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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성명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임시대의원대회 강행을 반대한다:
목적이 형식 절차보다 우선하는 문제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어제(7월 10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임시대의원대회 강행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 성원 다수와 가맹 산하 조직의 각급 단위들이 지난 며칠 동안 노사정 합의 반대와 임시대의대원대회 소집 반대 입장을 줄줄이 발표했는데도 말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반대파를 반박하면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은 절차상 아무 하자가 없다며 강행을 정당화했다. “대의원대회에서의 결정[은] 조직운영상이나 규약상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형식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잠정 합의안이 처음 나왔을 때는 그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을 밟으려 하지 않았는가? 처음에 김명환 위원장은 (한국노총과 마찬가지로) 중집에서 잠정 합의안을 추인받고자 했다. 이것을 중집 위원들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김 위원장 측은 “민주노총의 대의체계 원리”를 들먹이며 “대의원님들의 판단을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명환 위원장 측의 관심은 “민주노총의 대의체계 원리”를 존중하는 데 있지 않고 오로지 노사정 잠정 합의안을 승인받는 것이다. 민주노총 대의원과 활동가들은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정당화하는 김 위원장 측의 형식 논리를 거부해야 한다. 절차 규정과 형식적 민주주의보다 우선하는 문제는 무슨 목적으로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하느냐이다.

승인을 위한 합의안 윤색

김명환 위원장은 노사정 잠정 합의안 승인 여부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책임 있어야 할 사람은 대의원들이 아니라 김명환 위원장 자신이다.

김명환 위원장 자신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의했고, 위기에 내몰린 취약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며 3대 요구를 제출했다. 그러나 한 달여 대화 끝에 나온 노사정 잠정 합의안은 민주노총의 요구를 전혀 실질적으로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동자 측의 협조와 양보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항복 문서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이런 결과를 인정하고 잠정 합의안을 폐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책임 있는 처신일 것이다.

그러지는 않고 김명환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을 장밋빛으로 색칠해 해설하며 성과를 내세우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조합원 담화문에서 노사정 잠정 합의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시기에 노동조합이 없는 압도적 다수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고용보험 적용, 상병수당 도입 등을 보장할 최종안.”

그러나 노사정 합의를 압박하는 언론들조차 대개 노동계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고 원론적 언급에 그쳤음을 인정한다. 총고용 보장과 해고 금지 약속은 없었고, 고용보험 확대 문제는 모호하게 열어 뒀고, 상병수당은 용어 사용도 피한 채 논의 추진만 언급했다.

김명환 위원장의 장밋빛 해설은 잠정 합의안이 작성된 지 며칠 만에 현실의 반박에 부딪히고 있다. 7월 8일 정부가 민주노총이 규탄해 마지않던 내용의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것이 하나의 사례이다. 이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6월 민주당이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당시 민주노총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7월 6일 정부·여당이 발의한 탄력근로 확대 법안은 또 다른 사례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임금체계 개편, 탄력근로 확대 등 자본의 개악 요구를 분명하게 저지하면서 최종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사정 잠정 합의안이 작성된 지 며칠 만에 민주당이 탄력근로 확대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김명환 위원장이 합의안에서 무엇을 뺐다고 자랑하든 그것을 개악 저지로 여긴다면 큰 착각임을 일깨워 준 사례이다.

김명환 위원장 측은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들은 … 노사정 합의 최종안에 무엇이 담겼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치 노사정 잠정 합의안 반대파들이 숨기고 있거나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김명환 위원장 측의 장밋빛 해설과 전망은 조합원들의 알 권리에 부응하는 것이기보다 오로지 노사정 잠정 합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일념을 앞세운 부정직한 윤색일 뿐이다.

교섭 대표로서의 위신 걱정

김명환 위원장은 “사회적 교섭을 먼저 제안한 조직으로서… 책임감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책임감 있는 결정”이란 노사정 잠정 합의안 승인을 뜻한다. 그에게 노사정 잠정 합의안이 승인돼야 하는 이유는 결국 교섭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만약 책임감 있는 결정을 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의 대정부 교섭틀 마련은 앞으로 더 이상 불가능하고, 이후 협상력은 물론 사회적 책임·정치적 위상 하락, 가맹 산하 조직별 노정 협의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김명환 위원장의 주장은 이런 것이다: 우리가 먼저 사회적 대화를 제안해 놓고 노사정 합의를 거부한다면 사용자와 정부 측이 우리와 계속 대화하려 하겠는가? 교섭 대표인 내가 합의안 승인을 관철하지 못한다면 사용자와 정부 측이 나를 믿고 교섭을 하겠는가?

노사정 잠정 합의안이 부결된다면 김명환 위원장은 호기롭게 사회적 교섭을 제안했다가 자기 조직도 통제하지 못해 합의를 좌초케 한 믿지 못할 교섭 상대로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인식될 것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교섭 대표로서 위신이 추락하는 이런 상황이 악몽과도 같을 것이다.

그래서 김명환 위원장 측이 그토록 집요하게 노사정 잠정 합의안을 승인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집 위원들에게 “가맹 산하 조직별 노정 협의”의 운명도 연동돼 있음을 넌지시 압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안 사업장 문제도 더 큰 교섭력으로 해결을 앞당길 수 있다”고 현장 간부와 조합원들을 달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용자와 정부 측에 책임을 다하고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위기에 내던져진 노동자들을 지키고자 책임을 다하고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가?

다시금 강조하건대 노사정 잠정 합의안은 취약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고용과 조건을 지켜 줄 약속은 합의안에 없다. 반면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자들이 사용자·정부 측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강조돼 있다. 노동조건 악화를 용인하겠다는 청신호인데도 말이다.

이런 노사정 합의를 하는 것은 지지자들과 노동계급을 배신하는 것이다. 교섭을 이어갈 교두보 마련하기를 노동자들의 조건 지키기보다 앞세우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이것은 민주노총 지도자들의 위상을 높여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조합원들과 노동계급의 위상과 자긍심, 처지와 조건을 높이는 길은 되지 못한다. 이런 합의안을 통과시킬 목적으로 소집되는 임시대의원대회는 정당성이 없다. 어떤 형식 논리를 갖다붙이더라도 말이다.

2020년 7월 11일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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