비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이 내세운 “검찰 개혁” 명분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조국 수사는 안 되고, 조국 일가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수사할 공수처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정권 보위용 기관일 뿐이다. 권력기관을 약화시킨다는 ‘검찰 개혁’은 그저 ‘공수표’인 것이다.(검찰이 정권에서 독립해도 문제, 종속돼도 문제인 것은 검찰의 억압기구 성격 때문이다. 둘 다 대안이 되지 못한다. 지난 호 ‘검찰은 개혁될 수 없다’를 보시오.)

이처럼 여권과 윤석열의 밀월관계가 끝난 듯 보이자, 이 틈을 타 우파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압권은 최순실이 JTBC 손석희 사장을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다. “자신은 태블릿PC를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은 부패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했다. 박근혜 탄핵 때도 하지 않은 삭발이다. 이 자리에 딸의 부정 취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같은 당 의원 김성태가 참석해 응원했다.

황교안과 함께 장외 집회를 주도하는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은 아들의 대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의혹에 대해 “내 아들은 공부를 잘했다”며 빠져 나가려 한다.

이때다 싶어 목소리를 높이는 한국당에 속지 말아야 한다 ⓒ출처 자유한국당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진보(중도좌파) 정당들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정의당 탈당 시도 해프닝은 정의당의 현재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정의당은 몇 달 만에 바른미래당에 지지율이 역전당했다. 노동자·청년 당원들의 불만이 상당히 표출됐다.

그런데도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들을 대변하지 않고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지지했다. 검찰 개혁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상정 당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진보적 개혁을 수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여전히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다음을 보여 줄 뿐이다. 첫째, 정의당이 바라는 개혁 목표 자체가 너무 온건하다. 둘째, 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혁 등을 위해 민주당과 너무 유착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결코 친노동 정부가 아니다. 의료 민영화/영리화, 기업인들의 임금비용 절감을 위한 노동개악, 차별을 유지하는 가짜 정규직화 등 우파 정부의 적폐들을 다 계승하며 사용자 친화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경제·안보 불안 속에서 지배계급에게서 위기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처지를 보여 준다. 심지어 국가정보원 프락치 공작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민주당이 개혁을 줄 수 있을 것처럼 지지층을 설득하는 것 자체가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허황한 기대를 품게 만들어 노동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노동자 대중이 수동적으로 문재인을 믿고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자칫 나중에 노동자들이 환멸을 느끼고 사기 저하될 수 있다.

결국 지금 진영논리로 나타나고 있는 정의당 지도부의 실용주의/현실론(비판적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종류가 아니고 근시안적인 종류)은 정의당의 총선 득표 신장이라는 단기 목표를 위해 선거보다 비할 데 없이 중요한 노동계급의 의식과 자체 활동, 대중 투쟁 고무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자본주의가 처한 난관이 진보적 개혁을 필요하게 만들면서도 어렵게 만든다는 아이러니가 진영논리를 강화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민주당 정부의 온건한 개혁조차 좌절돼 한국당이 재집권한다면 군소 정당인 진보 정당이 개혁은커녕 집권이라도 이룰 수 있겠느냐는 조야한 논리가 진영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재집권하면 이명박근혜 9년보다 더한 후퇴가 올 것이라고 진보 염원 대중을 협박한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9년은 왜 찾아왔을까? 바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진보 염원 배신이 낳은 환멸의 결과였다.

진영론과 차악론을 벗어나는 게 군소정당인 정의당과 민중당에게는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그러나 근시안적 ‘현실론’은 악순환을 해결하지 못한다. 진정한 대안의 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지금 진영논리는 진보정당이 자기 지지층인 노동자 등 차별받는 대중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또한 개혁의 진정한 동력인 대중 투쟁(이를 통한 의식과 조직)을 약화시킬 뿐이다. 정의당에서 “과감한 전환,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 측의 침묵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자신들을 지지한 비교적 좌파 청년 당원들의 당 지도부에 대한 항의가 반향을 확대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때늦은 후회?

2000년대 중엽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부의 인기가 떨어질 때 함께 지지율이 하락했다. 노무현 정부가 잘 됐어야 민노당도 잘 됐을 거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 반대다.

민노당은 노동계급을 일관되게 대변해, 노무현과는 다른 진정한 진보·좌파적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결과, 노무현의 배신에 대한 환멸이 진보정당 지지로 옮겨오지 않고 오히려 진보적 변화에 대한 환멸로 이어져 노무현과 동반 하락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뒤늦게 이를 깨닫고 부랴부랴 노무현 퇴진 요구를 채택하고 한미FTA 반대 투쟁, (대선 직전에는) 반(反)노무현·반(反)우파 민중총궐기 등을 벌였으나 이미 기울어진 세력균형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이명박으로 정권이 바뀐 뒤에 진보 정당들이 민주당과의 “전략적 야권연대”(계급을 초월한 국민연합) 노선으로 다시 기운 것이다. 심상정 대표도 이런 과거에 큰 책임이 있다. 이런 과거에서는 민중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 대표와 민중당은 둘 다 전략적 야권연대에 적극적이었던 나머지, 친노 유시민과의 통합(“통합진보당”)을 실행했다.

지금 민중당은 지지층을 의식해 좀 더 모호하게 말하고 있다. 가령 민중당 이상규 대표는 9월 18일 철도 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권에게 엄중 경고합니다. 노동자·농민·서민을 외면할 때 그 말로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러나 정작 조국 임명 국면에서는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 사실상 문재인을 지지했다. “검찰의 칼날에 조국 후보자의 운명이 걸려 있는 형국 … 검찰 개혁은 촛불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 검찰이야말로 적폐세력의 몸통이다.”

최근 민주당과 정의당의 지지율 합계가 줄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합친 지지율 합계가 늘어나는 것은 다소 불길하다. 촛불 운동과 정권 교체 이후 크게 성장한 개혁주의적 정서(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정서) 자체가 후퇴하는 조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 방향으로 굳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시계가 불투명한 만만찮은 상황이 시작되는 조짐이다. 경제·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지배계급의 혼란과 반동이 촛불 운동의 여파를 갉아먹는 지금, 노동계급은 진영논리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더 급진적인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당장은 아무 효과를 못 낼지라도 좀 더 중·장기적으로는 그동안의 지긋지긋한 친자본주의 양당 구도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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