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전면파업:
“5년간 영업이익 1조 2853억 원, 그런데도 임금 삭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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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동자들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12월 20일 임금 교섭 결렬 이후,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는 즉각 파업에 돌입했다. 23일부터 전면파업을 시작해 연말까지 이어 가기로 했다.
르노삼성 노동자들은 2018년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간 300시간가량 파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반년 만에 또다시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사측의 공격에 대한 기층 노동자들의 불만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르노삼성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후퇴해 왔다.
그런데도 사측은 몇 달 동안 교섭안도 내지 않고 시간끌기만 하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기본급을 동결하겠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제가 내년에 15년차인데, 월급 실수령액이 136만 원 정도에요. 두 달에 한 번 보너스 달이 되면 283만 원 정도 되는 거죠. 저희 회사는 호봉제도 없고요, 근속수당도 없어요. 연봉으로 치면 지난해에 1000만 원 정도 줄었고, 올해 또 1000만 원이 줄었어요. 그러니 사측 제시안을 보자마자 조합원들이 다 일어났어요. 파업해야 한다 하고요.”(이정덕 르노삼성자동차노조 대의원)
노동자 수백 명의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응해 사측은 상여금 지급 방식을 매월 지급으로 조정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려 한다. 잔업·특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입사 시기가 늦은 젊은 노동자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이다. “저는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비해 12만 원이 부족해요. 저보다 더 심각한 사람도 많아요.”(이형주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 대의원)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 12만 원 인상(8.01퍼센트)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정말이지 최소한의 요구인 것이다.
사측은 일감이 없다며 구조조정도 밀어붙여 왔다. 올해 희망퇴직을 받고, 정규직 노동자를 대규모로 전환배치했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연차가 높은 분들을 [노동강도가 높은] 메인 라인으로 계속 전환배치 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도 한 분은 천식 환자라 힘들다고 했는데도 조립 라인에 투입됐습니다.”(조영식 르노삼성자동차노조 대의원) 노동자들을 괴롭히며 사실상 나가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올해 전환배치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가 무려 250~300명이나 해고됐다. 그런데도 사측은 내년에는 2교대제를 1교대제로 전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600명을 해고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노동자들을 내보내다 보니 생산 물량이 줄어도 노동강도는 줄지 않았다. “병가, 산재 환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어깨, 허리, 목 다양하게 아픈데, 문제는 병가로 산재에서 복귀한 후에도 작업을 그대로 해야 합니다.”(조영식 대의원)
이처럼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강요됐지만, 경영진은 거대한 이윤을 챙겨 왔다. 그래서 노조는 요구한다. “현금보유액 7545억 원, 최근 5년간 영업이익 1조 2853억 원, 5년간 주주에게 배당한 돈만 8521억 원. 노동자에게도 몫을 달라!”
사측의 파업 파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지금 르노삼성 사측은 파업 효과를 떨어뜨리는 데 혈안이 됐다. 주말에는 시급의 3배를 주며 특근할 사람을 모집하고, 평일에는 2교대를 1교대로 전환하고 파업 불참자와 관리자, 사무실 직원, 계약직 등을 모아 공장을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명백한 “단협 위반”이고 파업 파괴 행위이다.
노조는 이런 시도에 항의하며 12월 23일부터 연말까지 전면파업으로 수위를 올렸다. 보수 언론의 흠집 내기와 달리, 23~24일 생산 가동률은 25~27퍼센트 수준에 머물렀다. 노조 간부들을 중심으로 현장 순회를 하며 파업 동참도 선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계속해서 한 개 교대조를 구성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전면파업의 효과를 부분적으로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노동자들은 어떻게 하면 사측의 파업 파괴 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일은 지금 출근해 일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국제 노동운동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을 막기 위해 전통적으로 노동자들이 사용해 온 ‘피켓라인’ 전술이 그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이 공장에 집결해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고 파업 동참을 설득하는 것을 말한다. 피켓라인은 올해 미국 GM노동자 파업 등에서도 조직됐고, 투쟁과 연대를 건설하는 구심 구실을 했다.
르노삼성 노동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파업 효과를 높인다면, 내년 1월부터 신차(XM3)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을 상당히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연대 모으기가 중요한 이유
보수 언론들이 하나같이 르노삼성 파업을 비난하고 있다. 사측은 부산지역의 협력업체 사장들도 비난 대열에 가세하게 만들었다. 재계와 보수 언론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고 안달이다.
이는 상반기 투쟁에서도 반복됐다. 그런데도 노조가 올해 2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의당 등 부산지역의 진보·노동 단체들과 연대해 나가겠다는 기자회견을 하자, 사측은 “외부세력”을 개입시킨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사측이 “외부세력” 운운한 것은 노동자들의 광범한 연대를 가로막아 파업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려는 술책이다. 연대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노동악법 ‘제3자 개입 금지’ 법률 조항도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에 폐지된 마당에 말이다.
이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노동자들도 투쟁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며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다른 노동자들과 진보·노동운동 진영에 적극 연대를 호소하면서 지지·방어 세력을 광범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면 르노삼성 사측의 공격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고, 파업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고취할 수 있다. 그것이 연대 투쟁으로 확대되면 사측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올해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국GM의 파업에서도 연대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미국 GM 공장이 파업에 들어가자 멕시코 GM 공장에서 연대 행동이 벌어졌고, 포드와 크라이슬러 노동조합뿐 아니라, 간호사 노동조합이나 트럭 운전수 노동자들도 연대를 보냈다.
르노삼성 노동자들의 투쟁도 연대를 모을 잠재력이 있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고 안달이다. 특히 자동차 판매량이 세계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여러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들도 임금·노동조건·일자리에 대한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의 불만과 르노삼성 노동자 고통은 맞닿아 있다.
르노삼성 노동자들은 이번에 여러모로 지난번보다 더욱 전진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번에는 일주일에 1~2차례 부분파업을 했었지만, 이번에는 전면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투쟁으로 맞서고 있는 르노삼성 노동자들이 승리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