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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3법 국회 통과:
기업주들 "만세" 외치게 해 준 문재인 정부

누구나 병원에서 의료진을 상대할 때는 주눅 들고 위축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 몸에 관한 일이지만 그 정보를 보유하고 해석할 능력은 의료진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정보 불균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데이터 3법은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서 이런 불균형을 더욱 심화하는 법이다. 특히 금융업계와 보건의료 업계가 침을 흘려 왔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세 개 법안의 개정안이다. 개정 내용의 핵심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완화해 금융기업이나 통신기업, 병원, 정부 기관들이 보유한 개인들의 다양한 정보들을 결합,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보유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민간 기업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의 권력을 키워주는 한편 노동자들은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할 것이다.

예컨대 금융 자본가들은 돈 갚을 능력이 적은 사람에게는 최대한 대출을 줄이고,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아가 상품을 팔려 한다. 이들은 더 많은 개인정보를 얻어 그 적중률을 한층 끌어올리려 한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려 한다. 데이터 3법은 이를 도와주는 법이다.

반면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자들은 신용이 크게 불안정해지므로 주거, 교육 등을 위한 대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 부담은 많이 늘어날 수 있다.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 자본가들에게도 데이터 3법이 매우 유용하다.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가족관계는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이른바 ‘건강 위험 요인’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는 보험료를 올리고 지급액은 낮출 수 있다. 누가 그런 보험계약을 하려 하겠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보험사가 나에 대한 정보를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한(심지어 나도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런 계약을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

당연히 소득수준이 낮고 가족의 지원이 부족한 저소득층 노동계급이 이런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 직업과 소득수준이 개인의 건강 수준(수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보험업계에서는 암보험, 실손보험 등 질병 치료비에 대한 보험 상품을 팔아 왔는데, 이제 시장이 포화함에 따라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왔다. 이른바 ‘건강관리’ 서비스다. 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게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적절한 생활습관을 안내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서비스는 필요하다. 건강보험공단이 2~3년에 한 번씩 저렴한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간 보험사들의 목적은 건강증진이 아니라 이윤이다.

검진 결과는 보험료 책정과 보험지급액에 연동시키려 할 것이다. 불이익을 주거나 작은 혜택을 줌으로써 생활습관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최종 합계가 보험사에 이익을 주는 것이어야 하므로 혜택은 작고 불이익은 클 것이다. 예컨대 기존 데이터에 따라 이런 습관을 개선하라고 안내한 뒤 몇 년 동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술집에서 카드 결제한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알아낼 수 있다)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특정 질병(간 질환 등)에 대한 보험 계약을 해지하려 할 수 있다.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범한 노동자들의 생활습관은 개인적 노력으로 크게 바꾸기 어렵다는 데 있다. 계급에 따라 건강 수준이 현격히 차이가 나는 까닭이다.

데이터 3법의 하위법령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아예 지난 수십 년 동안 건강보험공단이 축적해 온 데이터를 민간기업들에 넘겨줄 수도 있다. 기업주들로서는 데이터 수집을 위한 노력 즉, 신뢰할 만한 검진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도 없이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프리존 등 여러 규제 완화 조처를 통해 신약 개발 등 ‘바이오’ 산업을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본격 판매 전에 약품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증명해야 하는 임상시험 규제를 완화해 줬다. 일단 팔아 놓고 부작용이 있으면 바로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데이터 3법은 바이오·제약 기업이 연구와 영리 활동을 목적으로 개인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므로 건강보험공단과 병원이 보유한 정보를 사들여 임상시험 결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광범한 약품 실험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이 커지면 그 부작용이 알려지기 전에 슬그머니 약품을 퇴출해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피하면서 말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인보사 사태 등을 떠올려 보면 앞으로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사건 모두 임상시험 결과를 조작해 수많은 사람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기업주들은 이윤을 위해 피해 가능성을 못 본 체했고, 정부는 이를 검증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피해자가 계속 늘어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자 대한상의 회장 박용만은 “만세”를 외쳤다. 이날은 미국의 이란 전쟁 위협에 언론의 이목이 쏠린 날이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0퍼센트는 이런 일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문재인의 의료 민영화와 규제 완화는 이제 박근혜의 그것과 90퍼센트 이상 비슷해 보인다. 친기업 반노동 정부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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