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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코로나19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다

4월 5일 우파 야당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대표 황교안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 원을 지급하자고 했다.

그동안 통합당은 코로나19 사태 긴급 지원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퍼주기 포퓰리즘”이라며 당론으로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의 턱없이 부족한 70퍼센트 가구 선별 지원 방안도 “매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래서 같은 당의 유승민이 7일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 없다”고 황교안을 비난했다. 통합당 의원의 상당수가 세계의 주요 정부들이 돈을 퍼붓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도 서민 지원 증액에 반대한다. 물론 기업 지원에는 그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황교안은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더 많은 액수를 지원하자고 했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 종로에서 고전을 하자 제1야당 대표가 당론을 무시하는 돌출 발언을 한 것이다. 이는 총선의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 준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 그 대응 문제를 두고 각 정치세력이 충돌하고 있다.

누구를 구할 것인가 ⓒ이미진

3월에야 비례후보 명단과 순위를 확정한 주요 정당 중 민주당과 민생당이 비례 1번 후보를 보건 또는 코로나 대응 전문가로 내세웠다.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그렇다. 문재인이 2차 추경을 해서 70퍼센트 선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라도 내놓은 것은 민주당이 선거에 이기려면 불가피하다고 압박한 탓이 컸다.

반면, 통합당은 반사이익 챙기기에 더 집중했다. 중국발 입국을 막아야 했다는 얘기를 녹음기처럼 반복하며 말이다. 황교안의 돌출적 제안은 그런 대처가 선거에서 역효과를 내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음을 뜻한다. 물론 이 제안에 서민을 위한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순 없다. 문재인이 거듭 대폭 지원, 보편 지원에 반대하는 것 때문에 황교안이 반사이익을 노리고 역제안을 한 것이다.

둔감

코로나19가 총선의 핵심 쟁점이 됐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곧 가장 효과적이고 우수한 대안을 낸 세력에게 자동으로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중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영향과 (그로 말미암아 제약 받는) 자신감 때문에 현실적 가능성(공약의 실현 가능성, 그리고 그것과 연결된 당선 가능성)을 우선적인 투표 기준으로 삼는다. 사람들은 진보·좌파의 대안이 맘에 들더라도 소수 정당들이고 당선이 어려워서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선택지(투표)에서 빼는 경향도 적지 않다.

이번 선거에 나간 진보정당들은 대부분 노동계급에 피해가 집중되는 현실을 고발하며 노동계급과 서민에게 당장 필요한 지원 대책과 공공의료(병상, 인력) 투자 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정의당은 이주민도 포함해 모든 개인에게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요구를 반대하고 선별 지원을 주장하는 것은 코로나19 위기의 긴급성과 보편성에 비춰 보면 매우 둔감한 상황인식이다.

문재인 정부의 3년 중간평가 성격이 있는 총선이므로 총선 관련 여론 추이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한 평가와도 밀접하게 연동돼 왔다.

정부·여당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오래 전부터 지지율 하락 위험에 처해 있었다. 개혁 배신에 대한 실망, 조국의 특권을 옹호한 위선과 평등의식 결여에 대한 대중적 분노 때문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방역 실패가 2월에 추가됐다. 코로나 방역 강화가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방역 조처 3주 만에 긴장된 태세를 풀자고 대통령이 섣불리 나섰다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나왔다.(신천지 공격은 이 과오를 덮으려는 책임전가이자,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전술이었다.)

이때만 해도 통합당 지지율이 반사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였다. 총선 패배를 막으려고 정부는 대구 지역에 방역(확진자를 찾아내려는 검사와 이동 억제)을 집중했다.(이를 용이하게 하려고 신천지 마녀사냥에 나섰다. 물론 괘씸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3월 중하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 코로나19 감염 폭발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이탈리아·스페인·영국·일본 등지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가 중국(중국 정부의 사망자 발표 규모를 믿을 수 있다면)이나 인접국 한국의 수개월치를 순식간에 훌쩍 넘겨 버렸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가 방역 대책을 잘 하고 있다는 착시적 분위기를 언론을 통해 조성할 수 있었다.

반대로 통합당은 코로나19 대책에도 성의를 안 보이더니, 선거 돌입 직전에 막말 친박 출신인 민경욱, 용산참사 주책임자 김석기 등이 공천에서 살아나고 연이은 막말 소동이나 벌였다. 통합당이 말로만 떠들고 긴급 재난 지원을 반대한 것과 달리,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은 빠르게 긴급 재난 지원 성격의 보조금을 지출하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통합당은 4월 8일 김대호, 차명진 두 막말 후보를 제명해 총선 후보직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통합당의 헛발질이 제살 깎아먹고 있다 해도 여전히 민주당의 코로나 생계 지원 방안은 미흡하다. 황교안의 제안이 인기를 얻을까 봐 다급하게 여권도 당대표 이해찬이 나서서 전 국민 지급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액수는 황교안의 제안만도 못하고, 지급 시기도 분명히 약속하지 않고 있다.

차별화

노동운동과 진보진영 주류의 초기 대응에도 약점이 있었다. 정의당과 민주노총 등은 발병 초기에 계급을 초월하는 범국가적 위기이므로 위기 대응을 위한 전사회적·범국민적 단합에 함께하겠다는 식이었다.

전광훈과 우파 개신교가 꼴사나워도 민주노총 지도부와 진보정당들이 정부와 서울시의 도심 집회 금지 자체에 찬성하거나 협조한 것은 과오였다. 또, 민주당 이재명·김경수 도지사가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는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오히려 반대했다. 이미 2월부터 코로나19를 핑계로 한 해고와 임금 삭감 공격, 안전·방역 미흡과 차별 사태들이 불거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정의당은 3월 하순에 가서야 비로소 코로나19 대응을 포함해 정부·여당과의 차별화를 강화했다.

한국은행의 4월 8일 발표를 보면, 올해 3월 기업과 가계 모두 은행 대출이 증가했다. 부동산 호경기도 아닌데 가계 대출이 2월, 3월 모두 약 10조 원씩 증가했다. 시사적이다. 기업 대출도 증가했는데, 눈에 띄는 것은 대기업의 대출이 10조 원 넘게 는 것이다.

장기 침체 상황에서 투자에 소극적이 되면서 대기업들은 지난 1~2년새 은행 대출을 급격히 줄여 왔다. 그런데 한 달 동안 대기업 대출이 10조 원 넘게 늘었다. 투자가 아니라 긴급 운영 자금일 것이다. 생산, 매출이 줄어도 고정 지출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황이 워낙 다급하기 때문에 복지에 돈 풀다가 살림 거덜 난다는 우파의 반박 논리는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대중은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 박근혜 정부가 무능하기 짝이 없는 대응을 한 것을 기억한다. 그들의 상당수는 박근혜가 대중의 질타를 받자 상황실에 “살려야 한다” A4 용지를 붙여 놓고 쇼를 한 것도 기억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A4가 아니라 현금 살포를 해서라도 가족과 개인들의 생계 살리기를 바란다. 주류 양당이 뒤늦게 공약 경쟁을 하는 듯하지만, 대중의 불만과 요구가 더 강력하게 표출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득표를 위한 말 대결 이상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기업주들과 정부 관료들이 막대한 기업 지원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재정을 아껴야 한다는 불안감에서 소득 지원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일으킨 고통에 더해 경제 위기로 인한 사용자 측의 공세가 강화될 조짐이다. 노동자·서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만큼 선거 공간에서도 이 문제에서 차별화된 정부 비판과 진보적 대안이 공론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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