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차하청 노동자들, 임금 삭감 맞서 파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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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 1~5공장에서 라인 정비·수리업무(보전업무)를 담당하는 2차 하청업체(성진·마스터시스템) 비정규직 노동자 70여 명이 3월 31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 사측이 주52시간제 도입을 핑계로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려 하자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 노동자들은 그동안 주간에 10시간씩 일을 해 왔다. 그런데 사측이 임금 보전 없이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려 한다. 이렇게 되면 주말 특근까지 다 해도 월급이 60~70만 원 정도 깎인다고 한다.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인데다, 상여금, 성과금도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상당한 생활고를 겪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노동시간이 줄어도 일의 양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노동강도는 되레 강화된다. 사측은 주말 특근 의무화도 요구하고 있어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다.
노동자들이 공장 곳곳에 붙인 자필 호소문에는 절절한 외침이 가득하다.
“[임금이 삭감되면] 200만 원 안팎의 급여를 받게 됩니다. 저는 부모를 모시고 아이와 처도 있습니다. 왜 제가 주말도 없이 주 6회가량 초과 근무를 하고 이런 처우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닙니다. 임금 보전과 토요일, 일요일 근무 자율화 입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동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없는 주52시간제 도입을 주장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 하청업체 성진의 박찬철 조합원 대표는 말했다.
“우리는 2차 업체라는 이유로 1차 업체의 절반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았습니다. 현대차가 비정규직에게 코로나19 마스크를 차별 지급했다는 뉴스 보셨습니까? 그 회사가 바로 우리 회사입니다. 회사는 1회용 방한대를 주면서 빨아서 쓰라고 했습니다.
“코로나19로 현대차 공장이 휴업할 때도 우리는 출근을 강요 받았습니다. 출근을 안 하면 무급으로 처리하거나 징계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이에 항의해서 조합원들은 보름 가까이 파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비조합원들에게는 이틀 유급 휴가를 줬고, 조합원들에게는 주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이번에도 사측 안을] 거부하면 징계를 하거나 벌금을 물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래서 분노한 노동자들이 단체로 노조(현대차 비정규직지회)에 가입했습니다.
“우리는 생산 라인을 다니면서 정비하고 수리를 합니다. 우리가 파업해도 라인이 당장 서지는 않지만, 종종 발생하는 고장을 잘 고치지 못해서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오늘 4공장의 도장 라인이 한 시간 섰습니다.”
사측은 코로나19로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고 안달이다. 이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려는 것도 그런 공격의 일부이다.
지금은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건 후퇴를 압박 받고 있지만, 나중에는 전체 현대차 노동자로 공격이 확대될 수 있다. 이번 파업에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뜨겁습니다. 조합원들이 쓴 호소문을 보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 분노합니다. ‘정말 이런 대우를 받는 게 사실이냐?’면서 말이죠. 그러면 우리도 힘을 많이 받습니다.”
파업 노동자들이 부착한 호소문에서도 연대를 바라는 심정을 읽을 수 있다. 박찬철 조합원 대표는 정규직 노조(현대차지부) 집행부와 간담회도 추진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지부가 나선다면 우리 문제도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규직 활동가들이 지지 자보 등을 내주셔도 큰 힘이 될 겁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지 입장을 발표하는 등 연대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지부 집행부가 연대에 나서라고도 요구해야 한다. 기층의 활동가들이 이를 위해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