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심각해지는 실업난
—
해고 중단하고 임금·고용 보장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코로나19와 함께 급증하는 해고로 전 세계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3월 셋째~넷째 주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가 무려 1000만 명이 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르게 실업이 증가한 것이다.
최근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올해 4~6월 코로나19로 실직 위기에 처한 인구가 최소 2730만 명에서 최대 668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평균 4705만 명인데, 이 예상대로라면 미국 경제 활동 인구 3명 중 1명이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1930년 대공황보다 더욱 심각한 수치이다.
중국 선전탄왕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가 봉쇄된 올해 1~2월 실업자가 2억 명에 달한다. 영국에서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10배나 늘고, 프랑스도 3월 셋째~넷째 주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400만 명에 이르는 등 유럽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위협뿐 아니라 실업난까지 겪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야만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기를 부양할 여력이 선진국보다 적은 신흥국이나 가난한 나라들은 고통이 더욱 클 것이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국가는 85국이다. 2008년 금융 위기의 두 배다. 특히 유가 전쟁으로 인한 저유가 때문에 중동과 멕시코 등 석유 수출국들의 경기 전망도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2분기 세계 총노동시간이 6.7퍼센트 감소해 약 2억 명이 실직하는 효과를 낼 것이고, 특히 아랍 국가들에서는 총 노동시간이 8.1퍼센트 감소해 감소폭이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실업 증가
한국은 중국이나 서구처럼 강도 높은 이동 통제를 시행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실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3월 실업급여 신청자가 19만 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퍼센트 늘어났다.
직장갑질119도 상담 사례 중 해고·권고사직 관련 건이 3월 첫째 주 8.5퍼센트에서 넷째 주 27퍼센트로 3.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 무급휴가와 연차를 강요하던 추세에서 점차 해고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에서 구조조정 피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인천에 있는 대한항공 기내식 협력업체는 직원 1800명 중 1000명을 해고(권고사직)했다. 나머지 800명 중 300명도 휴직 상태이다. 대한항공에서 기내 청소를 담당하는 이케이맨파워도 계약직 직원 52명을 해고했다.
하청업체들에 이어 대형 항공사의 구조조정도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지난달 10일씩 순환 무급휴직을 한 데 이어 이번 달에도 15일씩 순환 무급휴직을 한다. 대한항공도 4월 중순부터 6개월간 전 직원의 70퍼센트에 달하는 인원이 3~4개월씩 순환휴직을 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직원 300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2월 중하순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임금 25퍼센트 삭감에 합의했다. 그러나 사측은 약속을 어기고 2월 임금을 40퍼센트만 지급했고 3, 4월 임금은 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여기에 해고까지 추진한 것이다. 사측은 애초 직원 1600명 가운데 700명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다가 반발이 일자 300명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안타깝게도 노조는 해고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급여 추가 반납과 무급휴직 등을 통해 추가적인 “고통 분담”을 하기로 했다.
앞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기업 부실과 이로 인한 노동자 구조조정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전인 지난해 한국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그 전년도에 비해 반토막 나는 등 진작에 기업 부실 우려가 커지던 상황이었다.
친기업적 지원
그런데 정부는 기업 파산을 막는 데에는 막대한 돈을 쓰면서, 노동자를 살리는 데는 별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정부 지원금은 기업주와 채권자들을 위해 쓰일 뿐 노동자 해고는 막지 못하고 있다.
기업주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동시에, 떨어진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임금 삭감과 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가 100조 원 기업 지원책을 발표한 이후 경총이 쉬운 해고, 비정규직 확대, 법인세·상속세 인하 등을 요구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기사가 나간 후인 4월 8일, 정부가 56조 원 추가하기로 해 총 기업 지원 규모는 160조 원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과 정의당·민중당 등은 코로나19 기간에 한시적 해고 금지 조처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은 “해고 없는 기업 지원” 요구도 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노동자를 해고하는 기업들을 규제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요구는 기업주의 선택에 따라 해고를 용인하게 되는 약점이 있다.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기업주·채권자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지원하라고 요구하며 투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겨레〉 곽정수 논설위원은 “노사정, ‘해고 없는 기업 지원’에 합의하라”는 칼럼을 썼다. 이 글에서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때 독일의 ‘노사정 상생’은 좋은 본보기”라고 했다. 당시 기업이 고용 유지 노력을 하는 대신 노조는 노동시간·임금을 50퍼센트 축소하고, 정부가 삭감된 임금의 일부를 보전했다고 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독일에서 진행된 진정한 변화는 불평등의 심화였다.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는 독일에서 2008년 이후 높아져 왔다. 불평등의 심화는 한국을 포함해 OECD 국가들 대부분 마찬가지이다.
한국노총은 최근 항공업을 비롯한 위기 업종에 대한 노사정 대화를 제안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경사노위가 아니라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가 마련된다면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기업과 대화·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가 노사정 협의를 추구하는 목적은 노조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여 양보를 압박하고 저항을 마비시키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임금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업주들이 위기의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며 노동자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기업들에서는 부실 경영의 책임이 있는 경영주의 재산을 몰수하고, 부채는 탕감하고, 국유화로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과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