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교섭으로 직무급제 폐해 완화는 불안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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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임금 억제, 차별 정당화 직무급제 반대한다”를 읽으시오.
최근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 지도부가 임금체계 개편 방안 등을 다루는 경사노위 논의(경사노위 산하 공공기관위원회)에 참관하려 해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특히 이는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방침을 어기는 것이어서 만만찮은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두 노조 지도부는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 참관 추진을 철회했다.
대신 두 노조가 속한 양대노총 공대위는 기재부에게 ‘노정 직접교섭에서 임금제도(임금결정 방식, 임금 수준, 임금체계 등)를 논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기재부는 아직 이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노정 교섭이 성사되지 않으면, 경사노위에 종속된 모종의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 보자는 제기가 나올 수도 있다. 이미 양대노총 공대위에서는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경사노위에 직접 참가·참관하지는 않지만 우회적으로 사실상 그 논의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도 있다.
그러나 우회적일지라도 경사노위나 그와 유사한 사회적 대화기구에 문을 열어 둬서는 안 된다. 그것은 결코 개혁의 통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개악을 정당화하고 양보 압박만 가할 공산이 크다.
노정 교섭이 성사되더라도, 공공운수노조 등이 임금체계 개편에 어떤 입장으로 대응할지가 중요하다.
지금 양대노총 공대위는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 일방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다만 직무급제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우려된다.
가령, 일부 사람들은 직무성과급제 같은 특정 유형은 반대하면서도 직무급제 자체에는 진보적 요소가 있다고 본다. 공공운수노조 지도자들 중에는 산별교섭과 노조의 개입이 보장되면 직무급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직무급제를 반대만 할 수 없다거나, 그것이 임금 격차를 해소할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용철 선임연구위원은 직무급을 기본으로 하되, 노사공동위 설치로 노조가 직무 평가에 개입하고, 직무급 임금체계에 근속급 요소를 반영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의 직무 평가 개입을 통해 사용자의 자의적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그런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자본주의 하에서 경영진과 관리자의 업무가 높은 직무 가치를 인정받고 고된 육체 노동을 하는 업무가 저평가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기 일쑤이다.
무엇보다 노조가 직무 등급을 나누고 등급에 따른 임금 차등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게 되면, 자칫 ‘합리적(정당한) 차별’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는 의도치 않게 노동자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고 계급적 단결에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일부 사람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일부(무기계약직 전환자)에 적용되고 있는 표준임금체계를 일단 도입해 개선하자는 주장도 편다. 그렇게 일단 임금을 표준화하고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단점은 이후 투쟁해서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노동자들의 삶이 달려 있는 중요한 조건을 도외시하면, 표준임금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할 투쟁을 조직하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임금 개악과 직무급제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면서 투쟁을 조직해 가야 한다. 임금 개악을 저지해야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임금 격차를 줄여 나갈 기회도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