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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 투쟁본부장 인터뷰:
“고용안정, 처우개선 하려면 직접고용 해야 합니다”

대구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본사 정문 앞에서 본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2월 18일부터 지역 지회들도 순차적으로 하루 파업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자회사를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년 반 동안이나 투쟁하고 있다. 2월 18일 홍종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 투쟁본부장을 대구 농성장에서 만나 그동안의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홍종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 투쟁본부장 ⓒ강철구

오늘로 선전전 662일, 천막 63일, 본사 지회 파업 12일차입니다.

2017년 9월에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노조를 결성했습니다. 당시에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지부 집행부의 도움으로 노조를 만들었죠. 2년 반 동안 사측은 “사장이 없다”고 하다가, 사장이 오면 “권한이 없다”고 하고, “인사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어 왔습니다.

지난해 채희봉 사장이 오자 우리는 기대했죠. 그런데, 신임 사장이 왔지만 사측의 태도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자회사 선택을 강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월 2일과 13일 게릴라 파업을 하고, 1월 28일과 29일에는 전면 파업을 했습니다. 전면 파업에 나서자 사장이 “정부 지침 준수하겠다”며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처럼 말해서 파업을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2월 7일 집중협의에서 사측은 “직접고용을 논하지 않겠다”며 자회사 방안만 논의하겠다고 나왔습니다. 저희는 너무 황당해서 사장 면담을 하러 사장실로 올라갔습니다. 사장이 베트남에 가 있다고 해서 사장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기물 파괴도 하지 않았고, 어떤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왜 남의 회사에서 이러냐”며 “불법 점거” 운운하면서 벌금과 징역을 매기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조합원들의 본사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조 사무실 출입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자회사는 용역 회사 유지 방안”

자회사로 전환된 공공기관들을 보면 용역회사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자회사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였던 가스기공에서 3년 일하다가 손자회사로, 용역으로 신분이 바뀌었죠. 그런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용역회사든 자회사든 원하청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전에 5년 동안 한 용역회사에 있었는데, 용역회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 용역회사는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용역회사에 불만을 제기하면 ‘원청이 해결 안 해 주면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원청에 제기하면 ‘우리는 모른다, 용역 회사 가서 말하라’고 합니다. 자회사 가도 이런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사기극임을 또다시 보여 주다 2월 17일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스공사 대구본사 정문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지부

지난해 투쟁해서 임금이 인상됐지만 [그 전에] 시설 [노동자]는 4년간 임금이 동결됐었고, 미화 [노동자]는 임금이 삭감됐다가 5년간 동결됐습니다.

미화 노동자들이 정년 퇴직해도 인원을 충원하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면서 면적 대비 미화 인원을 한전 [수준]에 맞춘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나주에 있는 한전까지 가서 확인했습니다. 한전 [노동자들]은 온전히 건물 청소만 하고 있지만, 한국가스공사의 미화 노동자들은 제초 작업과 연못 청소까지 해야합니다. 한전에서는 조경 업무를 12명이 하는데 우리는 3명이 합니다. 면적 대비 두배 이상 [인력이] 부족해 미화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조건도 문제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층민 대하듯 차별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우리를 천민으로 보는 듯합니다. 이런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고용 요구를 하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사측은 자회사로 가도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사측이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바란다면 왜 직접고용을 하지 않는 것입니까? 결국 현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사측은 소방과 파견 업무 120여 명(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10퍼센트)만 직접고용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자회사로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파견 업무는 운전 기사나 비서 등인데 사측의 직접 지시를 받고 있어 불법 파견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를 피하려고 직접고용을 하는 것입니다. 소방은 한국가스공사 소속이었다가 몇 년 전에 비정규직으로 전락했습니다. 생명안전분야라 직접고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조차도 투쟁의 성과이기는 하지만, 구색 맞추기 식입니다.

더군다나 직접고용 과정에서 경쟁 채용을 하겠다는 거예요.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경쟁 채용 과정에서 고용 불안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원 직접고용을 요구합니다. 고령 친화 직종은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고, 경쟁 채용이 아니라 전환 채용 방식으로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원청과 자회사의 노사가 참여하는 4자 협의회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하청 4자 협의회는 구속력이 없습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협의회가 구성조차 되지 않거나 구성되더라도 형식적이라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사측이 자회사를 밀어붙이는 데에는 문재인 정부가 A부터 Z까지 책임이 큽니다. 문재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은 쇼에 불과합니다. 직접고용만이 답인데, 자회사 방안으로 정부가 방향을 잡은 것입니다. 지난해 톨게이트 투쟁 때 정부의 대응 방식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죠.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충 자회사로 보내고 마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성과물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너무 열통이 터집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스공사 대구본사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강철구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될 것”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 투쟁을 지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 투쟁을 지지하고 일부 노동자들은 반대하는데, 중도층이 많다고 봐요. 우리를 지지해 주는 노동자들이 성명서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노조 집행부가 [비정규직 투쟁을 비난한 무상급 노조인] 2노조를 의식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공공기관 정규직 노동자들이 ‘귀족 노조’라 비난받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연봉도 공공기관 중에서 거의 탑 수준입니다. 비정규직에 연대하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명분도 생깁니다.

또, 정권이 바뀌면 가스 민영화 논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서 규모를 키워야 투쟁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지난 2년 넘게 투쟁하면서 많이 배웠고, 단련됐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와 단결하면 서로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직접고용을 위해 별도 직군, 별도 임금, 별도 예산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자칫 민간 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해를 끼칠까 봐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현재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고, 현재 조건에서는 일단 직접고용이 급선무라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비정규직 철폐는 새로운 뭔가를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어려운 시기에도 비정규직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갈라 놓는 것을 막으려면 직접고용이 답입니다.

비정규직 투쟁에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투쟁이라는 책임도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의지는 더 굳어가고 있습니다.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전국의 많은 동지들께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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