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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사퇴:
개혁을 말했지만 진정한 대의명분이 없음이 입증되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오늘(14일)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조 장관은 자신은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며] …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청와대와 조 장관은 10월 14일 오전(13일 여권 내 협의를 거쳐) 발표한 검찰 개혁안을 재임 중 성과로 삼아 명예롭게 자진 퇴진하는 모양새로 꾸미려 한 듯하다.

직후에 열린 청와대 회의 공개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의 기여를 추켜세웠다. “조국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 검찰 개혁의 큰 동력 … 오늘 조국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입니다.”

14일 개혁안에는 검찰 특수부 축소와 명칭 변경(반부패수사부) 등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 심야 조사와 장시간 조사 등을 제한하는 ‘인권보호수사규칙(법무부령)’ 제정, 법무부 검찰 감찰 권한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 개정안은 15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바로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나온 법무부의 개혁안, 검찰청의 자체 개혁안 등과 별로 다르지 않다. 문재인과 조국 스스로 검찰 권력의 본질이라고 말해 온 문제들, 곧 직접수사, 경찰 수사 지휘권, 기소독점 같은 것에 본질적 변화가 전혀 없다. 그러니 실제로는 별로 이룬 것도 없이 물러나는 것이다.

문재인은 한술 더 떴다. “검찰개혁 방안의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이제껏 (조국 일가를 수사하는) 검찰을 청산 대상인 적폐로 규정한 서초동 시위를 “국민의 뜻”이라고 하더니 이제 말을 또 바꿔 검찰 조직을 달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국가 관료들 사이의 관행 때문에, 직속 상관을 물러나게 한 검찰총장이 계속 자리를 지킬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청문회 등에서 해명한 것과 달리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씨의 사모펀드 불법 혐의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조 장관 일가를 크게 압박한 듯하다. 그 수사를 막으려고 여권 친문 인사들이 총동원돼 검찰, 언론, 법원 등을 압박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재계의 불만과 압박이 큰 압력이 됐을 듯하다. 조 장관 임명 이후 격화된 여야 갈등이 경쟁적 거리 동원으로까지 이어져 정치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국회에 계류된 각종 친기업 개악안은 오히려 늦어지는 사태를 그들은 못마땅해했다.

결국 문재인과 조국은 자신들의 오판으로 정부의 입지가 흔들렸음에도 마치 뭔가를 이루고 물러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구 여권 적폐 진영의 독재 정권 시절 행태를 다시 보는 듯하다.

헛된 꿈

8월 9일 문재인이 조국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그 일가의 특권 행태에 대한 온갖 의혹과 구설에도) 조 장관을 통해 한국당 저지, 검찰 개혁, 사법 개혁 등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조국 사퇴는 이중의 실망과 환멸을 안겨 주는 결과일 듯하다. 조국 임명에서 사퇴까지 과정에서 어떤 대의와 명분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헛된 희망이었던 것이다.

우파의 사퇴 요구에 동조하지 않았지만, 조 전 장관 일가의 특권 행사와 위선에 분노하고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이 보기에는 일종의 대국민 사기극인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사퇴의 변 중 다음 말이 진실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조국 본인뿐 아니라 청와대의 뜻도 같았겠지만 말이다.

조 장관 지명 후 폭로된 그 일가의 특혜·부패 의혹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그의 위선 때문에 대통령·민주당 지지율이 모두 추락해 왔다. 얄궂게도 자유한국당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이반이 두드러졌다. 20대 청년층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 정부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집단이다.

진보적 개혁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것에 따른 이반이었다. 그러므로 우경화로 치부될 수 없다. 물론 정의당, 민중당 같은 대표적인 진보파 조직들이 계속 한국당에 맞서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진영논리를 앞세워 조국을 감싼 일 때문에, 마치 진보·좌파 전체가 청년층의 불만을 외면하는 듯이 보이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그들이 우파 지지로 돌아서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진보계의 유력 지도자들과 조직들은 문재인과 조 전 장관을 방어하거나 침묵하며 비판을 회피해 왔다. 일부는 한국당의 총선 부활과 집권 가능성을 막으려고, 다른 일부는 선거법 개혁 공조로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고, 또 다른 일부는 정부를 도우면 개혁 양보를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서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헛된 꿈이라는 게 다시금 분명해지고 있다. 문재인은 조국 사퇴에 대한 공개 메시지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민생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달라.” 지난주부터 본격화한 친기업적 개악 법안 통과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온건 진보계 지도자들은 이제부터라도 문재인 정부와 단절해야 한다. 특히, 노동개악에 맞서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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