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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파업 가결:
주주 배당 1550억 원, 노동자 임금 억제·조건악화

지난 12월 10일 르노삼성 노동자들이 파업을 가결했다(찬성률 66.2퍼센트). 특히 지난 파업 때 마지막까지도 참가율이 높았던 영업지부는 73.3퍼센트로 찬성률이 높았다.

현재 르노삼성 노사는 임금 협상을 진행 중인데, 사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본급을 동결하는 안을 가져왔다. 게다가 사측은 생산량이 떨어졌고, 내년 전망도 좋지 않아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보수 언론들도 올해 상반기 르노삼성 노동자들이 벌인 파업 때문에 기업이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올해도 영업이익을 1700억 원가량 낼 전망이다.

게다가 사측은 상반기에 주주들에게 거액 배당을 해 눈총을 산 바 있다. 2018년에 벌어들인 수익 중 70퍼센트에 이르는 1550억 원을 배당한 것이다. 르노삼성은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영업이익을 무려 1조 6000억 원 냈는데, 최근 5년간 8521억 원을 배당했다.

사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본급 동결을 제시했다 올해 3월 25일 파업 집회에 참가한 르노삼성 노동자들 ⓒ정성휘

반면 노동자들은 큰 고통을 받았다. 임금은 지난 3년간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노동자 수백 명은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소송을 하고 있지만, 사측은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꼼수로 법 위반만 피하려고 한다.

구조조정은 거의 해마다 진행돼 왔고, 노동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때문에 산업재해는 해마다 늘고 있다.

호봉제가 폐지돼, 일부 직종에서는 이미 수년간 일한 노동자가 신입사원보다 연봉이 더 낮은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금피크제도 55세(만 54세)부터 매해 10퍼센트씩 삭감돼 임금 삭감 폭이 매우 크다.

따라서 임금 12만 원 인상(8.01퍼센트), 호봉제 도입, 임금피크제 폐지와 처우 개선 등 노동자들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

약속 파기

사측은 지난 임단협 합의 사항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2018년 임단협에서는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일시금 지급, 직업훈련생 60명 충원, 전환배치 추진 시 노조와 합의 절차 강화 등을 합의했었다.

그러나 사측은 지급하기로 한 일시금도 아직 다 지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원 충원 약속도 내팽개치고 오히려 희망퇴직을 받았다. 올해 10월부터는 부산 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기존 60대에서 45대로 낮추면서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전환배치 했다. 그래서 시간당 생산 대수가 낮아졌지만 높은 노동강도는 여전하다.

게다가 노동자들을 외곽 부서로 전환배치 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해고됐다(250~300명 추산). 그런데 사측은 이것도 모자라 현재 진행 중인 2교대를 내년에는 1교대로 전환하고, 비정규직 600명을 해고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앞으로 비정규직 해고와 교대제 전환에 반대하는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해고에 반대하는 것은 정규직의 고용·조건을 지키는 것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가결하자, 사측과 보수 언론은 언제나처럼 ‘노조가 투쟁하면 본사로부터 수출 물량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공격이 먹힐수록 사측의 이윤은 커지고 노동자들에게는 고통만 돌아왔다.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 10년간 이런 고통 전가를 겪어 왔고, 그 폐해를 알고 있다.

르노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각 나라의 노동자들을 경쟁시키며 고통을 강요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저항이 커지는 추세라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 르노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서도 연금 개악에 맞서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르노 노동자들도 이런 파업 물결에서 예외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번 파업 찬성률이 예년보다 낮다며 의미를 깎아내린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는 사측의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투쟁을 택했다. 르노삼성에서는 올해 상반기 파업이 다소 아쉽게 마무리됐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또다시 파업을 결의한 것은 그만큼 기층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비록 상반기 투쟁이 아쉽게 끝났지만 노동자들은 최장기 파업을 하며 투쟁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르노삼성은 최소 인력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 일부만 파업해도 생산 라인을 중단시킬 수 있다.

12월 16~17일에 열린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이번 주에 사측과 교섭을 하고,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12월 중에 파업을 하기로 결정됐다. 사측의 고통 전가에 반대하는 르노삼성 노동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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