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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에게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근래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총선 압승에 따른 거품 효과로 4월 말~5월 초에 고공 행진하던 지지율은 두 달 넘게 반전 없이 계속 하락세이다. 그리고 마침내 리얼미터의 최근(7월 3주차) 조사에서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 폭등은 지지율이 50퍼센트대 아래로 추락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다. 집값과 전세값 폭등은 노동자·서민층에 절망과 분노를 안겨 주고 있다. 최근 거의 모든 조사에서 현 정부에 가장 불만이 있거나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부동산 대책이 꼽히고 있다. 여당 지지층도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부동산을 꼽았다(〈서울신문〉 창간 기념 여론조사).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에는 경제 위기와 문재인 정부의 무능·사기극·위선이 결합돼 있다. 문재인은 “빚 내서 집을 사라”던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이를 뒤집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내내 부동산 가격은 올랐다. 집값 오르는 속도도 전임 우파 정부들 하에서보다 빠르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7월 21일 역대 정부 중 노무현 정부 때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상승 액수가 가장 큰 것은 문재인 정부 재임 중이라고 발표했다.

문재인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던 서민들은 갈수록 더 올라 버린 집값에 “3년 전에는 빚을 내서라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며 불만과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규제를 피해 그나마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로 투기가 옮아가면서 그 가격과 임대료가 오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아직 ‘내 집’이 없고 가족을 부양하는 노동계급 사람들에게는 애가 타고 피가 바짝 마를 소식들이다.

7월 21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본 아파트 밀집 단지 ⓒ조승진

문재인은 정부 책임론을 피하려고 7월 16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경제 위기와 유동자금의 투기화를 부동산 폭등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부양을 이유로 정부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계속 낮춰 오고,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치면서 세계적으로 금리를 낮추면서, 생산에 투자되지 않는 유동자금이 금융, 특히 부동산 투기로 몰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책은 주로 부동산 담보 대출 억제에 초점이 있었다. 거품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 찬스’나 신용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집값이 오르는데 대출마저 규제돼 내 집 마련이 점점 멀어지는 현실에 박탈감만 더 느낄 수밖에 없다. 청와대, 내각, 여권 고위 인사들이 서울 강남권에 집을 두세 채 보유하고 십수억 원씩 재산이 증가했다는 보도에 열받는 이유이다.

게다가 문제는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금융 자산 시장 활성화(금융자본의 부동산 ‘투자’ 시장 유입)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라는 점이다. 부동산 정책에도 문재인 정부의 친시장적 성격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부터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활성화하려 했다. 아직은 리츠 시장의 자산 규모가 52조 원대 규모에 불과하지만, 그 액수 중 절반 이상이 이 정부 하에서 늘어났다.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놨다던 지난해 가을에도 국토교통부는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국민연금을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게 해, 이 분야 시장을 육성하기 시작한 것도 민주당(노무현) 정부였다.

최근 한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가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사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를 판 개인도 사실은 부동산 법인 소유주였다. 개인들의 두세 채 보유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개인들의 보유세를 올린다는 둥, 부동산 투기 징벌성 과세를 하겠다는 둥 해도 투기성 금융자본이 자유롭게 부동산 시장에서 활개치고 있다.

정부가 투기를 잡으려고 정밀한 ‘핀셋 규제’를 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매번 풍선 효과(바람이 들어간 풍선처럼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현상)만 일으키며 서울을 선두로 아파트값이 상승해 왔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자랑한 핀셋 규제는 시장 논리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부자들 눈치 보기가 본질이었음이 드러났다.

경제 회복 요원

부동산 가격 급등은 가뜩이나 나쁘던 세계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치면서 위기가 심화된 것과 관계있다. 경제 위기 심화는 각종 지표로도 드러난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2008년 이후 가장 낮았다. 상반기 기업 파산 신청도 522건으로 사상 최대치다. 고용보험 지출액도 계속 늘어 최근 3조 4000억 원이 추경예산으로 편성됐다. 대출도 늘고 보험 해약도 늘었다.

위기 심화에 직면해 사용자들(과 그들의 정치인들)은 노동계급에 위기의 대가를 떠넘기고 노동운동을 옥죄는 조처를 시급히 취하라고 문재인 정부를 닦달하고 있다. 이에 호응해 문재인 정부가 친기업 정책 기조를 강화하는 것도 지지율 하락 요인이다. 그 결과 총선 전 코로나 사태로 얻은 반사이익 효과가 꺼졌다.

이에 더해 문재인 정부는 총선 압승 이후 다시 높아진 개혁에 대한 기대를 다시 배신하고 있다. 때론 노골적으로 때론 위선적으로 말이다. 사용자의 이익을 적극 대변하는 것의 결과이기도 하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사용자들과 재정 지출 증가를 우려한 경제 관료들의 입장이 반영돼 역대 최저로 결정됐다. 노동시간 연장 등 노동개악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도 착착 준비되고 있다.

전임 우파 정부들의 적폐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 현 정권에서 MBC 사장을 지냈던 최승호 PD는 7월 21일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명박의 4대강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4대강 찬성 인사들이 중용됐다는 특종 보도를 했다.

문재인 측 인사들의 부패 의혹 수사와 재판도 진행 중이다. 금융 사기 관련 의혹 대상이고 횡령 혐의 피의자인 이혁진 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가 검찰 수사 대상인 상태에서 자유롭게 입·출국하고 대통령의 해외 순방 행사에도 참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과 한양대 동문으로 오랜 지인 관계이며,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에도 출마했었다.

여권이 반년 넘게 검찰을 두들겨 댄 결과 청와대 고위층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각종 금융 사기 연루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해졌는데도 대통령 최측근 실세의 부패 연루 의혹이 또 불거진 것이다. 임종석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검찰을 향해 “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느냐”며 반발했었다.

사실 문재인의 ‘검찰 개혁’이야말로 내로남불 위선이 잘 드러나는 쟁점이다. 정부가 검찰권 억제라고 내세운 것들의 혜택은 삼성 이재용, 조국·최강욱,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연루자 등이 받고 있다. 이재용의 불법 경영권 승계 건은 기소 여부조차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검사의 기자 접촉 금지도 여권 내 부패 혐의자들에게만 득이 되고 있다. 최근 채널A 기자와 한동훈의 검·언 유착·공모 의혹(추미애가 윤석열을 밀어내려고 강력히 수사를 밀어붙인)에 관한 MBC·KBS의 보도는 누가 봐도 검찰발 보도이다.(심지어 KBS는 오보를 해, 사과했다.)

원심력?

또 다른 폭탄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이자 선출직 공직자로는 서열 2위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을 안고 자살한 사건의 정치적 여파 문제이다.

내년 4월 한국의 제1, 2도시인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두 곳 모두 민주당 시장의 성추행 추문으로 공석이 됐다. 보궐선거의 판이 커져서, 자칫 결과에 따라 내후년 대선(정권 재창출)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여권 전체가 긴장해 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은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위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당헌(96조 2항)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자기 당 공직자가 직을 잃어 발생한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대표 선출, 보궐선거 논란과 후보 경쟁이 문재인 지지율 하락과 맞물리면 자칫 여권 내 원심력이 커져 레임덕을 앞당길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당대표 유력 후보나 차기 대선 주자 선두권에는 친문 직계가 없다. 문재인에게는 불길하게도 이들 사이에 부동산 그린벨트 해제 문제, 내년 서울시장 선거 문제 등으로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주 서울 강남구의 그린벨트를 해제할 것처럼 움직였다. 경제부총리인 홍남기가 긍정적으로 본다고 운을 띄우고,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가 17일 당정청이 그린벨트 해제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는 강남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조처로, 즉각 반발 여론이 폭발했다. 이틀 만에 이재명, 정세균, 추미애 등 여권 내 고위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결국 문재인은 20일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 뒤 역겹게도, 불만의 눈길을 돌리려고 행정수도 이전을 꺼냈다.

최근 여권이 추미애를 앞세워 검찰의 고위층 수사 가능성을 틀어막으려고 윤석열 측근 제거 등 온갖 무리수를 두는 것도 정부 지지의 더한층 감소 전망 우려를 반영한 것인 듯하다. 그러나 속이 뻔히 드러난 검찰 개혁 쇼는 이제는 정권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자아내는 소재가 되고 있다. 다급해진 문재인이 청와대 비서진을 개편한다고 하지만, 참모들이 강남 주택 처분보다 청와대를 그만두는 걸 택했다는 냉소적 반응이 많다.

이런 냉소가 커지는 까닭은 경제 위기 속에서 문재인이 기업주를 위해 개혁을 배신하는 것을 대중이 경험으로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실망과 환멸이 커질수록 흔히 권력자들의 위선이 잘 보인다. 그래서 지금 검찰을 억제한 듯이 보여도, 레임덕이 본격화되면 관련 수사를 막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약속한 것을 지키기는커녕 기업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한편 지지를 제공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거듭 배신을 선물하는 정부와 제휴를 해서 진정한 개혁을 쟁취할 수 있을까? 노동계급 운동의 정당·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지난 3년간 그려 온 전망이 환상이자 착각임이 다시 분명해지고 있다.