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였다 하청 됐는데, 정규직 말고 또 자회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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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파업 나선 한국가스공사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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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이 3일간의 파업을 시작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요구를 무시하고 전환 대상자를 거의 대부분 자회사로 고용하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곳곳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고 있는데, 공공기관 사측이 엉터리 방안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알고도 정규직 전환이 문제없이 잘 추진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문재인 정부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파업 첫날, 대구의 가스공사 본사 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수백 명의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집회를 했다. 이 집회에는 민주노총 대구본부, 공공운수노조 등이 연대했고, 파업을 앞둔 한국마사회지부 노동자 수십 명도 참가했다.
시설·미화·전산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활력 있게 파업 집회를 했다. 발언에 나선 홍종표 공동지부장은 사측을 규탄했다. “사측은 비정규직 1200여 명 중 1100여 명을 멋대로 자회사로 고용하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이번 파업은 시작입니다.”
연대 발언한 민주노총 대구본부 이길우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했던 자를 대구고용노동청장에 임명해서 우리가 노동청을 점거해 싸우고 있습니다. 정규직화를 우리가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에게 보여 줍시다.”
집회가 끝나고 노동자들은 분회별로 모여서 토론을 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여러 불만을 털어 놓았다. “저는 고용이 안정되길 원합니다. 그러나 자회사 고용은 또 다른 간접고용이고 고용은 계속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자회사가 외주화돼 하청업체로 바뀌기 쉽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가스공사에서는 이미 이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05년경에 파견용역 비정규직 업무가 자회사의 외주화로 하청업체 업무로 바뀌었다. 자회사는 고용 안정과 노동조건 개선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최근 일부 노동자를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사측의 움직임도 있어 불안도 컸다. 사측은 노동자들을 이간질해서 단결을 해치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공공부문 채용비리를 해결한다면서,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인 지난해 7월 20일 이후 입사자는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뒤늦게 들어왔다고 제외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비교적 고임금을 받는 일부 전산직 노동자들을 제외하겠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그 분들은 높은 노동 강도로 오랫동안 일해 온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건 하나도 안 따져 보고 제외하는 건 부당하죠.”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공공부문 정규직화 기대 속에서 노조를 만들고 투쟁했다. 그래서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에 속은 겁니다. 적어도 대통령이 찾아가서 정규직화를 약속한 인천공항공사는 제대로 정규직화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야 다른 곳에서도 본보기 삼아서 할 텐데 지금 제대로 된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올해 9월 28일 첫 파업 이후 이번에 두 번째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투쟁을 하면서 단단해지고 있다. “파업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착취당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파업 이후에도 준법투쟁을 하기로 했습니다.”(미화 노동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는 정당하다. 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