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직무급제 추진:
‘공정 임금’ 가면 쓰고 임금 억제 추진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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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3일 노동부는
이에 앞서 기재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를 위해 정부는 직무급제 추진 상황을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포함시켰다. 경영평가 점수에 따라 기관장 평가, 성과급 삭감, 예산 불이익이 수반된다. 그래서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정부 정책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명박
문재인은 당선 초기
오죽하면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조차 경사노위 논의 등 사회적 대화를
문재인 정부가 공격하는 연공급제는 박근혜 정부도 표적으로 삼았지만, 노동자들의 반발이 커 제대로 개악을 관철하지 못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불씨가 됐던 노동자 투쟁이 바로 성과연봉제에 반대한 철도 파업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문재인 정부가 임금체계 개악을 본격 추진하는 것은 한국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경제 침체가 오래 지속돼 온데다 올해 경제 전망은 지난해보다 더 나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려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임금 억제
직무급제 도입의 목적은 명백히 임금 억제에 있다.
정부는
그런데 이제 노동자들의 연령이 높아지고 경제가 저성장 위기에 빠지자 과거에 기업주들에 유리했던 그 방식이 이제는 부담이 됐다. 더구나 1987년 투쟁으로 초임이 대폭 오르는 등 그동안 노동자들이 임금을 인상시켜 왔기 때문에, 근속에 따른 임금 상승폭이 더 커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기업주들의 부담을 줄여 주려고 호봉제를 폐지
정부는 직무급제 임금 개편이 임금 손해를 낳지 않는다는 점을 노동자들에게 잘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노동자들을 잘 속여야 한다는 것이지, 실제 불이익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정부가 사례로 제시하는 직무급제는 직무 등급마다 임금 상한선을 정해 둬 상위 직무 등급으로 승급하지 못하면 어느 시점에선 임금 인상이 중단된다. 직무 등급의 승급은 자동이 아니라 시험이나 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2018년 새만금개발공사에 도입된 직무급제가 이렇게 설계됐다. 직무 등급 내 임금 상한선이 있고, 같은 직무 등급 내의 임금 인상은 성과 평가 비중을 가장 크게 반영해 개인별로 정하도록 했다.
2019년 직무급제가 도입된 한국석유관리원도 비슷하다. 이곳은 직무와 역할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임금을 차등 지급하고,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률에 개인별 차등을 두었다.
두 기관 모두 등급 내 임금 상한을 두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계속 오르지 못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는 기존 호봉제와 비교해 임금 상승이 대폭 제약되는 효과를 내게 된다.
또 성과 평가를 대폭 강화했다. 직무급제가
이간질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과 장년 노동자를 이간질하고 있다.
가령, 정부는 호봉제가 정규직에게만 이롭다며 직무급제야말로 비정규직에게도 이로운
그러나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추진한 직무급제
또, 정부는 호봉제가 장년 노동자들만 위한다며 능력과 성과에 따라 임금을 주고 직급을 부여하는 직무급제가 청년 노동자들에게 이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직무
부분 개편 꼼수
정부는 노동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부분에서 시작해 전면 확대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일정 기간 임금을 보전해 주거나, 부분적 임금체계 개편
이런 조처들이 당장 전면적인 개편보다는 피해가 적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정부도 밝히고 있듯이 이는 직무급제 도입으로 가는 과도기적 조처일 뿐이다. 정부는 임금 손실 보전은
노동운동은 이런 꼼수를 경계하면서 정부의 직무급제 도입 시도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댐에 구멍이 뚫리면 무너질 위험이 커진다.
기존 임금체계를 지키는 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노동운동 내에 적지 않다. 하지만 일단 개악을 저지해야 그 힘으로 개선도 이룰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 점에서 정부와의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통해 임금 격차를 줄이고 노조의 임금 교섭권을 보장받는 기회로 삼자는 안이한 접근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사실상 일방 추진을 하고 나선 만큼, 공공부문 노조들은 시급하게 직무급제 도입 저지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직무급제 개편 논의 등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권 보장 약속 등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데서 보듯,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임금 개악을 막을 수 없다. 이번 임금 개악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민주노총 차원의 임금 개악 저지 투쟁이 조직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