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 처리 임박:
기업주들에게 더 큰 권력을 주는 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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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3법’으로 알려진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세 법 중 가장 상위법이라 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은 11월 27일 해당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신용정보법과 정보통신망법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함께 11월 2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 만큼 언제든 속도를 낼 수 있다.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 등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렇게 의기투합한 것은 기업주들이 데이터 3법 통과를 강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은 “데이터는 미래 산업의 원유인데 지금은 원유 채굴을 아예 막아 놓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데이터 3법이란 이름은 기업주들이 바라는 바를 잘 보여 준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기업주들이 사용하기, 서로 다른 기관과 기업체가 보유한 데이터를 사고 팔기, 이를 통해 기업주들이 시장을 좀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하기 등.
기업주들은 자신의 상품이 얼마나 팔릴지, 누구에게 팔면 잘 팔릴지, 어떤 경우에 손해를 볼지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 이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저장 매체의 급속한 성장은 기업주들로 하여금 이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했다. 기업주들이 빅데이터니 인공지능이니 하며 떠들썩한 이유다. 시장 논리에 따르면 이런 예측은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될 것이다.
물론 어떤 정보 공유는 보통 사람들에게 편리를 가져다줄 수 있다. 병원 간 환자 정보 공유가 아예 막혀 있다거나, 환자들이 매번 병원에서 진료 내역서를 떼 가야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은 문제다. 이런 조처들은 당장 안전 조처들을 포함해 시행될 필요가 있다.(정부가 공공의료를 대폭 확대하면 애당초 이런 불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주들의 예측이 정확해진다고 보통 사람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통신사가 내 소득과 가족관계, 직장과 생활 패턴을 정확히 알수록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통신비를 알게 될 것이다. 보험사가 가입자들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수록 보험사의 이윤을 극대화할 최대의 보험료와 최소 보험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면 개발해 봐야 큰 이익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상품들은 그것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할 지라도 개발 단계에서 폐기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들의 눈을 밝게 해 줄수록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기 쉽다. 소비자는 기업과 대등한 관계에 있지 않다. 오죽하면 ‘호갱님’이라는 말이 생겨 났을까. 통신, 보건의료 등 공공재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저소득층은 필수 서비스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받기도 쉽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주들은 어떻게든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원한다. 익명화가 아니라 ‘가명정보’를 사용하려 하는 이유다. 가명정보는 다른 정보들과 결합되면 쉽게 개인을 식별해 낼 수 있다. 수많은 해커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들이 나도는 것은 굳이 ‘프라이버시’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많다. 당장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내 가족과 직장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속이기가 쉽겠나.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기업주들이 이런 데이터를 노동자 통제에 사용하기도 좋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결성부터 각종 쟁의 행위에서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의 금융 정보 등을 활용하려 들 것이다. 국회 통과를 앞둔 법안들에는 이를 원천 차단할 규제가 포함돼 있지 않다.
기업주들의 권력을 강화할 데이터 3법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