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조국 수사 중단 촉구 집회:
대중을 동원한 중도의 재활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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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촛불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취지인즉, 검찰이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고 무고한 조국 일가에 총력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우파도 자유한국당 주도로 전국 8개 지역에서 권역별 조국 파면 촉구 집회를 열었다. 그러므로 공식 정치가 친자본주의 양당 구도로 양극화돼 서로 진영논리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일들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모두 현 국면을 차기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보는 것의 반영이다.
진보파(중도좌파)와 노동운동 온건파들이 진영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 상황은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 조국 경질 공방: 민주당 vs 한국당 식 진영논리가 해로운 이유)
9월 16일 이후 친문 인사들이 중심이 된 사법적폐청산범국민시민연대(범국민시민연대)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7차례 집회를 열었다. 9월 28일 저녁에는 20만 명가량 참가했다. 대로를 가득 메운 대열이 조 장관 일가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을 에워싸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주최측 예상보다도 많아 고성능 스피커가 부족했던지 대열 뒷편에서는 무대 발언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집회 참가자들은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정치검찰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자유한국당 해체”나 “윤석열 해임” 등도 외쳤다. 집회는 밤 10시경까지 계속됐다.
“이번엔 지켜 내자”라는 팻말도 눈에 띄었다.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지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에 대한 트라우마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대열 구성은 압도적으로 보통의 40~50대 남녀였다. 과거 민주화 운동 세대가 문재인 정부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반우파적 ‘언사’에 공감대를 느끼며 위기감을 공유하는 것인 듯싶다. 20대 청년층은 찾기 힘들었다.
2000년대 초·중반에 친노 지지층이 20~30대가 매우 많았던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때 그 사람들이 15년가량 고스란히 나이 먹은 게 아닌가 싶다. 조국 일가의 계급적 특권 행사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허탈함에 대해 친문계 정치인들이 지극히 냉담하고 무감각하게 대응하는 것과도 연관된 현상일 것이다.
이율배반
이날 집회는 민주당과 친문계 정치인 지지자 네트워크가 중심이 돼 전국에 총력 동원을 호소했다. 조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과 자녀 소환조사에 이어 조 장관 아내 정경심 씨의 검찰 공개 소환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로 두 가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이미 자녀 특혜 건으로 기소된 정경심 씨가 추가 기소되면 사모펀드, 웅동학원, 자녀 대입 특혜 등 대부분의 혐의에서 조 장관이 ‘사실상의 공동정범적 지위의 피의자’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다.
2016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을 기소하면서 박근혜를 사실상의 공범(피의자)으로 지목했듯이 말이다. 당시에, 현직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어서 그 대신 ‘사실상의 피의자’ 식으로 공표했던 것이다.
만일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한국당은 국회에서 해임건의안, 탄핵소추 등으로 보수 야권을 규합하며 문재인 정부를 궁지로 몰 것이다.
둘째, 그렇게 되면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고, 정치적 위기는 고조될 것이다.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정권 재창출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이다.
조국을 민정수석 시절부터 반대하고 견제해 온 것이 한국당이었으므로, 친문 정치인들은 조국 일가 수사를 한국당과 구 여권 적폐 세력의 보복으로 규정한다. 이런 성격 규정의 논리는 조 장관이 난처해지면 문재인 정부 자체가 타격을 입고 구 여권이 다시 득세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마침 정권과 검찰의 엇박자가 노출되면서 이제 친문 정치인들에게는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자체가 정권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27일 문재인이 직접 검찰의 “성찰”과 “절제”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일 테다.
중도계의 위기감과 문재인의 전날 메시지가 28일 대규모 동원의 핵심 동력이 됐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약화되면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의 성과가 사라지고 구 여권이 다시 득세하는 반동이 (자동으로) 온다는 논리는 온건하고 소심한 중도계에게 호소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분화
더디지만 혐의가 점점 드러나는 상황에서 검찰 개혁 요구로 맞불을 놓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모순을 더 드러낼 것이다. 삼성 이재용에게 친근감을 주고 특혜를 주는 문재인 정부, 공안검사 출신들로 김앤장을 거친 자들을 중용한 조국이 박근혜 일당, 삼성 바이오로직스 부정 등을 수사한 윤석열 팀(특수부)을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검찰의 억압성과 부패성과는 별개로) 모순과 위선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 마침내 문재인의 지시를 받아 조국 일가 수사를 중단한다면 그것은 “비정치 검찰”인가? 어떤 선택을 해도 정치 검찰일 뿐이다.
부패 척결(“적폐 청산”)을 앞세워 집권한 현 집권세력이 마찬가지로 부패의 잠재력을 보이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부패 수사 대상에서 예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듯이 구는 것도 반감을 더 키울 것이다.
현 정부가 표방하는 검찰 개혁이 검찰의 억압성을 완화하는 목적의 것도 아니다. 현 집권세력의 검찰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일 뿐이다.
반면 이날 고(故) 김용균 씨의 발전소 비정규직 동료들, 영어전문회화강사들, 공공기관, 톨게이트 노동자들 등 문재인이 최소한의 진보적 개혁 약속마저 내팽개치는 것에 뒤통수를 맞은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특히,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지금도 본사 농성을 하고 있다.(그러므로 이날 곳곳의 집회들은 촛불 운동의 정치적 분화를 새삼 재확인한 것이다.)
진실은 민주당이냐 한국당이냐 하는 식의 자본주의 양당 사이의 진영논리가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좌파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같은 억압기구를 약간이라도 견제하는 힘도 이들의 투쟁에서 나온다.
자본가 기반 양당의 위선과 모순을 폭로하고 오히려 그들 간의 분열을 이용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전진시키려 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자들의 의식과 행동이 진영논리 앞에서 위축되지 않도록 혁명적 좌파가 논쟁해야 한다. 운동의 온건파 지도자들이 진영논리 앞에 무장 해제돼 있으므로 이 점은 특히 중요하다.
28일 서초동 서울검찰청 앞 집회의 현장 취재를 맡아, 이 기사의 작성에 큰 도움을 준 최인찬, 양선경 동지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