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교사들을 성범죄자로 낙인찍은:
광주교육청과 대광여고 교장의 무분별한 ‘성비위’ 수사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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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의 ‘성비위’ 처리 방식에 대한 교사들과 진보적 활동가들의 불만이 높다. 배이상헌 교사의 사례를 보듯, 광주시교육청은 ‘성비위’ 혐의가 제기되면 공정하고 신중한 진상조사도 없이 교사를 무조건 직위해제하며 수사기관에 넘겨 왔다. 〈전남일보〉 이한나 기자의 9월 16일자 기사를 보면,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무조건 직위해제하는 곳은 전국 8개 광역시교육청 중 광주와 대구 두 곳이다.
광주시교육청의 무분별한 수사 의뢰·직위해제 때문에 여러 학교에서 무고한 교사들이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는 피해가 생겼다. 대광여고가 억울한 피해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광주시교육청은 대광여고 교사 19명을 ‘성비위’ 혐의로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이 수치는 대광여고 전체 교사 셋 중 하나이고 남자 교사의 절반에 해당한다. 〈JTBC〉, 〈중앙일보〉, 〈CBS〉 등 많은 언론이 이 일을 “전대미문의 성폭력 사태”로 앞다퉈 보도했다. 언론들은 경찰에 고발된 교사 모두가 성추행이나 상습적 성희롱을 저지른 것처럼 보도했다(어떤 언론은 “성폭행” 사건이라 보도하기도 했다). 경찰 소환 조사가 있기도 전부터 말이다.
재판 결과에 따르면, 대광여고 일부 학생들은 성추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 7명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명이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받았고 나머지 5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따라서 학생들의 피해 사실을 인지했을 때 학교 측이 신속하게 피해를 조사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은 당연히 필요했다. 형사 고발이 필요한 교사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학교와 교육청이 고발한 교사 19명 중 무려 12명(63퍼센트)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10명)과 무죄 판결(2명)을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과연 사건 처리 과정이 공정했는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무분별한 고발
대광여고와 교육청은 설문조사나 면담조사에서 나온 학생의 얘기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고, 해당 교사들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서둘러 수사기관에 넘겼다.
그러나 전수조사에서 나온 학생의 얘기를 검증 없이 그대로 진실로 간주해서는 안 됐다. 과장된 얘기나 허위 사실이 얼마든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이 높은 학업 부담이나 생활 통제에 대한 불만을 교사들에게 왜곡되게 표출하기 쉽다. 학교를 따분한 구속의 장소로 만드는 것은 교육부와 교육청 같은 국가기관들의 책임이지만 학생들의 화살은 근거리의 교사들을 향하기 쉽다.
당시 조사에 참가했던 대광여고 학생들의 글을 보면, 학생들의 진술을 무조건 진실로 간주해서는 안 됐음을 알 수 있다.
“전수조사, 면담조사 과정에서 선생님께 혼난 적이 있다는 이유로, 허위 사실을 기재하거나 장난삼아 조사에 임하는 몇몇 친구들을 보며 많이 속상했습니다.”(당시 3학년 학생의 탄원서).
“친구들이 적은 내용 중에는 진심으로 사과를 요구하며, 바뀌기를 바라는 부분도 많았지만, ‘들은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서술하거나, ‘누가 당했다’는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쓴 경우, 특정교사에 대한 학생의 미움을 표현한 경우도 있었습니다.”(올해 10월 30일 전교조 광주지부 주최 집회 때 배포한 대광여고 졸업생 글).
물론 학생들의 진술 중에는 성추행 등의 실질적인 피해도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일단 학생의 진술을 진중하게 경청하되, 그 사실관계와 맥락도 면밀하게 따져 봐야 했다. 그런 뒤 사실관계가 분명히 확인된 사안에 대해 그 사안의 성격에 맞게 형사 고발할 것과 교육이나 다른 방식으로 처리할 문제를 신중히 구별했어야 했다.
전수조사 때 조사의 목적을 고지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글이 교사를 형사 처벌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글로 인해 교사가 형사 고발되자 충격을 받았다는 학생들이 많다.
고발된 교사의 다수는 성추행이 아닌 수업이나 학생 생활지도 때 사용한 ‘말’로 고발됐다. 과연 이것이 서둘러 수사기관에 넘기며 직위해제할 만큼 중대한 혐의였는가. 국가공무원법 제73조에 성범죄 수사에 따른 직위해제를 “비위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로 규정한 것을 교육청이 무시하고 있다.
기자는 무혐의 판정을 받은 대광여고 교사 몇 명을 만났는데, 이들은 학생 진술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고발 전에 이런 문제가 확인되고 소명됐어야 했다. 검찰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서적 학대’ 혐의의 적용을 받았다. 교육청이 ‘성적 학대’로 고발한 것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혐의를 바꾼 것이다. 이는 형사 고발에 무리가 따랐음을 방증한다.
교사가 실제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해도, 그 성격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형사 고발하는 것은 뜻밖의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원치 않는 성적인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과 그저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편견이 섞인 말을 한 것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부적절한 발언에도 그 수위와 지속성, 고의성 등에서 차이가 있기에 그 수위에 걸맞는 조처가 필요하다. 어떤 발언들의 경우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과하거나 다른 조처로도 충분할 수 있다. 무분별한 형사 고발은 정의롭지도 않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못한다. 대광여고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 불신이 커졌을 뿐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신과 갈등이 고조됐다.
광주교육청은 스쿨미투 대응으로 대광여고를 포함해 두 곳에서 전교생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더는 전교생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다. 전교생 전수조사의 난점과 부작용을 교육청이 사실상 인정했기 때문이다. 진위를 알 수 없고 사소한 사실들까지 다 적히는 전수조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교육청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듯하다.
대광여고는 사학비리로 재단 이사장이 구속된 뒤 교육청이 관리하는 학교이다. 유모 교장은 교육청이 파견한 관선 교장이다. 놀라운 것은, 교장이 수백 명에 이르는 전교생 무기명 설문조사 결과를 단 이틀 만에 혼자서 정리하고 성비위 혐의자를 분류해 교육청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1차 조사를 토대로 2차 조사를 해 신속하게 혐의 교사를 고발했다.
이 과정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이 쓴 이름은 여교사 포함해 총 33명인데 이 중 19명만 고발한 기준은 무엇인지, 교장도 남자인데 왜 혼자서 설문지를 정리했는지 등의 의혹이 제기된다. 교장의 교육청 신고와 고발 동기가 대광여고 교사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크게 의심받고 있다.
대광여고 사태에서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전교조의 대응이다. 지난해 전교조 광주지부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보려고도 하지 않고 바로 ‘엄벌에 처하라’는 논평을 냈다. 전교조 조합원들도 다수가 수사를 받았는데(검찰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당시 대광여고 전교조 분회장과 조합원들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학교와 교육청을 편드는 논평을 냈다(지난해 전교조 광주지부장은 현재 전교조 사무처장이다).
‘묻지마’ 직위해제
형사 처벌 가능한 범죄, 특히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조사가 꼭 필요하다. 한 명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 성범죄는 낙인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그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언론들은 선정적 보도를 일삼고, 나중에 무죄라는 게 밝혀져도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성폭력’ 얘기가 나오면 책임 추궁을 피하거나 인기를 얻고자 ‘엄벌’을 외치며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진실에는 별 관심도 없다.
대광여고 유모 교장은 전교조 교사 출신이지만,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독단적으로 대응했다. 해당 교사들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더러 혐의 내용도 알려주지 않았다.
교사들은 이유도 모른 채 직위해제되고 학교에 출근하지 말라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 가서야 비로소 자신이 받는 혐의 내용을 알게 됐다. 무려 45일 동안이나 자신이 고발된 이유조차 몰랐던 것이다. 10명의 교사들은 6개월 만에 검찰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학생이 ‘불쾌함’을 호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범죄 취급하며 수사기관으로 넘겼을 때 어떤 부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는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교사 사례로 잘 알 수 있다.
다음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두 명 중 한 교사의 발언 내용으로 고발된 예이다. 여름 방학 방과 후 시간에, 졸고 있던 학생의 여름 교복 가슴 부위 단추가 풀려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하고 다니면 남자 친구가 좋아하니”라고 말했다는 게 하나다. 다른 하나는 안에 나시 티셔츠를 입은 학생에게 “요즘 유행이 시스루인가 보다. 00야 안에가 다 보인다. 다음부터는 안 보이는 옷 입어라”라고 하고, 수업 시간 내내 “시스루”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 교사는 둘 모두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증거를 제출했다. 전자의 경우 그 학생(스스로 만든 가명이 박근혜였다)이 교사의 수업을 듣지도 않았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후자에 대해서는 고발한 학생과 같은 반의 많은 학생들이 교사가 해당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전자의 사례에서 교사의 반증을 인정했다. 후자에 대해서는 학생 복장 지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정서적 학대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주는 수준에 그치는 언행만으로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교사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위 발언만으로 기소돼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1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그의 고초는 끝나지 않았다. 재판이 아직 남아 있고, 교육청의 요구에 따라 학교 측은 1심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징계 조처를 내리려 한다. 언제 학교로 돌아갈지 모르는 것이다.
무혐의·무죄 교사에 대한 징계 방침 철회하라
무혐의·무죄 판결을 받은 교사들이 그동안 겪은 피해는 가늠하기 어렵다.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통이다. 이들 교사들은 대인관계가 거의 단절됐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들도 많다.
경제적 타격도 크다. 직위해제된 교사들은 임금이 대폭 삭감된다. 올해부터 첫 3개월을 기본급의 60퍼센트, 그 뒤에는 30퍼센트를 받는다. 변호사 비용 등 법적 대응 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피해도 상당히 크다.
억울한 피해자들이 대거 발생했지만 대광여고와 광주시교육청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무혐의자들에게도 징계를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무혐의·무죄 교사들은 1년 3개월이 넘도록 여태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형사벌과 행정벌은 다르다”며 무혐의·무죄 교사들에게도 해임 등 중징계를 요구했고, 학교 징계위가 징계를 내리고 있다. 이미 여러 교사들은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자신들이 수사기관에 고발하고는 법적 판단도 무시하고 해임 등 중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위선적이고 뻔뻔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검찰에서 같은 무혐의 결정을 받았음에도 전교조 교사들만 정직, 해임 같은 중징계를 받았다. 이 교사들이 광주시교육청의 무혐의자 징계 방침에 수차례 항의한 것에 대한 교육청의 보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광주시교육청의 무혐의·무죄 교사 징계 방침은 치졸한 면피성 공격이다. 부당하기 짝이 없는, 무혐의·무죄 교사 징계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무분별한 수사 의뢰와 직위해제는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해 교사와 학생 간의 불신을 키우기 십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학생들의 자주적 역량이 커지기 힘들다. 성폭력과 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도 요원해진다. 광주시교육청의 무분별한 성비위 처리 방식과 부당한 징계에 항의하는 교사들의 투쟁을 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